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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보수매체로 알려진 <자주국방네트워크>의 메인기사에는 '선거 앞두고 또 고개든 제주해군기지 반대'라는 기사가 실렸었다. 이 기사에는 '4.11 총선 직전까지 달아올랐다가 선거가 끝난 직후 6개월여간 잠잠했다가 대선을 앞두고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라고 나와 있었다. 이 기사는 현재까지 메인에 실려있는 상태이다.

이 기사에는 강정마을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분노할 만한 내용이 실려 있었으며, 특히 강정마을의 활동가들이 매일같이 일당을 받으면서 자연풍경을 바라보고 편하게 지낸다는 식으로 이른바 '꿈의 직장'을 다닌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까지 실려 있다.

<자주국방네트워크> 메인에 있는 해군기지 관련 기사, 말도안되는 이야기도 가득차놓고 열흘동안 메인에 배치시켜놓았다.
 <자주국방네트워크> 메인에 있는 해군기지 관련 기사, 말도안되는 이야기도 가득차놓고 열흘동안 메인에 배치시켜놓았다.
ⓒ 자주국방네트워크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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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대선이라 다시 이슈를 꺼낸 것인가?

강정마을이 언론에 집중적 조명을 받기 시작한 건 작년 9월 2일 해군기지 건설현장인 올레길 7코스 중, 구럼비 해안가로 가는 길목에 펜스를 설치하는 행정대집행일 것이다. 기자 본인도 그 현장에서 있었고 육지토벌대로 인해 수만 명이 희생되었던 4.3의 아픔이 있는 제주에 육지에서 내려온 수많은 경찰병력들이 새벽부터 길목을 차단하면서 부상자도 속출하였었으며, 이 과정에서 항의를 하는 것만으로도 연행을 하였던 날이었었다. 마치 2006년 평택 대추리 진압당시가 떠오를 정도였다. 그 후, 올해 3월 7일에 있었던 구럼비바위 첫 발파 후 정치인들에 의해 4.11 총선이슈로 떠올랐었다.

하지만 <자주국방네트워크>의 주장처럼 총선이 끝났다고 해서 이슈가 묻혀버렸던 것이 아니었다. 총선이 끝나고 구럼비 바위를 발파하기 위해 사용되는 화약은 법적으로 육로를 통해 안전하게 이동해야 하지만, 해군과 시공사 측은 배를 이용한 불법으로 이동시키기도 했었으며, 시뮬레이션 검증이 끝날때까지 해상준설공사를 하지 않겠다던 약속은 해군이 일방적으로 해상준설공사를 강행하여 깨져버린 일도 있었다. <관련기사 - 강정포구 앞에 등장한 준설선, 약속 어기겠다?> 또한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로 올해에만 전국적으로 수십차례 기자회견을 하였고, 지난 9월에는 자연환경을 보호하기위해 세계 각지에서 제주로 모였었던 세계자연보전총회(WCC) 참가자들의 핫이슈로 떠오르기도 하였다.

이렇게 그동안 쭉 이슈가 있었던 상황인데 정확한 정보 하나조차 모른채 무조건 자신들의 주장만을 담아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데 과연 포털사이트에서 '강정마을'이라는 단어로 검색은 해봤는지 묻고 싶기도 하다.

단지 자신들의 고향을 지키고자 생계를 뒷전으로 하고 투쟁을 하는 주민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것은 물론 국가안보사업이라는 미명하에 말도안되는 어불성설을 하는 보수단체에서 주장하는 내용중 하나인 '선동'이라는 부분은 과연 누가 하고 있는지 잘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강정마을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는 장면, 공사차량을 보호해주기위해 경찰들 수백명이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을 강제로 들어서 옮기고 고착함과 동시에 소속,신분도 밝히지않고 채증을 한다. 과연 이런장면이 수다나 떨다가 퇴근(?)하는것인가?
 강정마을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는 장면, 공사차량을 보호해주기위해 경찰들 수백명이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을 강제로 들어서 옮기고 고착함과 동시에 소속,신분도 밝히지않고 채증을 한다. 과연 이런장면이 수다나 떨다가 퇴근(?)하는것인가?
ⓒ 조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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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6~7만 원씩 받는다면 핸드폰은 왜 끊어지는가?

'건설현장 부지 출입구에는 매일 돗자리를 깔고 앉은 4~5명의 '활동가'들이 있는데 이들은 직업도 없이 매일 아침 이 돗자리로 출근해 매일 저녁 퇴근하며 하루 6~7만원의 일당을 받는다. 그 어떤 노동도 없이 진입로 앞의 멋진 경관을 바라보며 돗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다가 가면 어지간한 아르바이트 이상의 일당을 챙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꿈의 직장이다.'

