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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사람'은 우리 경제의 각 분야에서 독자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현장 노동자부터 학자, 관료, CEO, 사회단체 등 그 누구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편집자말]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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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요즘 말 그대로 귀하신 몸이다. 찾는 이들도 많다. 선거철이라 하더라도 그렇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 이야기다. '경제민주화'하면 떠오르는 몇 안 되는 개혁성향 학자 중 하나다. 게다가 올 연말 대선을 관통하는 핵심이 바로 경제민주화다. 정치권에서 그를 잡아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작 그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아예 '어느 후보 캠프에도 가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궁금했다. 왜 그럴까. 이미 그와 절친한 학자들 상당수가 정치에 발을 담았다. '정말 움직이지 않을 거냐'고 묻자 특유의 헛웃음을 짓는다. 그러면서 "나도 내가 내년에 무슨 일을 할지 몰라"라고 말한다. '(정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둔다'고 말하자, 그 역시 곧장 말을 잇는다. "저는 이미 광의의 정치를 하고 있어요"라며 말이다.

시민운동뿐 아니다. 각종 강연이나 저술활동도 왕성하다. 올해 내놓은 <종횡무진 한국경제>(오마이북)에선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실증적으로 검증하면서 실천적 대안까지 제시했다. 그와 지난 5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한성대학교 연구실에서 마주 앉았다. 연구실은 변함이 없다. 참여연대 시절부터 얼추 10여 년 동안 그와의 많은 인터뷰가 이곳에서 이뤄졌다.

- 요즘 아무래도 대선의 계절이라서요.
"(웃으면서) 대선 후보 사람들 이야기는 안했으면... 괜히 오해를 사게 되더라고. 장하성 교수가 안철수 캠프 갔을 때 기자들이 많이 물어왔어요. 한두 마디 했는데 이상하게 해석을 하더라구."

- 오늘은 (대선) 후보들 이야기가 중심인데요.
"김종인 박사나 이정우 교수님이나 장하성 선생님 등 다들 너무 잘 아시는 분들인데..."

- 이분들이 이렇게 각자 흩어질 것으로 예상했는지.
"(고개를 흔들며) 전혀 못했죠. 1년 전 안식년으로 미국으로 나갈 때만 해도 경제민주화가 이정도까지 이슈가 될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정당 이름들도 다 바뀌었잖아요."

김 교수는 "이들 세 분이 한 곳의 캠프에서 일해야 할 분들"이라고 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라는 큰 틀에서 이 분들의 생각이나 정책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문제는 후보들이 얼마나 이를 잘 수용하느냐는 것이고 대통령이 된 다음에 구체적인 집행에서 차이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인 당무복귀 해프닝 자체가 박근혜 캠프 한계 드러낸 것"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지난 9월 23일 오후 여의도 당사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지난 9월 23일 오후 여의도 당사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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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요즘 태업중이라는데요.
"새누리당 의원총회 끝나고 김 위원장이 '더이상 창피해서 일을 못하겠다'고 했다는 거예요. 예전에 신문 칼럼에 '김 위원장이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할거다'고 쓴 적이 있는데요. 다음날인가 김 위원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더군요."

- (김 위원장이) 뭐라 하시던가요.
"서운하셨겠지. 그래서 제가 말씀을 드렸어요. 절반은 객관적 예측이고, 나머지 절반은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바라는 주관적 희망이 섞여 있다고... 그런데 요즘 보면 객관적 예측의 비율이 더 높아지고 있어요."

(이후 김종인 위원장은 사실상 새누리당 당무를 거부해오다 9일 박근혜 위원장과의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한구 원내대표의 2선 후퇴 약속을 받은 그는 10일 당무 복귀를 결정했다. 김 교수와 보강 인터뷰가 필요했다.)

- 김종인 위원장이 다시 선대위에 복귀했는데요.
"이번 김 위원장의 복귀 해프닝 자체가 새누리당과 그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죠. 김 위원장 스스로 말했듯이 새누리당은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우더라도 보스가 결정하면 무조건 따르는 디엔에이(DNA) 가진 사람들이에요."

- 지난번 말한 당내의 권위적인 체제가 그대로 드러난 모습이라는 건가요?
"그렇죠. 보스 중심의 박 후보를 붙잡기 위한 파워게임이 계속되는 것이구요. 김 위원장도 이한구 대표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보스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고 있는 거죠. 경제민주화 역시 위로부터의 개혁, 시혜적인 조치로 여기고... 김 위원장도 마찬가지죠."

