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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항이 낮은 수심때문에 선사들의 기피 항만이 되고 있다. 수심이 다른 국제항에 비해 최대 10m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영일만항이 낮은 수심때문에 선사들의 기피 항만이 되고 있다. 수심이 다른 국제항에 비해 최대 10m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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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항이 낮은 수심때문에 선사들의 기피 항만이 되고 있다. 영일만항의 제한 흘수(Draft Limitation)가 다른 항만보다 낮아 대형 선박의 입·출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흘수(Draft)란 화물을 가득 실은 선박이 물에 잠기는 깊이를 말한다.

14일 지역 업계에 따르면 부산·광양·인천·동해·당진항의 제한 흘수는 12~15m로, 이들 항에는 적재중량톤수가 5만~12만t급의 선박이 입항해 작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영일만항 일반부두는 제한 흘수가 10m(실제 흘수는 9.3m)로 설계됐으며 적재중량톤수가 2만t급 이하 선박만 선적이 가능하다.

2만t급 이상의 배가 입항해 선적하면 배밑이 바닥에 닿을 수 있다는 말이다. 또 2만t 이상의 짐을 실은 배는 입항조차 불가능하다. 육상으로 따지면 다른 지역 도로에는 5t 트럭이 다니는데, 포항지역 도로에는 1t짜리 트럭만 다닐 수 있도록 도로가 만들어진 꼴이다.

일반적으로 항만은 파나맥스(Panamax,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박의 규모)인 적재중량 5만~5만 5천t급 선박의 흘수인 12m를 기준으로 건설된다. 전세계적으로 파나맥스 급의 배가 가장 많이 운항하기 때문이다. 파나맥스 급 선박의 흘수인 12m를 확보해야 무역항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영일만항 일반부두 상황은 심각하다. 한 도선사에 따르면 선적 도중 선박이 물에 잠기는 깊이가 항 제한 흘수에 가까워지면 (포항)신항으로 배를 옮겨 나머지 물량을 싣는 일도 다반사다.

낮은 제한 흘수는 영일만항의 중간 기착항 기능도 마비시키고 있다.

A선사 관계자는 "실을 물량이 있어도 제한 흘수가 낮아 다른 항에서 짐을 실은 배가 영일만항을 거치지 못하고 목적지로 가는 것이 현실"이라며 "영일만항이 첫번째 출항지가 돼야 선적을 할 수 있지만 매번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영일만항에서 물건을 실으려면 대형선이 빈배 상태로 입항해야 하지만 까다로운 영일만항의 입맛을 맞춰주는 선사는 없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아무리 인프라를 잘 갖춰도 제한 흘수가 낮으면 대형 선박은 기피하게 마련"이라며 "대구·경북권의 물량유치가 부진한 것도 대형선 입항이 불가능해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다른 항 수준의 흘수는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선박 대형화 추세를 무시하고 제한 흘수를 이렇게 낮게 잡은 이유를 모르겠다. 향후 영일만항 발전에도 큰 위협이 될것"이라며 "한마디로 '제한 흘수'는 항만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포항지방해양항만청에 따르면 영일만항 일반부두의 제한 흘수가 낮은 것은 수중 암반 때문이다. 하지만 추가 흘수 확보는 어려울 전망이다. 항만청 관계자는 "수심이 낮아 준설을 하고는 있지만 공사를 하더라도 영일만항 일반부두 흘수는 10m가 한계"라며 "돈도 돈이지만 암반 제거 공사를 해야 흘수를 높일 수 있는데 암반을 깨면 항만 구조물 강도를 떨어뜨릴 수 있어 위험하다"고 밝혔다.


태그:#영일만항, #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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