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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왕의 꿈>의 김춘추(최수종 분).
 <대왕의 꿈>의 김춘추(최수종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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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새로 내놓은 주말사극 <대왕의 꿈>은 나당연합(신라-당나라 연합)의 장본인인 태종무열왕 김춘추를 다룬 드라마다.

지난 8일 방송된 <대왕의 꿈> 첫 회에서, 주인공인 김춘추(최수종 분)는 오랜 친구인 김유신(김유석 분)과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논쟁의 핵심은 '고구려·백제를 무너뜨리는 일에 당나라를 끌어들이는 행위가 올바른가'였다. 김유신은 "이것은 결국 신라를 당나라의 노예로 만드는 일"이라며 공격했고, 김춘추는 "당나라를 이용한 뒤 몰아내면 그만"이라고 응수했다.

비록 가상의 논쟁이기는 하지만, 시청자들이 누구의 논리를 더 지지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공개적으로 김춘추에게 찬성표를 던질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 속 김유신을 지지하건 김춘추를 지지하건 간에, 이 논쟁을 현대 대한민국에 적용할 때 반드시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 있다. 그것은 김춘추 시대의 신라와 오늘날의 한국을 평행선상에 놓고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왜냐? 가상의 논쟁이기는 하지만, 당시의 신라는 그런 논쟁을 할 자격이 있었고, 오늘날 대한민국은 그런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신라는 남을 이용하느냐 마느냐를 논쟁할 자격이 있었던 데 비해, 한국은 그럴 자격이 없다는 말이다. 이것은 무슨 말일까?

비주류 세력 따돌리지 않고 포용, 신라의 힘

김춘추(604~661년)가 태어나기 70여 년 전만 해도 신라는 사실상 동북아 최약체였다. 고구려·백제·가야·왜국에 의해 사방으로 둘러싸인 신라는 항상 사직의 존망을 걱정해야 했다. '가야는 소국 연맹체였으므로 신라가 가야보다는 강했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따르면, 서기 2세기 초인 제5대 파사왕 때 신라는 가야의 간섭을 받은 적이 있다. 가야왕이 신라 내부문제에 대해 재판권을 행사한 사실은 당시의 신라가 가야의 속국이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얼마 안 가서 가야의 간섭을 벗어나기는 했지만, 신라는 오랫동안 가야를 능가하지 못했다. 양국의 영토는 비슷했지만, 가야가 우수한 철기문화를 보유하고 왜국과도 연대했기 때문에 신라한테는 가야가 벅찬 상대였다. 

이런 상태가 김춘추 시대에도 계속됐다면, 김춘추의 신라는 당나라와 동맹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수평적 동맹이건 수직적 동맹이건, 한쪽의 실력이 너무 낮으면 동맹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그것도, 당나라 같은 슈퍼파워와 동맹을 맺으려면 최소한의 실력은 갖춰야 한다.

당나라가 아무리 고구려·백제를 미워했다 해도, 신라가 너무나 보잘것없는 수준이었다면 동맹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당나라가 신라와 동맹을 체결한 것은, 그 이전에 신라가 내부적으로 상당한 단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단계일까?

 <대왕의 꿈>의 김유신(김유석 분).
 <대왕의 꿈>의 김유신(김유석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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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4세기에 시작된 중국의 분열이 수습 국면에 접어든 뒤인 6세기 초반. 이때부터 신라는 대약진이라 할 정도의 대대적인 도전에 나섰다. 그 시작은 532년에 가야연맹의 일원인 금관가야를 통합한 일이다. 뒤이어 신라는 562년에 대가야까지 통합함으로써 지금의 경상남북도를 한데 아우르는 영토를 확보했다. 이로써 신라는 백제에 밀리지 않는 규모의 영토를 확보하게 되었다.

가야연맹을 흡수함으로써 신라가 얻은 수확은 한둘이 아니었다. 가야 땅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우수한 철기문화에 기초한 가야의 기술력까지 흡수했다. 또 가야와의 동맹을 무기로 신라를 압박하던 왜국의 영향력을 약화시켰다.

