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겹살 먹을까? 누나랑."지난 20일 퇴근길, 아이들에게 묵직한 '돌 직구' 문자를 던졌습니다. 마침 아내가 1박 2일 일정으로 출장을 간 터라 아이들과 밥을 차려 먹을 게 걱정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아내의 부재는 아이들에게 더 큰 걱정이긴 합니다. 왜냐면 엄마가 있을 때는 엄마가 아이들에게 밥을 꼬박꼬박 챙겨주니까요. 하지만 아빠만 있을 때는 아이들이 아빠 밥을 차려야 하니까 엄청 싫어합니다. 아이들의 심정을 요즘 세대의 말로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아빠, 개 싫어.'아빠 입장에서는 아이들 말투가 몹시 거슬립니다. 그래도 중학생 아이들이 차려주는 밥을 먹는 행운(?)을 즐기려면 성질을 죽여야 합니다. 이때 한 아이에게만 임무를 부여하면 실패하기 마련입니다. 반드시 일을 나눠야 합니다. 가령 이런 식이죠.
'딸은 밥을 차리고, 아들은 설거지.'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은 후다닥 밥을 차립니다. 간혹 "오늘 설거지는 아빠가 할게"라고 하는 날이면 한 녀석은 횡재한 듯 환호성을 지릅니다. 이게 아내가 없을 때 우리 가족이 식사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아내는 평소 자기가 없으면 "고기 집에 아이들 좀 데려가 데이트 좀 하라"며 소통을 권합니다. 아빠도 아이들과 친해지려는 노력을 부단히 해야 한다는 뜻이죠. 저도 아내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그 때문에 20일 저녁, 아이들에게 삼겹살을 먹자고 제안했습니다. 아들과는 이런 대화를 나눴습니다(내용은 이미지 참고).
"삼겹살 먹을까? 누나랑.""네. 근데 X 좀 쌀게요.""누나랑 미용실 밑으로 와."아들에게 "누나와 연락을 취하라"고 했더니 그룹 채팅을 시도하더군요. 그룹 채팅방에서 아이들인 저들끼리 대화를 나누더군요.
"돈은 있어?""아빠 있겠지.""그런가. 이런 건방진 애송이 태빈아!"아빠의 지갑 사정을 걱정하는 아이들에게서 대견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딸이 던진 말 '건방진 애송이'에서 빵하고 터졌습니다. 이후 딸이 제게 문자를 보내더군요.
"아빠! 쫌만 기다려줘!""아빠 어디 있을 건데?""엄마랑 먹었던 데...""오오! 알겠어. 최대한 빨리 갈게~"가만있을 수 있나요? 아내에게 자랑 했습니다. 아내의 답신도 그런대로 준수한 편이었습니다.
"당신 출장기념으로 우리 셋은 삼겹살 파티한다~^^""맛있겠다."저만 자랑한 줄 알았더니, 피는 못 속인다고 딸도 엄마에게 자랑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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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에게 보낸 문자에는 엄마의 질투(?)가 듬쁙 들어 있었습니다. |
ⓒ 임현철 | 관련사진보기 |
"엄마 우리는 삼겹살 먹는다~~""맛있냐? 에미가 없는디 그게 입에 처묵처묵 들어 가냐?"딸의 반응은 일부러 캡쳐를 안하고 숨겼습니다.
"암 들어가지 ㅠㅠ, 이제 가려고..."배가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아내 없는 사이, 아이들과 아빠가 누린 소통은 참 행복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