김 교수는 "결국 박근혜 캠프의 언어적 표현은 바뀌었지만 그들 생각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면서 "이쪽에서 선거에 이기더라도 내년의 경제상황 속에서 경제민주화가 제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책 있어도 실천 못해...이정우는 참여정부의 과오 한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동화빌딩 시민캠프 카페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위원회의 1차 회의에 참석해 이정우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동화빌딩 시민캠프 카페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위원회의 1차 회의에 참석해 이정우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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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우 교수가 문재인 캠프에 간 것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죠.
"그렇긴 해도 경제민주화 위원장을 원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본인 스스로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했기 때문에 부담스러워 하셨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고사하는 바람에..."

- 참여정부 시절 재벌개혁 미흡 등 정책적 과오의 한계를 뛰어넘을수 있느냐는.
"그것이 문재인 캠프의 문제예요. 이쪽은 이미 경제민주화 정책이 다 만들어져 있어요. 지난 4월 총선 때 유종일 교수도 준비했고 이후 변화된 상황에 대한 내용도 이미 준비돼 있어요."

- 그런데 딱히 귀에 들어오는 민주당 정책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문재인 후보 이름으로 발표를 못하고 있죠. 민주당 스스로도 아직 경제민주화 정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이쪽은 도대체가 당론을 못 정하고, 정해놓고도 실천을 못하는 당 같아요."

민주통합당에 대한 그의 비판은 매서웠다. 김 교수는 "당론을 정해놓고 법안까지 내놨어도 정작 민주당 사람들은 당론이 뭔지 잘 모른다"면서 "어떤 결정을 내려놓고도 결코 그 결정을 따르지 않는 구조를 가진 조직이 민주당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 이같은 상황에서 이정우 교수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말인지.
"민주당 내부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민주화가 제대로 실천될 수 있을지 우려가 있는 거예요. 참여정부 때도 재벌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극복할 준비가 안 돼 있었죠. 게다가 경제관료 문제는 아예 생각조차 못했다고 이 교수 스스로 말했어요."

(이정우 교수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후보의 정책기조가 참여정부와 비슷한 점이 많을 것"이라며 "하지만 잘못된 것은 극복하고 고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하성 역량 발휘하기엔 안철수 캠프 기반 취약"

지난 9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정책네트워크에 합류하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안 후보와 손을 잡고 있다.
 지난 9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정책네트워크에 합류하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안 후보와 손을 잡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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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캠프로 간 장하성 교수에 대해선.(그는 참여연대 시절부터 경제개혁연대까지 장 교수와 오랜 시간을 해 왔다.)
"말하기가 참 곤란한데..."

- 이미 (장 교수와) 경제개혁연대 이사회 의장 사퇴 등 나름대로 선을 확실이 그었다고 하니까.(웃음)
"두가지 우려가 있어요. 안 후보는 아직 제대로 만나보지 못했지만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은 정말 정답만 씌여 있더군요. 하지만 현실의 문제는 정답의 문제라기보다는 선택의 문제예요. 안 후보는 이같은 선택의 문제에 대해 한 번도 경험을 해본적이 없다는 것이 취약점이죠. 현실 정치의 장에서도 성공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것이고..."

- 또 하나는요?
"장하성 교수는 시민사회활동을 하면서 가장 실천적인 지식인이죠. 특히 어떤 문제를 찾아내서 현실에 적용시키는 데 능력이 아주 뛰어나요. 하지만 그동안 활동해 온 부분이 경제를 총괄했다고 보기 어렵죠. 또 최근 6년 동안 (고려대) 경영대학장을 하면서 경제 현안에 떨어져 있었죠."

- 안 캠프 쪽에선 요즘 사람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요.
"장 교수도 팀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죠. 사람이 없으니까. 안 후보의 경험부족과 함께 장 교수의 역량을 발휘하기엔 시간이나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이 문제죠."

