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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성(고려대 세종캠퍼스 교수)이 환경생태문학연구서 <한국 환경생태소설 연구>(서정시학)를 펴냈다
▲ 작가 김종성 김종성(고려대 세종캠퍼스 교수)이 환경생태문학연구서 <한국 환경생태소설 연구>(서정시학)를 펴냈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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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친화적이고 생명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해서 모두 환경생태문학인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산업근대화 시기 이전에 발표된 작품들을 생태학적 상상력이란 이름으로 환경생태문학의 범주에 포함시켜 논의하게 됨에 따라,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 머리말 몇 토막

환경문제를 깃발로 내세운 소설집 '연리지가 있는 풍경'과 '마을'을 펴낸 작가 김종성(고려대 세종캠퍼스 교수)이 환경생태문학연구서 <한국 환경생태소설 연구>(서정시학)를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1960~1990년대 우리나라 현대소설 가운데 환경문제를 소재로 다룬 작가 조세희, 김원일, 한승원이 쓴 작품을 낱낱이 파헤쳤다.

이 환경생태문학연구서는 제1장 '서론', 제2장 '생태위기와 문학', 제3장 '한국 현대소설의 환경생태학적 탐색', 제4장 '결론' 등 모두 4장에 36꼭지가 실려 있다. 이 글들은 하나 같이  '개발'과 '지배'를 내세운 사람 중심주의로 벼랑 끝에 내몰린 생태계와 이를 파헤치는 문학작품을 꼼꼼하게 저울질하고 있다.

'환경문제와 환경생태학', '1960~70년대의 양상:산업근대화와 환경생태소설의 출현', '산업사회의 현실과 조세희의 환경생태학적 인식', '지배와 생태계 파괴', '재개발사업의 불모성과 모성회복', '투쟁과 대립의 관계', '대를 이은 패배와 생태의식', '원폭피해자들의 삶에 대한 연민과 생태의식', '인간중심주의 탈피와 불교적 세계관의 지향' 등이 그것.

작가 김종성은 이 작품들에서 나타난 생태의식을 '생태학'이 아니라 '사회생태학'이란 잣대를 들고 환경생태소설을 이야기한다. 그는 '머리말'에서 "박정희 정부의 통치 아래서 산업근대화란 명목으로 자행된 개발독재 정책의 부산물로 생겨난 환경오염의 문학적 대응으로 1960년대 말부터 환경생태문학이 출현했다"고 못박았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환경생태문학은 어떤 것일까. 그는 "환경생태문학은 현대 사회의 병폐를 생태학적 인식으로 바라보게 해주고, 환경오염과 파괴가 인간을 황폐화시키는 것은 물론 전 지구 생태계의 절멸(extinction)을 가져올 것이라는 경각심을 불러 생태의식(ecological conciousness)을 일깨워주는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매듭지었다.

'악'이 내놓고 '선'을 가장하는 것 제일 참을 수 없었다

자연 친화적이고 생명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해서 모두 환경생태문학인 것은 아니다
▲ 작가 김종성 환경생태문학연구서 <한국 환경생태소설 연구> 자연 친화적이고 생명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해서 모두 환경생태문학인 것은 아니다
ⓒ 서정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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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년대는 파괴와 거짓희망, 모멸, 폭압의 시대였고, 탄압은 정치와 경제 양면으로 가해졌으며, '악'이 내놓고 '선'을 가장하는 것을 제일 참을 수 없었다... 인간의 기본권이 말살된 '칼'의 시간에 나는 작은 '펜'으로 작은 노트에 글을 써나가며 이 작품들이 하나하나 작은 덩어리에 불과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파괴를 견디고' 따뜻한 사랑과 고통 받는 피의 이야기로 살아 독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나는 했었다." - 90쪽, 조세희, '파괴와 거짓, 희망, 모멸의 시대' 몇 토막

작가 김종성은 작가 조세희가 쓴 탁월한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대해 "알레고리와 상징, 장르 삽입과 장면 중첩 등 환상적 기법을 두드러지게 사용하여 타자의 전복과 해방을 통해 오히려 리얼리티를 강화했다"고 말한다. 그는 "첫 번째 유형은 기호적 알레고리이고 두 번째 유형은 우화적 알레고리"라며 귀띔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호적 알레고리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 악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작가 조세희가 연작소설 형식으로 함께 싣고 있는 '뫼비우스의 띠'와 '클라인 씨의 병' 등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화적 알레고리는 소설 속에 나오는 달나라, 장님나라 같은 공간들이 지니고 있는 우화 같은 내용들에서 되짚을 수 있다.

