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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맞아 <오마이뉴스>와 녹색당은 원자력 발전 등 국가 에너지 정책 전환을 화두로 던집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원전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한국에서도 고리와 월성 원전에서 고장사고가 자주 발생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획 '원전을 버리자'를 통해 안전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원전 문제는 우리 일상, 그리고 미래와 관련이 깊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제안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지난 10일과 12일 각각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이 있다. 한 사람은 후쿠시마 이전부터 반핵운동을 해 온 원자로 전문가 다나카 미쓰히코씨이고, 다른 한 사람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반핵활동을 시작한 하세가와 우이코씨이다. 이 두 사람은  "이제 일본에서 원전을 계속 가동하자는 국민은 소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정부와 원전업계가 일본 국민들을 속여 왔지만, 이제는 일본 국민들이 진실을 알게 됐고 더 이상 속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자로 전문가- 다나카 미쓰히코] "원전이 안전하다는 것은 거짓말"

녹색당은 일본의 탈원전 활동가인 다나카, 마사코, 치히로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녹색당은 일본의 탈원전 활동가인 다나카, 마사코, 치히로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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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미쓰히코씨는 히타치 계열의 회사에서 원자로 설계업무를 하다 1977년에 퇴직해서 자연과학 계통의 책을 번역하며 살았다. 그러던 그는 1986년 체르노빌 사고를 보면서 반핵운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작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일본 국회가 특별법(후쿠시마사고조사위원회법)을 제정하여 설치한 후쿠시마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조사위원 10명 중에서 핵발전에 반대하는 입장에 선 3명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일본에서 반핵활동을 해 온 원자력정보자료실의 두 사람(사와미 마사코, 카미사와 치히로)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다음은 다나카씨를 비롯한 마사코, 치히로와 함께 나눈 문답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후쿠시마 이전과 이후, 바뀐 것이 있다면?
"후쿠시마 이전에는 핵발전에 한해서는 일본과 한국이 비슷했다.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는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상대해주지를 않았다. 그러나 사고 이후 일본은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핵발전을 중단하자고 하면 '바보'라고 했으나, 지금은 핵발전을 하자고 하면 '바보'라고 한다. 일본 국민의 70~80%가 핵발전에 반대한다.

후쿠시마 사고지역에 한번 가 보면, 커튼이 쳐져 있는 채로 집은 텅 비어있고, 사람이 타지 않는 새 차도 그대로 서 있는 풍경이 몇 킬로 미터 이상 계속된다. 한마디로 유령마을이다. 엄청나게 넓은 땅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되었다. 핵발전 추진하자는 사람이 있으면, 후쿠시마로 보내서 보게 해야 한다.

도쿄도 안전하지 않다. 도쿄의 방사능 수치는 사고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도쿄에 오면 가벼운 피폭을 당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후쿠시마만큼은 아니지만.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방사능측정기를 들고 다니게 된 것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주변의 방사능을 늘 재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또 하나의 걱정거리는 먹을거리이다. 이 채소는 어디서 왔는지, 이 물고기는 어디서 온 것인지를 늘 의식하며 살게 되었다. 이것이 후쿠시마 이후 일본의 현실이다. 그래서 일본 국민들의 생각은 변했다. 더 이상 핵발전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이다. 그런데 한국을 보면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파괴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2011년 3월 이 발전소의 1-4호기 모두가 폭발했다.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파괴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2011년 3월 이 발전소의 1-4호기 모두가 폭발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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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업계는 여전히 핵발전소(원전)가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을 한 가지 예로 들겠다. 내가 속해 있던 회사는 원자로를 공급하던 회사였다. 납품을 앞두고 원자로가 찌그러지는 문제가 생겼다. 무게가 700톤에 달하다보니 그런 일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원자로 제조회사는 이 사실을 은폐했다. 한달 정도 작업을 해서 찌그러진 것을 펴서 납품했다. 납품받는 원전 운영회사에게는 속였다. 마치 자동차 철판 펴듯이 그렇게 펴서 납품한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것을 밖에서 알았다면 용납할까?  아마 용납하지 못할 거다.  핵발전은 원자로를 제조하는 과정에서부터 원전을 운영하는 과정까지 문제가 생기면 은폐를 하기도 한다. 하루 가동을 못하면 1억엔(약 14억)을 손해보니까 은폐를 하게 되어 있다.

- 일본 국회에서 구성한 후쿠시마 사고조사위원회에 참여했다는데, 조사과정과 결론은 어떻게 나왔나.
"후쿠시마 사고에 대해 도쿄전력이 자체조사를 했으나, 내용을 전혀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일본 정부에서 구성한 조사위원회도 평판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 국회가 특별법(후쿠시마 사고조사위원회법)을 만들어서 조사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작년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조사활동을 했다. 

이번 조사위원회의 특징은 10명 중에 반핵 활동을 해 온 사람 3명이 참여해서 찬성과 반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위원장은 저명한 의사출신이 맡아서 역할을 잘 수행했다.  그래서 이번 보고서는 신뢰도가 높다. 조사결과는 사고원인을 쓰나미때문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1호기는 지진 자체로 인해 파손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진 자체로 인해 파손되었다는 것은 기존의 내진설계로는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다른 핵발전소들도 내진설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규제를 받아야 할 입장인 도쿄전력이 오히려 규제기관을 좌지우지해 왔다는 것도 밝혀냈다. 규제받는 기관이 규제하는 기관보다 기술적 지식이나 정보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보니까 일어난 현상이다. 이런 상태에서 규제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안전규제가 제대로 되지 않다보니까 사고가 나는 것이다."