- (김 소장이) 장 교수를 도와주기 위해서라도 움직여야 하지 않나요.
"(고개를 흔들며) 저는 이미 2주 전에 문재인이나 안철수 후보 쪽에 절대 갈 생각이 없다고 했어요. 그 다음에 장 교수가 (안 후보 합류로) 결정을 하신 거고. (장 교수도) 경제개혁연대를 통해 캠프 활동을 할 생각은 절대 없다고 하셨고.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그쪽에 함께 계신데.(그는 장 교수와 함께 재벌과 경제관료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해 왔었다.)
"지금은 (안 후보 캠프에서) 이 전 부총리의 역할이 상당히 후퇴했다고 생각해요. 내년 한국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위기관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의 조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상대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자기반성 없는 모피아에 포위되는 순간, 안철수도 함정 빠질 것"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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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의 참여정부 때도 비슷하지 않았나요?
"저도 그게 가장 걱정되죠. 노 전 대통령과 상황이 똑같아요. 그때도 당정관계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고 SK 분식회계 사건과 카드 사태 터지면서 모피아(경제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그는 "이 전 부총리가 낸 책을 다 읽어봤지만 자신의 정책에 대한 반성은 하나도 없었다"면서 "전형적인 관료의 속성"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기 반성 없는 모피아들에게 포위되는 순간 경험 없는 안철수 후보라면 그 함정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가 말하는 '함정'은 말 그대로 '함정'이다.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이름 아래 재벌과 경제관료들이 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로 인해 당초 후보 시절 공언했던 개혁 프로그램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게 마련이다. 김 교수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의 길을 걸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만약 이들 김종인-이정우-장하성 경제참모들에게 지금 가장 묻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잠시 생각하다) 경제민주화라는 것이 국민들에게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이다, 금산분리 강화다' 등 이런 이념적 이슈로는 더이상 관심을 받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이런 이슈들은 빼고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었죠. 지금 각 후보진영에게 정말 국민들에게 피부로 와닿을 수 있는 경제민주화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죠."

- 좀더 서민과 대중들이 체감할수있는 개혁정책을 보자는 것이군요.
"당장 재벌총수들에 대한 배임횡령만 놓고 보더라도 대통령이 마음대로 사면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다든지,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떤 정책과 법안을 내놓을 것인지 등 구체적인 현실문제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얼추 시계를 보니 1시간을 훌쩍 넘어선 지 오래다. 그 사이 전화벨도 여러 번 울렸다. 이야기를 듣다가 원론적인 이야기를 물었다. '왜 지금 경제민주화인가'라고. 그의 말이다.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이슈가 된게 아마 이번이 처음일 거예요. 그동안 경제라면 오로지 성장 일변도였지. 그런 면에서 이명박 정부가 (경제민주화의) 일등 공신이에요.(웃음) 농담이 아니라 진짜 그래요. 아마 이 대통령 스스로도 무지 당황스러울 거예요. 자신이 공약한 747(7% 성장, 1인당국민소득 4만불, 세계7위 경제대국)이 첫해부터 무너졌으니..."

- 박근혜 후보가 지난번에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 바로세움) 공약에서 이번에는 변신을 크게 꽤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한 것이 747공약이 아니라 '줄푸세' 정책에 따라 움직였어요. 이념적으로 보면 신(新)보수주의죠. 지난 5년의 결과로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으로 떠올랐죠. 박근혜 후보도 이제 과거 자신의 '줄푸세' 정책을 포기했다고 천명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경제민주화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지 않을까요."

- 야권 후보 단일화는 어떻게 보세요?
"(농담섞인 말투로) 단일화 안되면 누군가는 맞아 죽겠죠. 근데 그게 쉽지가 않다는 거예요. 양쪽 캠프에선 10월 말까지 한쪽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고 그 다음엔 한쪽이 양보하는 상황을 바라겠죠. 하지만 그게 잘 될 것 같지가 않아요. 워낙 당의 기반이 있는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 같고, 안 후보는 변동이 있겠지만 글쎄요. 마지막까지 가지 않을까요."

인터뷰 마지막의 뻔한 질문이다. 자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 그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고 했다. 이미 경제민주화든, 양극화든 나름의 해법이 다 나와있다고 했다. 정책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경제민주화 과제 가운데 오히려 재벌개혁이 가장 쉽다"고도 했다. 단순한 제도 개선이 아니라 좀더 긴 안목의 경제구조 변화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다시 김 교수의 말이다.

"국민들이 좋은 리더를 뽑는 것보다 스스로 좋은 팔로어(follower)가 되는 것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요. 경제민주화는 5년 단임 대통령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그동안 대선에서 5년내 다 해결하겠다고 한 후보들만 있었고, 유권자들은 그걸 보고 찍었죠. 하지만 이런 방식은 결국 실패한 대통령만 만들어왔을 뿐이죠. 우리가 먼저 인내심을 갖고 사람을 뽑아야죠."


태그:#김상조, #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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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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