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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NLL 파문'은 이제 정치권 공방으로 전락한 것 같습니다. 초반에 관련 의혹을 제기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의 주장은 온데간데없고, 근거를 알 수 없는 각종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NLL 의혹제기와 관련해 정문헌 의원은 '자신의 주장이 거짓으로 밝혀질 경우 정치적 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인 데다 이후 NLL과 관련한 각종 의혹들이 우후죽순처럼 제기된 만큼 정 의원 주장의 사실관계 여부를 규명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최초' 의혹 제기자 정문헌 의원 주장, 허위로 드러나

하지만 정치권은 물론이고 대다수 언론은 정 의원 주장의 사실관계나 진실규명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특히 새누리당과 일부 수구언론은 진실규명은 고사하고 오히려 근거를 알 수 없는 의혹들을 무차별적으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정부 고위관계자', '여권 고위관계자'와 같은 익명의 취재원을 등장시켜 진위가 의심되는 발언도 지면에 거침없이 쏟아냅니다. 마치 정문헌 의원과 '콤비'를 이뤄 참여정부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공격하는 양상입니다.

조선일보 2012년 10월9일자 3면
▲ 조선일보 조선일보 2012년 10월9일자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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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정문헌 의원 주장이 상당 부분 거짓으로 드러났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의 보도가 허위로 판명이 났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그 보도를 사실이나 진실로 믿고 있습니다. 정 의원의 거짓주장과 일부언론의 오보를 지적하는 언론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정문헌 의원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남북정상은 단독회담을 했다. 회담내용은 북한 통일전선부가 녹음했고 북한 통전부는 녹취된 대화록이 비밀합의 사항이라며 우리 측 비선라인과 공유했다. 그 대화록은 폐기 지시에도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에 보관돼 있다."

그런데 정 의원의 이 주장은 거짓으로 밝혀졌습니다. 18일자 <중앙일보>는 "당시 우리 측에서 회담 녹음파일을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이 파일은 녹취형태의 대화록과 함께 국가정보원에 넘겨진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정문헌 의원 '거짓말 시리즈' 정리해보니...

중앙일보 2012년 10월18일자 3면
▲ 중앙일보 중앙일보 2012년 10월18일자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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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회담내용을 북한 통일전선부가 녹음했고, 이를 우리 측 비선라인과 공유했다'는 정 의원의 주장 자체가 거짓이었다는 얘기입니다. <중앙일보>도 18일자 3면에서 "'북한 통전부가 녹취한 대화록을 우리 비선라인과 공유했다'는 정문헌 의원의 폭로는 신빙성이 흔들리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중앙일보>의 18일자 보도 이전에 정문헌 의원 주장은 신뢰성은 상당 부분 금이 갔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정 의원은 애초 남북 정상간 '비밀 녹취록'이 있는 것처럼 주장했지만 "정(문헌) 의원이 주장한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간의 비밀 단독회담이나 비밀 녹취록은 없었던 것으로"(<조선일보> 2012년 10월 11일자 1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 2012년 10월11일자 1면
▲ 조선일보 조선일보 2012년 10월11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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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 일방적 주장을 대서특필하는 데 앞장섰던 <조선일보>가 '공식적으로' 정 의원 주장을 부인하고 나선 겁니다. 사실 정 의원 주장을 면밀히 살펴보면 말이 안 되는 게 하나둘이 아닙니다.

"(당시) 정상회담에서 배석자들을 물리고 단독회담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대화가 녹음된 것 같다."(<조선일보> 10월 9일자)
"문건이 있다. 공식회담 와중에 일대일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경향신문> 10월 11일자)
"애초 오후 2시 40분인가에 시작된 오후 회의가 3시께 단독회담 형식으로 바뀌었다."(<한겨레> 10월 11일자)

'비밀 단독회담'(국정감사장)이라고 주장했다가, '배석자들을 물리치고 단독회담 추정'(<조선일보>)이라고 했다가 '공식회담 와중에 일대일 얘기'(<경향신문>)라고 했다가 다시 '회의가 단독회담 형식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본인의 말 바꾸기 문제를 <오마이뉴스> 기자가 지적을 하니까 또 이렇게 말합니다.

