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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견 여수지역 시민, 사회, 환경, 노동단체가 발전소 건설 찬성과 반대에 대한 각각의 의견을 냈습니다. 여수가 사분오열 나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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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전 10시, 전남 여수시 청소년수련관 어울마당에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시가 돈을 대고 여수YMCA가 주최한 '여수지역 대규모 화력발전소 신증설 문제해결 시민토론회'라는 긴 제목의 회의였죠. 여수의 한 시민단체가 시의 뜨거운 주제인 '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펼쳤습니다.

참고로 여수에서 논란이 되는 발전소는 두 곳입니다. 동서발전(주) 호남화력발전처가 계획 중인 '호남화력대체발전소'와 (주)한양이 준비중인 '한양그린발전소'가 그것입니다. 호남화력대체발전소는 약 2조5724억 원을 들여 1000MW 발전소를 짓습니다.

한양그린발전소도 비슷한 금액인 약 2조 원을 투입해 호남화력대체발전소와 같은 용량인 1000MW발전소를 지을 예정이죠. 두 곳 모두 기획재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제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발전소 건설 계획을 포함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시에서는 현재 발전소 건설에 찬성하는 사람들과 그 반대편에 선 사람들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발전소 건설 예정부지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조차 의견이 다르죠. 심지어 한 동네에서도 생각이 각양각색입니다. 여수 시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더 복잡합니다.

이런데도 시와 의회는 서로 책임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입니다.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죠. 마지못해(?) 시민단체인 여수YMCA가 나선 겁니다. 토론회를 끝까지 지켜보니 해답은 커녕 갈등만 확인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토론회 이전부터 발전소 건설을 둘러싸고 찬반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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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기 토론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찬, 반 양론이 뜨겁습니다. 시와 의회가 고민할 문제를 시민들이 대신 고민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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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심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자료집을 보고 있습니다. 깊은 갈등만큼이나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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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발전소 찬성, 일부 주민 매립반대, 환경단체 찬반 대립

하나의 예로 조합원이 약 2만3000명에 이르는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여수지부는 발전소 건설을 찬성합니다. 발전소 건설은 수많은 조합원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랍니다. 여수에서는 일거리가 없어 외지로 떠도는 근로자를 위해 발전소 건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죠.

반면, 여수산단과 건너편 묘도에 있는 '사단법인 묘도청년회'와 한국석유공사 여수지사 인근에 살고 있는 '신덕동대책위원회'는 발전소 건설의 전 단계인 매립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발전소가 들어서면 해양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준답니다.

환경단체도 의견이 나뉩니다. '여수환경운동연합'은 발전소 건설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광양만이 품을 수 있는 환경용량은 이미 차고 넘쳤고 여수산단에 전력이 부족하다는 말도 거짓말이랍니다. 하지만 또 다른 환경단체인 '사단법인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 여수본부'는 다른 말을 합니다.

'사단법인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 여수본부'는 환경을 우리가 오염시켰으니 방지할 수 있는 방법도 후손에게 알려줘야 옳답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발전소 문제가 여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바다 건너 남해 주민들도 발전소 건설에 반대 의견을 냈더군요.

'남해군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저지 대책위원회'가 여수시의회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남해는 여수에 세워진 화력발전소 때문에 그동안 수치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큰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답니다. 이렇듯 발전소 문제는 시의 경계를 넘어 다른 도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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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회 지난 28일 오전 10시, 여수청소년수련관 어울마당에서 화력발전소 신증설 문제해결 시민토론회가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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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집 토론회 자료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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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성화' 유혹.. 하지만 '기후보호국제시범도시'가 목에 걸려

이런 상황인데도 시와 의회는 마냥 손을 놓고 있습니다. 시와 의회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데는 사정이 있습니다. 여수시와 여수시의회는 얼마 전 끝난 '2012 여수세계박람회'를 준비하면서 전 세계 시민들에게 여수를 '기후보호국제시범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을 했거든요.

이산화탄소 배출을 확 줄이겠다고 말했죠.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많이 뿜어내는 발전소 건설에 찬성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하지만 시는 발전소 건설을 찬성하고 싶을 겁니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치명적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기 때문이죠.

시의 심정은 토론회에 참석한 시 재난관리과 이정남 계장이 환경단체에게 던진 질문을 들으면 조금 알수 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그는 "여수산단은 공장지역이다. 공장지역에 공장이 안 들어서면 공동화 현상이 생긴다. 환경연합은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습니다.

무슨 뜻으로 질문했는지 아시겠죠? 환경에 조금 부담이 되더라도 국가산업단지인 이곳에 발전소를 세우는 일은 당연하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시가 대놓고 찬성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국제기후보호시범도시'라는 구호가 목에 가시처럼 걸려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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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화력대체발전소 한국동서발전(주) 호남화력발전처가 계획중인 '호남화력대체발전소' 추진계획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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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햔양그린발전소 (주)한양이 구상중인 '한양그린발전소' 건설계획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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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피하고자 토론회 맡겼다가 더 복잡하게 꾜여

시의회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몇몇 의원을 빼고는 대부분 발전소 건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대놓고 찬성을 하기 곤란합니다. 시민들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 표를 의식해서인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시의회는 제143회 임시회에서 화력발전소 건설을 논의하려다가 좀 더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보자며 골치 아픈 이 문제를 다음 임시회로 넘겼습니다. 그 사이 여수에 있는 여러 단체들은 서로 입장을 밝히며 갈등의 골을 넓히고 있습니다.

발전소가 세워지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합니다. 또, 광양만과 여수산단의 환경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도 인정하고 있죠. 때문에 이번 토론회에서도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를 통해 확인한 사실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발전소 건설에 대해 찬성과 반대 입장이 확고하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시와 의회는 발전소 건설 문제에서 한 발짝 물러서 책임을 떠넘기고자 시민단체에게 토론회를 맡겼다가 더 곤란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이런 모양새가 되다보니 토론회 끝 무렵에 나온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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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창곤 의원 여수시의회 전창곤 의원이 발전소 반대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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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차 전력수급계획 분과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세종대 기후변화센터 이상훈 연구실장은 "여수시가 발전소와 여수산단에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다고 크게 고민할 필요 없다. 이산화탄소에 의한 기후변화는 국가 차원에서 고민할 일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다만, 시가 여수의 정체성으로 등장한 '기후보호국제시범도시'라는 타이틀을 포기하면 발전소 건설로 인한 이산화탄소 증가에 대해 크게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더군요.

시는 과연 '기후보호국제시범도시'라는 멋진 포장을 쉽게 버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