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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부터 11월 3일까지 전국을 도보로 순례하는 '2012 생명평화대행진'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전국을 다니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의 소식을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 기자 말

'함께 살자, 우리가 하늘이다. 함께 걷자, 강정에서 서울까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5일 제주도청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출발한 '2012 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이 17일 부산, 18일 전주, 19일~20일 지리산 실상사 민회, 21일 군산을 거치면서 전라북도 일정을 마쳤다.

[13일차-10월 17일] 부산 - 김주익 열사 9주기, 관심 갖는 이는 없었다

 문정현 신부와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오랫만에 만나서 반가움에 포옹을 하고 있다.
 문정현 신부와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오랫만에 만나서 반가움에 포옹을 하고 있다.
ⓒ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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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대행진 12일차 날을 보낸 대구를 뒤로하고 13일차 일정이 예정된 부산으로 출발하였다. 보름 가까이 진행된 강행군으로 인한 피로와 아침부터 비가 흩날리는 날씨가 겹쳐 행진 참가자들의 몸은 무거웠다. 부산으로 가는 버스에서는 모자란 잠을 버스 의자에 앉은 채 채우고 있었다.

보통 이런 큰 행사를 하면 한번 일은 터지고 그것이 전화위복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너무 조용하게 지나가서 며칠 전부터 불안감이 있었다. 그 불안감이 현실이 되었을까, 결국 문제가 났다. 대구-부산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행진단이 타고 있는 버스에 기름이 없어 청도휴게소를 불과 1km 남긴 지점에서 멈춰버린 것 이었다.

다행히도 행진단 진행팀원들의 빠른 초동대처와 대구-부산고속도로 직원들의 친절한 대처로 인해 사고 없이 무사히 휴게소로 견인조치되었다. 하지만 10시로 예정되어 있었던 부산시청 앞 기자회견에는 문정현 신부만 참여하시는 것으로 대체가 되었다.

부산시청 기자회견에 함께하지 못한 행진단은 다음 일정인 금속노조 풍산마이크로텍지회의 농성장으로 곧장 이동하였다.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에 위치한 공장은 마치 군부대를 연상시킬 정도로 철통보안이었고,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에 맞서 약 1년 동안 투쟁 중이었다. 이곳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약식집회를 한 뒤 짧은 만남을 뒤로한 채 부산의 중심가, 서면으로 이동하였다.

서면에서 잠깐의 홍보전을 한 행진단은 부산역까지 도보행진을 이어갔고, 곧이어 작년 희망버스가 갔던 영도의 한진중공업으로 갔다. 작년 희망버스 때는 참 많이도 왔던 곳이고, 정이 많이 들었던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김해에서 만나지 못했던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을 대부분 다시 만나게 되었다.

 한진중공업에서 사망한 노동자 고 김주익, 고 곽재규 열사의 9주기 분향소가 한진중공업 앞 천막에 마련되었다.
 한진중공업에서 사망한 노동자 고 김주익, 고 곽재규 열사의 9주기 분향소가 한진중공업 앞 천막에 마련되었다.
ⓒ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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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김주익 지회장의 9주기 날이었다. 김주익 지회장은 작년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고공농성을 한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9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작년에는 희망버스로 인해 어느 정도 알려져서 추모의 분위기가 있었으나, 올해의 부산은 너무나도 조용하였다.

"회사는 작년 희망버스가 왔을 때 했던 약속을 파기하려고 하고 있고, 어용 복수노조를 설립하여 민주노조를 말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차해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이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를 한다. 작년 김진숙 지도위원이 농성을 풀고 내려왔을 당시 '1년 뒤 복직'이라는 조항이 있었고 다음달에 복직을 앞두고 있지만, 실제로 복직을 한다고 해도 무급휴직에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들이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민주노조를 말살하려는 어용 복수노조에 맞서 영도 한진중공업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인 지 어언 5개월이 가까워져오고 있다. 한진중공업 사측은 작년 희망버스가 보여줬던 연대의 무서움을 잊은 걸로 보였다.

이들이 공장으로 돌아가서 일하는 게 이리도 힘든 것인가.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한 일이지만 밖에 있는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회사 측의 생각이 무엇인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작년 희망버스에 함께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숙소에서 잠을 청하였다.

[14일차-10월 18일] 전주 - 마음을 다해 삼보일배를 하다

 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과 전북지역 버스파업 노동자들이 함께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과 전북지역 버스파업 노동자들이 함께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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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새벽부터 불어온 찬바람으로 인해 아침부터 일찍 전주로 출발한 행진단은 모두 추위에 벌벌 떨면서 하루를 시작하였다. 숙소였던 부산 범일동부터 전주시청까지 이동거리가 약 250km에 육박하다보니 아침부터 버스에서는 못다 잔 잠을 자기 위해 코를 골며 숙면을 취하는 행진단원도 더러 있었다. 이렇게 이동하는 버스에서 쪽잠을 잘 정도로 연일 강행군은 지속되고 있었다.