"(당시 정상회담) 배석자들이 수기로 기록한 내용과 북한이 보내온 녹취록을 종합해 대화록을 작성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별도대화를 한 것은 아니다."(<오마이뉴스> 10월 12일 보도)

오마이뉴스 2012년 10월12일자 화면캡처
▲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2012년 10월12일자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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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를 하면, 본인 입으로 '비밀 녹취록'은 없었다고 인정한 겁니다. 이쯤 되면 대략 정리가 되시죠. 정문헌 의원의 화려한 말 바꾸기를 거칠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북한 통정부가 녹취한 대화록을 우리 측 비선라인과 공유한 정상회담 비밀 녹취록이 존재한다' → '배석자들을 물리치고 단독회담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 '공식회담 와중에 일대일로 얘기했다' → '회의가 단독회담 형식으로 바뀌었다' →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별도대화를 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비밀 회담'도 거짓, '비밀 녹취록'도 거짓, '북한 통전부가 녹취한 대화록을 우리 비선라인과 공유했다'는 주장도 거짓이라는 얘기입니다.

정문헌 의원 못지않은 <문화일보>의 '오보 시리즈' 

정문헌 의원의 '거짓말 시리즈' 못지않게 <문화일보>의 '오보 시리즈'도 볼 만합니다. <문화일보>는 10월 9일자 3면 <'盧·金 비밀대화록' 존재 여러 경로로 확인>이라는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보도했습니다.

지난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이의 10·4 남북정상회담에서 비공개 대화록이 있었다는 사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사실상 확인됐다.(<문화일보> 신보영 기자)

문화일보 2012년 10월9일자 3면
▲ 문화일보 문화일보 2012년 10월9일자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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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헌 의원이 '비밀 녹취록'이 있다고 주장한 시점은 10월 8일. <문화일보>는 10월 9일자 지면에서 정 의원의 발언을 기정사실화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러면서 <'盧·金 비밀대화록' 존재 여러 경로로 확인>(3면)이라는 제목으로 마치 정 의원이 주장한 비밀 녹취록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여러 경로'가 대체 어떤 경로인지는 모르겠으나 비공개 대화록 존재는 애초 이것을 주장한 정문헌 의원에 의해서 거짓으로 밝혀집니다. 앞서 언급한 <조선일보> <중앙일보> 기사를 논외로 하더라도 정문헌 의원이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직접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별도대화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10·4 남북정상회담에서 비공개 대화록이 있었다는 사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사실상 확인됐다"는 <문화일보>의 기사는 명백한 오보라는 얘기입니다. '별도 대화'가 없었는데 '비밀 녹취록'이 존재할 리가 없으니까요.

<문화일보>의 오보 시리즈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사실관계가 의심되는 보도가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익명의 정부 고위관계자를 등장시켜 <"노-김 대화 충격적, 국제망신 국격훼손">(10월 11일자 1면) <'盧의 충격적 국격훼손 발언' 뭐길래… 대선 최대쟁점 부상>(10월 11일자 4면) <盧 지시로 靑보관용 회담록(남북 정상회담) 폐기>(10월 17일자 1면)와 같은 '밑도 끝도 없는 기사'를 마구 양산합니다.

문제는 명백히 허위로 판명된 사안마저 '나는 모른다' 식의 보도를 이어간다는 겁니다. 18일자 5면에 실린 <文 "국정원에 회담록外 '녹음물' 있다">가 대표적입니다. 

지난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 회담 내용을 우리측에서도 녹음했다는 주장이 18일 제기되면서 '녹취록' 존재 여부가 또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초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주장했던 북한 통일전선부 녹취록 외에도 우리측이 녹음한 내용을 풀어쓴 '남측 녹취본'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초 북측이 정상회담 내용을 녹취하고 우리측이 메모를 해서 회담 후 둘을 종합해서 회담록을 만들었다는 게 일종의 정설처럼 돼 있었는데, 여기에 우리측 녹취록이 원래부터 있었다는 주장이 첨가된 것이다.


문화일보 2012년 10월18일자 5면
▲ 문화일보 문화일보 2012년 10월18일자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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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헌 본인보다 정문헌을 더 신뢰하는 <문화일보>?

그러니까 <중앙일보>가 18일자 1면에서 "'북한 통전부가 녹취한 대화록을 우리 비선라인과 공유했다'는 정문헌 의원의 폭로는 신빙성이 흔들리게 됐다"고 보도했고, 그 전에 <조선일보>가 '비밀 회담이나 녹취록은 없다'고 확인까지 했지만 <문화일보>는 여전히 정 의원 주장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별도대화를 한 것은 아니다"라며 정 의원 스스로 본인이 애초 주장한 내용을 '수정'했는데도 <문화일보>는 여전히 정 의원 주장을 신뢰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정문헌 의원보다 '정문헌 의원을 더 신뢰하는' <문화일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도 올렸습니다.



태그:#정문헌, #문화일보, #N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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