신라는 단지 외형적 성장에만 주력하지 않았다. 그에 걸맞은 내부적 성장, 특히 내부통합에도 관심을 두었다. 신라는 새로 확보한 것들을 신라의 깃발 아래로 하나로 통합했다. 새로 확보한 것들이 기존의 신라와 잘 버무려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 가야 유민의 활용이었다. 신라 치하에서 비주류로 소외될 수밖에 없는 가야 유민들을 적극 포용하고 통합했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가야 왕족 출신인 김유신은 화랑조직과 신라 정계에서 입지를 구축했고, 김문희(김유신의 동생)와 김춘추의 아들인 김법민(문무왕)은 '반쪽 가야인'이라는 콤플렉스를 안고도 신라 왕위에 올랐다. 비주류 세력을 따돌리지 않고 이들을 적극 활용한 신라 사회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위작 논란이 있는 필사본 <화랑세기>에서도 그런 사례를 찾을 수 있다. 필사본 <화랑세기> 제10대 풍월주 미생 편에 따르면, 가야 유민들은 김춘추가 태어나기 전인 6세기 후반에 신라 화랑 내부의 5대 파벌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이 책 제17대 풍월주 천광 편에 따르면, 가야 유민들은 626년 이후에는 화랑도의 주도권까지 장악했다. 626년이면 백제가 망하기 34년 전이었다. 최대의 민관 합동조직인 화랑도에서 가야 출신들이 이처럼 성장했다는 것은 가야인들의 역량을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신라인들의 포용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내부통합 달성 뒤 외세 고민... 그럴 자격 있었다

 최약체 시절의 신라. 지도는 5세기 상황. 출처는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최약체 시절의 신라. 지도는 5세기 상황. 출처는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 교육인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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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단순히 영토를 늘리고 기술문화만 수용한 게 아니라, 새로 편입된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을 신라 사람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신라는 최약체 지위를 벗어던지고 강국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는 가야 복원운동을 벌이는 복야회라는 조직을 보여주었지만, 그것은 드라마 속의 설정에 불과하다. 가야 멸망 얼마 뒤인 6세기 후반부터 가야인들이 화랑조직에서 자리를 잡은 데서 알 수 있듯이, 신라인들은 비주류 세력을 소외시키지 않고 그들에게도 공간을 내주었다.

만약 비주류인 가야인들을 따돌렸다면, 신라는 외부로 뻗기는커녕 내부문제에 대처하느라 골머리를 앓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고구려·백제를 멸망시킬 계획을 세우기는커녕 두 나라에 의해 멸망당하지 않을 걱정이나 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라 주류세력은 비주류 세력과 더불어 한 식탁에 앉아 식사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그들은 비주류 세력과 더불어 하나의 된장국을 공유하는 것을 꺼림칙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 같은 인적 통합은 신라의 역량을 강화시켜 주었고, 이 덕분에 신라는 당나라 같은 슈퍼파워와 손을 잡는 단계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물론 나당연합은 민족사적으로 해로운 일이었지만, 신라는 내부 통합을 달성한 뒤였기 때문에 당나라를 끌어들일 것인가를 고민할 자격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내부 통합도 달성하지 못했다면 외세를 끌어들일 자격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런 고민을 할 자격도 없었다고 평가해야 한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그런 자격을 갖고 있을까? 양극화 문제나 학교급식·무료보육 문제에 대한 태도에서 나타난 것처럼, 대한민국 지도층 중에는 국민통합에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이것을 저지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열심히 살았으면 가난하게 됐겠냐고 말하지만, 대한민국에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똑같이 땀 흘려 일하는데도 양극화가 심해진다면, 이런 나라에 애착을 느낄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 점을 무시한 채 자기 계층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그렇게 분열을 조장하는 지도층 인물들이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이 이끄는 대한민국이 과연 신라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렇게 내부통합도 안 된 나라가 외세와의 동맹을 고민할 자격이 있을까? 신라가 당나라를 끌어들인 행위는 옳지 않지만, 비주류 세력을 따돌리지 않고 그들과 하나가 된 신라의 지혜만큼은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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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 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신라왕실의 비밀,왕의 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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