전주시청 앞에 도착한 행진단원들은 시청 앞 오거리에서 간단한 문화제를 가진 뒤 한옥마을 쪽으로 행진에 돌입하였다. 마침 전주 한옥마을에는 비빔밥축제가 한창이어서 외지에서 관광을 온 사람들과 더불어 젊은 층의 시민들도 많이 보였는데, 적극적인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행진단이 나눠주는 전단지를 보면서 관심은 많이 보였다.

한옥마을 비빔밥축제 현장에서 빠져나온 행진단은 아직까지도 천막농성 중인 전북고속 조합원들과 전주 버스노동자들과 만나 시청 앞 오거리까지 약 1시간 동안 삼보일배를 진행하였다. 이 자리에는 환갑이 넘은 문규현 신부도 참여하여 보는 이들의 마음을 많이 울리기도 하였다.

행진단은 보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오면서 쌓인 피로를 회식으로 풀며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19일과 20일 양일간 지리산 실상사에서 진행될 민회를 준비하면서 전주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17일 차-10월 21일] 군산 - 새만금과 미군기지가 초래한 공동체 파괴

 미군기지와 새만금이 들어서고 사람이 살 수가 없는 동네가 되어버린 군산 하제마을에 미군 격납고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군기지와 새만금이 들어서고 사람이 살 수가 없는 동네가 되어버린 군산 하제마을에 미군 격납고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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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의 공기 좋은 실상사에서 이틀간 민회를 한 행진단은 다시 행진에 돌입하여 미군기지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군산을 찾았다. 이곳은 '길 위의 신부'라고 불리는 문정현 신부가 계신 곳이기도 하다.

행진단은 군산 미군기지 옆 하제마을로 갔다. 이 마을은 인구가 약 2000여 명이 되는 살기좋은 마을이었으나 새만금방조제와 미군기지로 인해 지금은 주민 대부분이 이주를 해 유령마을이 되어가는 곳이었다.

새만금방조제가 생길 무렵 여러 활동가들이 반대를 하였지만, 마을주민들은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대부분 찬성을 하고 활동가들만 엄청 욕을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더 이상 살 수 없음을 깨달은 마을주민들은 각자의 살길을 위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 주변에는 미군이 지어놓은 탄약고와 격납고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결국 새만금과 미군기지로 인해 마을 공동체가 깨져버린 것이었다.

또한 군산공항 옆에 자리잡은 미군기지는 활주로 자체의 소유권이 미군이다. 작년에는 이곳을 이용하는 민간항공기 이·착륙료를 인상하겠다는 일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하였다. 또한 군산 미군기지 인근에는 수 년 동안 기름유출 사고로 농수로가 오염되는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렇게 미군의 주둔으로 인하여 주민들이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는 곳이 바로 군산이었다.

행진단이 군산에 도착한 날은 일요일인지라 미군들의 전투기 훈련은 없었다. 그러나 전북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밤낮을 가리지 않으면서 훈련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전투기의 소음이 100dB에 육박한다고 한다. 낮에 일하고 밤에 집에서 푹 쉬어야 할 사람들의 휴식권도 없는 상황이다.

군산공항 옆에 위치한 미군기지 후문부터 정문까지 도보로 행진하기 위해 도착하였을 때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10대가 넘는 경찰버스가 대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전국을 다니면서 경찰버스는 한 번도 보지 못하고 교통경찰만 봐왔는데, 마치 폭력적인 집회라도 할 것으로 예상했던 모양이었다.

경찰의 우려와는 달리 미군기지 앞 집회는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되었으며, 이어 은파호수공원에서 문화제를 한 뒤 평화롭게 군산 일정을 마감했다.

 강정마을의 신짜꽃밴(조약골,돌고래,세리)이 군산에서 평화대행진의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강정마을의 신짜꽃밴(조약골,돌고래,세리)이 군산에서 평화대행진의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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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가 정말로 힘든 일정이네요. 모두 힘을 내봅시다."

저녁을 먹으면서 문정현 신부가 행진단원들을 격려하는 말을 하였다. 실제로 앞으로 남은 코스를 살펴본다면 문경새재를 넘어 강원도로 이동한 뒤, 다시 수도권으로 와서 28일 평택부터는 차량이동 없이 걷기만 하여 서울 시청광장에 다다르게 된다.

특히 서울지역 경찰이 도보행진에 대한 불허방침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터라 더욱 더 힘겨운 일정이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그러나 칠순이 넘은 노인도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을 찾아다니기 위해 함께 걷고 있다. 그에 비해 대부분이 젊은 행진단원이 못할 것이 어디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디 다치고 낙오되는 사람 하나 없이 무사히 끝나길 바랄 뿐이다.

한편 21일 군산을 끝으로 전라북도 순례를 마친 2012 생명평화대행진단은 22일 청주, 23일 문경새재를 넘어 강원도 삼척 및 춘천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2012 생명평화대행진의 참가신청 및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공식카페인 http://cafe.daum.net/walk4peace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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