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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은 그동안 가장 민감하고 복잡한 선거정책 이슈였다. 국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이기에 자산 가치 변동에 곧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부동산 정책은 건설경기와 직결되어 있고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과도 관련되어 있다. 최근에는 가계부채와도 밀접히 연동되어 있다.

이처럼 복잡한 문제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거 국면에서 부동산 정책은 한결 같았다. 토지와 주택, 전월세 등을 모두 시장거래 상품으로 보고 시장원리에 따라 거의 경쟁적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그것이 주택 보유자에게는 자산 가치를 올려주고, 무주택자에게는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혀주며, 건설경기를 띄워준다고 믿었다. 특히 2008년 총선에서 나타난 경쟁적 뉴타운 공약이 그 정점이었다. 그리고 대체로 이 경쟁은 보수 쪽에 유리했다. 부동산 경기에 의존한 경기부양과 자산 가격 상승은 분명 한국사회에서 보수가 유지되어 온 강력한 뿌리의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 19대 총선과 이번 18대 대선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2010년 지방선거부터 불기 시작한 강력한 복지열풍 때문에 부동산 문제가 주거복지 문제로 바뀌고 있다. 부동산을 자산 가치 상승이나 경기 부양의 관점이 아니라 주거 복지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부동산 시장 침체가 더해져서 하우스푸어 문제가 정치권의 가장 중대한 이슈가 되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 주요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에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문재인 후보] 큰 관심 보이지만 '렌트 푸어' 대책은 미흡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9월 28일 오전 광주 북구 말바우 시장에서 마주친 한 취업준비생과 포옹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9월 28일 오전 광주 북구 말바우 시장에서 마주친 한 취업준비생과 포옹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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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는 태생적으로 모든 정책에 있어서 참여정부와의 연속성과 차별성에 대한 대답을 먼저 하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참여정부 정책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았으며, 2005~2006년 부동산 가격 폭등의 후과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문 후보는 그의 저서 <사람이 먼저다>에서 참여정부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참여정부 경제 정책 가운데 가장 뼈아픈 실책 중의 하나가, 임기 중반에 부동산 폭등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이런 금융정책을 좀 더 일찍 추진했더라면 집값 폭등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듭니다."

"한마디로 금융시스템이 스스로 거품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현상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랬기에 우리 역시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 정책을 시행하는 시점이 늦었던 것을 주요 실책으로 보고 있다. 이어 그는 하우스푸어 대책에 상당한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문 후보의 하우스푸어에 대한 두 가지 인식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첫째는 "하우스푸어 문제는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국가적인 문제"라고 밝힌 점이다. 둘째는, 은행의 책임을 지목한 지점이다.

"하우스푸어의 주요한 원인은 약탈적 대출입니다. 금융기관이 무책임한 대출로 채무불이행의 위험을 모두 가계에 떠넘긴다고 해서 약탈적 대출이라고 부르고 미국에서는 법률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낮은 이자 상품으로 옮기도록 지원하거나 상환기간을 연장"할 것을 넘어서 더 종합적인 대책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특히 은행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주택담보과잉대출 규제법(공정 대출법)'이나 일정 수준의 채무조정 분담과 같은 정책을 도입할 수 있지만 이런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하우스푸어 외에 이른바 '렌트푸어'라고 불리는 670만 무주택 가구의 주거안정 대책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 다만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의 공약에 포함되었던 전월세 상한제와 민간임대 등록제 도입, 공공임대주택 매년 12만 호 공급과 주택 바우처 연간 14만 가구 실시 등이 문 후보 측의 공약으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양극화 시대의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양극화의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보호 정책이 있다면 당연히 양극화의 수혜자에 대한 일정한 규제와 고통 분담 요구가 병행되어야 한다. 아무도 손실을 입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 혜택만 주는 그런 정책은 양극화 시대에는 가짜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자산계층이나 다주택자, 일정 규모 이상의 임대 사업자 등에 대해서 규제완화와 세제완화 정책을 폈다. 이를 되돌려야 한다.

[안철수 후보] 교과서적인 주거복지 정책을 일관성 있게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9월 28일 서울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추석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9월 28일 서울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추석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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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경기부양정책의 일환이 아니라 주거복지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 은행의 책임을 지목하고 있다는 점, 소득연계 임대료 정책이나 전월세 상한제, 임대차 보호기간 연장 등 세입자 주거 안정정책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저는 무엇보다도 부동산 정책이 경기부양이 아니라 서민의 내 집 마련 등 주거 안정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서민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부는 주택가격 대비 대출 비율이 낮아서 거시 감독은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담보를 충분히 잡고 있는 은행권은 안전하고 오히려 연체이자까지 수익으로 챙길 수 있다는 거예요.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국민들은 살던 집이 날아가고 파산에 이르게 되는데도 말이죠. 경제의 활력보다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일이나 금융권의 수익을 우선시하는 행태가 이런 문제의 배경인데요."

"공공 임대주택 입주권을 줘도 보증금이나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소득과 연계해서 임대료를 책정하도록 제도가 여러 면에서 현실화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전월세 등 세입자 보호도 필요한데요. 우리나라의 학교나 직장의 주기를 생각해서 현재 2년인 임대차 보호기간을 3년 정도로 연장하도록 하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전세 보증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도록 합리적인 선에서 상한제를 실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고요."