<자주국방네트워크>에서 실은 기사에 나와 있는 내용 중 일부이다. 제주 강정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일상을 한번 살펴본다면, 아침에 일어나서 공사장 정문 앞에서 백배를 하고, 이어 오전에는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에 참석한다. 이 외의 시간에는 하루에도 수십차례 불법공사에 도입되는 차량의 반입 저지를 하고 있지만, 수백 명의 경찰병력이 에워싸고 못나가도록 고착하고, 조금만 항의를 하더라도 카메라를 통한 채증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명시되어 있는 관등성명은 지켜지지 않는 등 인권침해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리고 공사저지를 위해 공사장 정문 앞에 있는 활동가와 천주교 신부는 고작 20여 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을 막기 위해 수백 명의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공권력 남용과 예산 낭비도 심각한 수준이다.

또한 평화활동가들 대부분이 소셜네트워크를 통하여 강정마을에 대해 알게 되어 호기심에 내려왔다가 머무르게 되었고, 이후 생계를 놓고 활동하다 보니 생활고에 시달리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기사에 나와 있는 내용에는 활동가들이 일당을 받는다고 나와 있는데, 그렇다면 활동가들이 개인적으로 쓰는 핸드폰의 발신은 툭하면 끊어지는지 의문점을 제기하고 싶다. 지금도 여러 명의 평화활동가들은 핸드폰 전화를 하지 못하고 받는 전화만 받는 상황에 처해 있기도 하다.

이렇게 생활고에 시달리고 매일같이 경찰과 용역들에 의해 몸과 마음에 상처를 받고 있는 평화활동가들에게 '꿈의 직장'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본다.

제주해군기지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대림건설이 조사한 자료이다. 이 자료를 보면 강정 앞바다에 연산호가 살고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제주해군기지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대림건설이 조사한 자료이다. 이 자료를 보면 강정 앞바다에 연산호가 살고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 강정마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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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에게 불리한 주장은 쓰지 않은 <자주국방네트워크>

'이들 반대세력은 UNESCO를 팔고, 존재하지도 않는 연산호 군락을 만들어냈으며, 환경파괴론과 미국 MD 기지설까지 온갖 음모론과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혼란을 조성했다'

우선 구럼비 바위가 있는 강정포구와 해안가 일대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구럼비 해안가와 직선거리로 불과 500여 미터 떨어진 범섬이라는 무인도 섬은 연산호 군락지가 존재한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져 지난 2002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에 포함되었다. 또한 제주해군기지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대림건설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강정 앞 바다에 연산호의 개채가 발견된 사실이 뚜렷하게 나와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은 구럼비 바위가 있는 강정포구의 전 지역이 생물권보전지역은 아니지만 연산호가 서식한다는 사실은 입증이 된 셈이다.

이들이 주장하는대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 완성되고 15만 톤급의 크루즈가 수시로 입·출항을 한다면 큰 배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이 일대를 지나다니게 될 것이며 자연이 만들어낸 연산호 군락지는 인간에 의해 파괴될 가능성이 뻔히 보이는 상황이다.

그리고 해상준설공사를 하면서 9천 톤에 이르는 시멘트 구조물이며, 총 7개를 해상에 가라앉힌 케이슨이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모두 파손되는 일이 있었었다. 이 어마어마한 무게를 가지고 있는 케이슨도 파손시킬 수 있는 중·대형 태풍이 일 년에 두세 차례 서귀포 남방해역을 거치는데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서 어떻게 배가 접안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또한 공사를 하면서 오염물질을 최소화 하기 위해 설치하는 오탁수방지막은 태풍 같은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으로 해체되기도 하였다. 결국 그 기간 중에 공사를 하면서 발생한 오염물질은 바다로 유입되어 생태계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영향도 있는 셈이다.

이렇게 <자주국방네트워크>의 주장이 형법상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점과 거짓임을 입증하는 자료가 있음에도 기사를 내릴 생각은 하지 않을 뿐더러 강정마을의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 그리고 육지에서 제주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종북좌파', '빨갱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연일 새로운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국가안보를 위한 사업이 중요한 것은 맞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국가안보사업 이전에 중요한 건 바로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해군기지를 반대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을 향해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해군도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 사는 공무원들 인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10월부터 강정마을에서는 그동안 주간에만 공사를 하던 상황을 24시간 공사채제로 돌려 새벽시간에도 레미콘을 실은 차량이 해군기지 공사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도 새벽시간 아스팔트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공사차량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을 하고 있다. 해군의 갑작스런 24시간 공사를 보면 아마도 올해가 가기 전에 남은 예산집행과 공정률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꼼수로만 보이고 있다.

MB 정부의 개발정책에 의해 다치고, 죽어난 사람들의 소식이 들릴 때마다 국민들의 몸과 마음에는 피멍이 들었을 정도이다.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은 "내 고향 내 땅에서 농사짓고 편히 살게 해달라"라며 눈물로 호소를 하고 있다. 이는 바로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부합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이런 기본권을 보장하고 국민이 흘리는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야 말로 정치라고 생각된다.

늦지 않았다. MB 정부가 지금이라도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의 건설을 즉각 중단하면 모든게 평화롭게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찬·반으로 나뉘어 공동체가 깨져버린 주민들은 하루빨리 그 날이 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태그:#강정마을, #해군기지, #자주국방네트워크, #삼성물산, #구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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