- 한국의 원전은 안전하다고 보나?
"한국은 일본에 비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에 원전도 안전하다는 얘기가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원전 사고는 지진 때문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스리마일 섬 사고나 구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는 지진과는 무관하게 일어난 사고였다. 그 외에 사람의 실수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원전이라고 해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한국의 원전업계는 고장율이 낮고 가동률이 높다는 것을 자랑한다는데, 그 말을 뒤집어서 보면 그만큼 문제를 은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된다."

[하세가와 우이코 녹색당 대표] "원전 즉각 폐쇄가 다수 시민들의 의견"

13일 재창당한 한국의 녹색당(새 명칭 : 녹색당+)을 축하방문한 일본 녹색당 대표 하세가와 우이코는 30대 여성이다. 그녀는 후쿠시마 사고를 보면서 반핵활동에 뛰어들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일본의 많은 여성들과 청년들이 새롭게 핵발전을 반대하는 활동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 오이원전 앞 항의시위 모습. 앞줄 녹색 스카프를 두른 여성이 하세가와 우이코 일본 녹색당 대표다.
 일본 오이원전 앞 항의시위 모습. 앞줄 녹색 스카프를 두른 여성이 하세가와 우이코 일본 녹색당 대표다.
ⓒ 일본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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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올해 3월 교토에서 핵발전에 반대하는 집회를 조직했다. 그런데 교토에서 6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교토 뿐만이 아니었다. 일본 전역에서 핵발전에 반대하는 집회가 조직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지난 7월 28일 창당한 일본 녹색당에서 새로운 운동세대를 대표해 공동대표를 맡게 되었다. 이런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개인적으로 후쿠시마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후쿠시마는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 나는 원래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후쿠시마 사고가 나는 것을 본 후에 내가 살던 교토에서 새로운 NGO를 만들었다. 'e-미래구상'이라는 NGO인데,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과 환경정책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단체이다. 그리고 집회를 조직하고 원전 앞에 가서 시위를 하다가 연행되기도 했다. 이렇게 시민들이 노력하는데도 정치에서 핵발전(원전)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녹색당에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 

- 일본의 분위기는 어떤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일본 국민들의 여론은 완전히 원전반대로 돌아섰다. 곳곳에서 집회가 조직되고, 여성들과 청년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런 여론 때문에 지난 5월 5일 전국의 모든 원전이 멈췄다. 과거에 원전마피아들은 '원전이 멈추면 석기시대로 돌아간다'는 식의 얘기를 했지만, 실제로는 원전이 멈춰도 일본 사회는 돌아갔다. 그런데 노다 총리가 오이 원전을 재가동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시민들이 일어서고 있다. 도쿄에서는 시민들이 매주 금요일마다 총리관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처음에는 몇 백명이 모였지만, 점점 더 숫자가 늘더니 마침내 20만명이 모여서 집회를 하기도 했다."

- 그렇지만 결국 오이원전은 재가동을 했는데.
"그렇다. 오이 원전은 지난 6월 30일 재가동을 시작했고, 우리는 오이 원전 앞에서 35시간 동안 연좌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왔지만 비폭력적으로 저항했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 끌려나왔고, 오이원전은 재가동을 시작했다. 그래서 정치가 중요하다. 노다 총리는 후쿠시마 사고가 우리에게 준 경고를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13일 일본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에서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현장 인근서 대피한 이들이 방사선 노출 여부를 검사받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13일 일본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에서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현장 인근서 대피한 이들이 방사선 노출 여부를 검사받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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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만 얼마 전 일본정부는 2030년대까지 탈핵(탈원전)을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번 여름에 일본 정부는 우리에게 세 가지 시나리오를 보여주었다. 하나는 2030년에 원전을 제로로 한다는 것이다. 다른 두 개는 2030년에 원전비중을 각각 15%, 25%로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이 세가지 안을 가지고 의견수렴을 했다. 퍼블릭 코멘트(Public Comment)와 토론형 여론조사(Deliberative Poll)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 것같은가?  퍼블릭 코멘트에서는 90%가 2030년 원전 제로 시나리오를 지지했다. 81%는 즉시 원전을 모두 멈출 것을 지지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결과를 무시했다.

토론형 여론조사는 무작위로 추출된 280명의 시민들이 각 시나리오의 장단점에 대해 토론을 한 후에 세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선택을 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토론을 하기 전에는 원전제로를 지지하는 사람이 32.6%였는데, 토론을 한 후에는 46.7%로 늘어났다. 토론 후에 15% 안을 지지한 비율은 15.4%, 25%안을 지지한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여론이 이렇기 때문에 일본 민주당 정부는 2030년대 탈핵을 발표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등 업계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 정부는 다시 우물쭈물하고 있다. 강력한 야당인 자민당은 여전히 원전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녹색당을 창당하게 된 것이다."

- 일본 녹색당을 소개한다면?
"일본 녹색당은 7월 28일 창당을 했다.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창당한 것이다. 일본 녹색당은 모든 원전을 즉각 가동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안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전기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일본 전체 전기의 1%만을 공급하고 있었다. 이것은 일본의 제도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본에서도 지난 7월부터 발전차액지원제도(정부가 재생에너지로 생산되는 전기를 비싸게 매입함으로써 재생에너지 확대를 지원하는 제도)가 도입되었다. 독일의 경우에는 이 제도를 통해 급속하게 재생에너지를 늘릴 수 있었다. 따라서 일본도 앞으로 더 많은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유지하고 개선시키려는 정책을 택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전기소비를 줄이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원전 50개분 분량의 전기를 줄이고 있다. 일본에서도 이런 정책이 필요하다.

일본 녹색당은 이런 정책을 가지고 내년 참의원 선거에 참여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일본의 선거제도가 비례대표 후보 1명당 600만엔의 기탁금을 요구하는 등 불리하게 되어 있지만, 우리는 탈핵(탈원전)을 위해 선거에 참여해서 반드시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태그:#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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