그리고 언론에서 보도한 대로 공공임대주택 재원으로 국민연금을 고려하자는 언급도 있다. 국민연금의 채권과 주식투자가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상당히 안전한 장기투자라고 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에 투자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합리적인 정책조합이 될 수도 있다.

"국민연금이 많은 재원을 갖고 있는데 국민의 소중한 자산을 가지고 미래가 불안정한 오피스 빌딩을 매입하기보다 국가 보증 하에서 안정적이고 공공성이 높은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안 후보는 하우스푸어 대책에 대해서도 가장 일반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대출을 해준 은행 등 금융회사가 만기를 연장해주고 변동 금리를 장기 고정금리로 전환해주는 등 부채구조조정에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득 범위에서 갚아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죠.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주택 대출도 선진국처럼 20~30년 만기의 장기대출 형태로 갈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주택가격 하락이 더욱 현실화되면서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주택소유가구와 무주택 세입자, 건설업계와 금융업계 등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정책적 선택과 구체화의 과제를 남겨놓고 있는 것이다. 주거복지의 관점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자산계층의 저항을 돌파하는 한편, 순발력 있는 위기관리대책을 마련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박근혜 후보] 중산층 흡수의 키워드로 부동산 정책 선택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9월 26일 밤 서울 중구 신당동 뉴존에서 상인과 악수를 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9월 26일 밤 서울 중구 신당동 뉴존에서 상인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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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들어 하우스푸어 대책이 정치권의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박근혜 캠프는 공격적으로 대책을 쏟아낸다. 특히 지난 9월 23일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20~40대 무주택자를 위한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이 정점이었다.

우선 하우스푸어대책으로 '지분매각제도'를 내놓았는데, 기본 개념은 '세일 앤 리스백'과 같지만 집 전체를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부채에 해당하는 지분만큼을 공적 금융기관에 매각한다는 것이 다르다. 매각한 지분의 6%를 임대료로 내면서 자신이 살던 집에 계속 거주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세일 앤 리스백 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 비판이 상당하다. 채권은행이 손실을 회피하는 데 유리할 뿐 채무자인 주택 소유자에게 유리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 주택 매각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지가 불분명하다는 점, 주택 소유자가 5년 후 되살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점, 실제 이런 식으로 매각하려는 주택 소유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 등이 그것이다. 박 후보의 지분매각제도 역시 재원이 덜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 말고는 똑같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현실성은 세일 앤 리스백보다 더 떨어진다.

둘째로, 렌트푸어 대책으로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를 내놓았다. 한마디로 집 주인이 집을 새로 임대하거나 기존 전세금을 올릴 때 전세 보증금을 세입자가 아니라 집 주인이 금융기관에서 저금리로 대출해 조달하고, 그 이자를 세입자가 금융기관에 납부토록 하는 방안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세입자가 전세를 사는 데 집 주인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다니! 결국 전세라고는 하지만 매달 대출금 이자라는 명목으로 임대료를 내는 셈이다. 월세와 무엇이 다른가? 세입자 입장에서는 굳이 이렇게 복잡한 월세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집주인 역시 그냥 월세를 주면 되지 굳이 은행 대출을 받아 전세를 줄 이유가 없다. 세상에 목돈 안 드는 전세란 존재하지 않는다.

올해 나온 선거 공약 중에 가장 황당한 선거 공약 1순위에 올라야 할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공약이 실현되면 확실하게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다. 바로 은행이다. 대출은 늘어나고, 공적 금융기관이 이자 지급보증까지 해주어 떼어먹힐 가능성도 없다. 정확히 금융권에서 설계를 해주었을 법한 정책이다. 또한 이 제도는 틀림없이 전세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셋째, 20~40대 무주택자를 위한 '행복주택 프로젝트'라는 것도 내놓았다. 일본 등지에서 벤치마킹했다고 하면서 국가 소유인 철도부지 위에 인공 부지를 조성해 고층건물을 지은 뒤 아파트, 기숙사, 복지시설, 상업시설을 지어서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싼 영구임대주택을 약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기차길 위에 지어진 20만 채의 영구임대주택이 어떤 주거환경일지 상상하는 것은 미뤄두자. 이미 새누리당은 2018년까지 공공임대주택을 120만 호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가 있다. 그런데 굳이 기차길 위 20만 임대주택을 따로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박 후보는 패러다임 전환기에 있는 주거정책의 원칙과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은 채, 대단히 급조된 것으로 보이는 졸속적인 세부 주거정책을 내놓았다.

부동산 정책은 이제 세부정책 경쟁 단계로 접어들었다. 비교적 원칙과 방향이 잘 세워진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도 세부정책을 가지고 박근혜 후보와 차별화할 시점이다. 세 후보는 시민사회에서 제시해온 주택담보 대출까지 포함하는 통합 도산법 제정으로 하우스푸어 채무조정, 주택을 담보로 하는 과잉 대출 규제법(공정 대출법)으로 약탈적 대출 재발 방지, 전월세 상한제의 조속한 입법화와 임대차 보호제도 강화,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다양한 정책 대안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진남영 기자는 새사연 연구원입니다.



태그:#2012 대선, #부동산 정책, #주거 정책, #하우스 푸어, #렌트 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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