작가 조세희가 펴낸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 나오는 '뫼비우스의 띠'는 "수학교사가 '뫼비우스의 띠'를 설명하는 '뫼비우스의 띠'로 시작해서 다시 수학교사가 마지막 수업을 마친 뒤 작은 혹성으로 우주여행을 떠나는 에필로그로 끝나는 액자소설 형식"을 띠고 있다. 작가 김종성은 "액자소설은 수설 구성 방식의 하나"라며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액자처럼 끼어 들어가 있는 소설로, 하나 또는 여러 개의 안 이야기를 안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썼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주인공 난쟁이네 가족을 통해 1970년대 도시 빈민층이 겪는 힘겨운 삶과 생태 파괴 등을 그린 작가 조세희 연작소설이다. <난쏘공>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 소설집은 1975년에 발표한 작품 '칼날'을 시작으로 1978년 '에필로그'까지 모두 12편으로 마무리되었다. 1978년 6월에 나온 이 소설집은 1979년 제13회 동인문학상을, 1979년 극단 세실(채윤일 연출)이 처음 무대에 올렸다. 1981년에는 영화(이원세 감독)로도 만들어졌다.

환경생태학과 환경생태문학을 새로운 무기로 들어야

"피폭자를 문제로 한 소설의 정점에 서 있는 김원일의 '히로시마의 불꽃'은 최창학의 '해변의 묘지'와 김태연의 '그림 같은 시절'의 가교역할을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히로시마의 불꽃'은 '도요새에 관한 명상'과 더불어 한국 환경생태소설의 이정표가 되는 작품이다." - 211쪽, '원폭 피해자들의 삶에 대한 연민과 소외의식 형상화' 몇 토막

작가 김원일이 쓴 '히로시마의 불꽃'이란 작품이 어떤 내용이기에 작가 김종성이 이리도 치켜세울까. 이 작품은 역사 속에서 주체가 되지 못하고 희생양(피폭자)이 되었던 정동칠 일가가 제대로 된 보상과 치료도 받지 못한 채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라는 권력 앞에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것이 밑그림이다. 그 어떤 희망도 구원도 없는 그 무력감 속에 지친 정동칠 일가는 결국 분신으로 소외의식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작가 김종성은 "김원일이 정동칠 일가가 서울로 올라와 찾아가는 곳마다 냉대를 당해 극심한 소외의식을 느끼고 분신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것은 우리 사회의 계층구조의 벽이 소외된 자들에게 얼마나 높은 것인가 말해주기 위한 서사전략"이라고 되짚는다. 그는 "국가주의가 견고하게 구축한 위계구조가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 파괴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작가 김종성이 이번에 펴낸 환경생태문학연구서 <한국 환경생태소설 연구>는 그동안 있었던 생태학이 산업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은 껍질만 훑는 생태학이 아니라 사람들이 저지른 여러 가지 생태계 파괴에 따른 원인과 결과를 다루는 환경생태학과 환경생태문학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작가 김종성은 1952년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태백에서 자랐으며, 1986년 <동서문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검은 땅 비탈 위'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작품집으로 연작소설집 <탄(炭)>, <마을>, 중단편소설집 <금지된 문>, <말 없는 놀이꾼들>, <연리지가 있는 풍경>이 있다. 2006년 제19회 경희문학상(소설 부문)을 받았으며, 경희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겸임부교수를 맡았다. 지금은 고려대학교 인문대학 교양교직과 조교수.

덧붙이는 글 | [문학in]에도 보냅니다



한국 환경생태소설 연구

김종성 지음, 서정시학(2012)


태그:#작가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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