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일하랴, 공부하랴 피로가 쌓인 현대인들이 단잠에 푹 빠져있을 토요일 아침 8시 45분, MBC에서 방송하는 <시추에이션 휴먼다큐 그날>(이하 <그날>)은 보통 사람 또는 유명인들의 삶에 결정적인 순간이 된 '그 날'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2012년 2월 FC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된 구자철 선수.

2012년 2월 FC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된 구자철 선수. ⓒ MBC 화면캡처


<그날>은 2010년 11월 첫 방송 이후, 외딴 섬 가의도에 위치한 할머니들의 공부방 이야기(가의도 한글학교, 반장 선거하는 날: 2012.4.7 방송)부터 '2012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대회를 준비하는 모습을 담은 '배드민턴 국가대표 이용대, 정재성의 그날(2012.1.14 방송)'까지 다양한 주인공과 소재를 소개해왔다.

지루한 일상이지만 누구에게나 특별한 날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날>은 특별한 하루를 기점으로 '그 날'을 대하는 인물의 태도에 주목해왔다. 하지만 15일 방송된 '구자철, 독일로 돌아간 그날'은 특별한 그 날을 준비하는 모습이 아닌, 그 날 이후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전과는 다른 기획을 보여주었다.

축구 국가대표 구자철의 '그 날'은 그 자신뿐 아니라 18명의 동료, 그리고 5천만 국민들 가슴 속에도 남아있을 2012 런던올림픽 축구 동메달 결정전이 열린 날(8.11)이었다. 이날 구자철은 박주영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전 쐐기골을 성공 시켰을 뿐 아니라 거칠지만 칼 같은 태클로 번번히 상대팀의 흐름을 끊기도 한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한국 축구 사상 첫 메달을 따고 다시 FC 아우크스부르크로 복귀한 구자철을 <그날>팀이 만났다.

 구자철 선수의 트위터. 멘션으로 <그날>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다.

구자철 선수의 트위터. 멘션으로 <그날>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다. ⓒ 구자철 트위터


런던올림픽이 끝난 뒤 독일로 돌아간 구자철은 경기뿐 아니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소소한 일상과 사진들을 공개해가며 국내 팬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동안 기사를 통해 전해 듣던 구자철 경기 소식, 트위터 등 SNS에 올라온 사진으로 보던 구자철의 일상을 <그날> 제작팀은 영상으로 보여줬다. <그날>팀이 독일에서 만난 구자철은 지난 1일 FC 샬케 04와의 경기에서 오른쪽 발목 인대 부상을 당한 뒤 재활 치료에 전념하고 있었다. 리그에서의 꾸준한 활약과 런던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이끈 리더십으로 주가가 상승 중인 구자철에게 예상치 못한 부상이 닥친 것이다.

수술을 권하는 의사의 조언을 뒤로하고 구자철은 재활을 택했다. 수술을 하게 되면 완치까지 3개월간 경기 결장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인대가 끊어진 채 재활 치료를 할 경우 6주 뒤 필드로 복귀할 수 있는 상황. 구단은 선수보호 차원에서 구자철에게 수술을 권했지만, 완치보다는 하루빨리 팀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지난 2월 FC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된 뒤 2011-12시즌 15경기 동안 5골을 넣어, 강등권에 놓였던 팀을 1부 리그에 잔류시킨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임대신화 'KOO'로 불리며 팬들과 구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일단 팀한테 가장 미안하죠. 제가 1년 임대고 팀이 저를 이용하고 쓰기 위해서 투자한 금액을 제가 알고 있기 때문에, 그 투자한 금액만큼 활약을 펼쳐줘야 하는 시기인데 제가 지금 만약에 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한 달 이상 경기를 나갈 수 없다고 하니까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리고, 당장 국가대표팀 월드컵 예선도 있는데 여러 가지로 마음에 걸리는 건 사실 있죠."

 구자철이 부상을 이겨내고 그라운드로 복귀하겠다는 다짐을 전하고 있다.

구자철이 부상을 이겨내고 그라운드로 복귀하겠다는 다짐을 전하고 있다. ⓒ MBC 화면캡처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 FIFA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를 열흘 앞두고 당한 부상이었지만 '구긍정'이라는 평소 별명답게 그는 씩씩하게 상황을 이겨내고 있었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지금 부상을 입은 것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대표팀에 못 가는 것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저는 항상 그 이유를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는데요. 제가 지금 올림픽이 끝나고 굉장히 피곤한 상태에서 대표팀에 가서 대표팀에 부담을 주는 것 보다는, 대표팀도 그렇고 저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부상으로 인해서 못 가게 된 게 오히려 양쪽 모두한테 어떻게 보면 더 잘 된 일이라고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빨리 다시 회복을 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2011년 2월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이후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시즌의 반을 흘려보냈다. 언어도 통하지 않았고 독일의 모든 것이 낯설고 싫었다. 그라운드가 아닌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늘어만 갔다. 당시 구자철은 '한국에 가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얘기 했지만 그 속마음 달랐다. '두고 봐라. 적응해서 이 곳에서 내가 원하는 축구를 하겠다'. 이후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된 구자철은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독일 진출 뒤 마음먹은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아 힘들었지만 그 시기를 지혜롭게 이겨냈듯이 그는 이번 부상 또한 긍정적인 사고와 철저한 자기 관리로 하루 빨리 털어낼 생각이다.

"현재 또 부상 중인데, 이 시간을 지혜롭게 보내고 치료 잘 받아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경기장 안에서 찾아 뵙겠습니다."

그라운드에서 그를 다시 볼 '그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구자철 그 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