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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추수는 참 쓸쓸하다. 가운데 한 평 정도 남겨놓은 농민의 맘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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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보다 20% 이상 줄 것. 태풍때문에 등급도 잘 나오기 틀렸는데…. 수매 값은 쥐꼬리만큼 올렸다네."

충남 예산군 삽교, 고덕 황금들판 곳곳에서 울긋불긋 콤바인을 몰고 추수하며 얘기를 주고 받는 농민들의 표정이 어둡다. 예산군농협쌀조합 공동사업법인(대표 이장렬, 이하 농협통합RPC)이 15일 이사회를 열고 2012년산 벼수매 값을 결정했다.

조곡 40㎏ 기준 황금누리, 새누리, 칠보벼는 ▲특등 5만6000원 ▲1등급 5만5000원 ▲2등급 5만4000원 ▲3등급 5만3000원 ▲잠정등외 5만1000원이다. 삼광벼는 ▲특등 6만1000원 ▲1등급 6만 원 ▲2등급 5만9000원 ▲3등급 5만8000원 ▲잠정등외 5만6000원이다. 제현율은 특등 81% 이상, 1등급 80% 이상, 2등급 78% 이상, 3등급 76% 이상, 잠정등외 65% 이상이다.

민간RPC(예산, 대동)도 농협통합RPC와 같은 수준에서 수매값을 결정했다. 생산량의 90% 이상 차지하는 일반벼계 1등품을 기준으로 볼 때 농협통합RPC는 올해 벼값을 2011년산 수매가격 보다 3000원을 올렸다.

그러나 농민들은 "작년에 농협통합RPC가 당진 등 인근지역과 일반상인들 보다도 워낙 낮은 가격에 수매했기 때문에 3000원 인상은, 올린 것도 아니다. 더욱이 올해는 대흉작으로 수확량도 20% 넘게 떨어지고 게다가 특등과 1등급 비율도 낮게 나와 3000원 만 올려서는 어림도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농협통합RPC는 지난해 2011년산 조곡을 1가마당 1등품 기준 5만2000원에 사들였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인근 면천농협RPC는 1등품 기준 5만6800원에 사들였다. 해가 바뀌고 쌀값이 오를 기미가 보이자 전국 쌀 상인들이 예산으로 와서 5만7000원에서 5만8000원까지 가격을 쳐주고 벼를 사가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농협통합RPC는 이 때문에 원료곡을 1만7000여톤(2010년 2만4000여톤, 2009년 2만9000여톤) 밖에 확보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14일 열린 예산농협통합RPC운영협의회에 참여했던 삽교에 사는 농민 인태성씨는 "농협통합RPC가 올해도 적자가 난다는데 도대체 그 이유를 모르겠다. 면천농협RPC는 우리(예산농협통합RPC) 보다 벼를 비싸게 사들이는데도 적자난다는 소리를 들어보질 못했다"고 개탄했다.

수매값 결정에 대해서는 "운영협의회가 가격결정 권한도 없거니와 작년에 적정가격을 제안했는데도 이사회에서 받아들이지 않더니 원료곡 탱크도 못채웠단 얘기를 들었다. 올해도 흉년이어서 쌀값이 오르는게 기정사실인데도 다른지역 농협 보다 앞서서 가격을 결정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최근 몇 년 동안 농협통합RPC가 수매한 벼값을 보면 수도작 농민들의 가슴이 얼마나 타들어 갔는지 알 수 있다. 조곡 40㎏ 1등급 기준 2008년에는 5만3000원이었던 것이 2009년 4만6000원으로, 2010년에는 4만2000원으로 끝없이 떨어졌다가, 2011년 대흉년으로 3년 전 가격수준인 5만2000원으로 회복했다.

올해도 대흉작에다가 국제곡물난과 애그플레이션이 예고돼 시중 쌀값이 요동칠 것으로 보이는데도 수매값은 농민들의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농협통합RPC 이장렬 대표는 "농민들이 만족할만한 가격을 내지 못해 안타깝다"며 RPC 운영상황에 대해 "2011년산 원료곡 가격은 올랐는데 정부의 시장개입(저가미 방출)으로 쌀값이 곤두박질쳤다. 가결산을 해 보니 7억 원 정도 적자가 발생해 올해 수매값을 높여 잡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면천농협RPC와 비교하는 여론에 대해서는 "단독 RPC 운영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하고 빠르며, 거기는(면천RPC)는 좋은 거래처(이마트 등)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농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좋은 원료곡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