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그의 눈은 초점을 잃었습니다. 아니 아예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그의 눈은 초점을 잃었습니다. 아니 아예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썰렁합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문을 열었지만 팔 물건이 없습니다. 지난 2일 찾아간 완도수협 어판장과 중앙시장은 개점휴업 상태였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은 뜸하고 가게와 식당들은 드문드문 문을 열고 있었지만 허허롭기만 합니다.

미역 포자 배양장입니다. 1322m²(400평) 규모의 시설은 송두리째 주저앉았습니다. 이곳 시설에서 미역 포자를 3개월 키워서 바다에 이식합니다. 한해 미역농사를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시설입니다.

미역포자 이식 목전에 두고 태풍에 풍비박산, 한해 농사 다 망쳐

미역 포자 배양장입니다. 1,322m²(400평) 규모의 시설은 송두리째 주저앉았습니다.
 미역 포자 배양장입니다. 1,322m²(400평) 규모의 시설은 송두리째 주저앉았습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배양된 포자는 바다로 이식해 키워집니다. 그런데 포자 이식을 목전에 두고 태풍에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한해 농사를 망친 게지요. 바다에서 자란 미역은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수확을 하게 됩니다.

"손 한번 못써보고 맥없이 다 무너져 내렸어요, 배양장이 완전 못쓰게 돼부러 다 철거해서 고철 처리해야 되요. 억장이 무너져요."

엄청난 재앙입니다. 이렇게 거센 바람은 난생처음이었습니다. 태풍 소식에 뜬 눈으로 지새우다 오전 5시 15분께 배양장에 나왔습니다.

차병문(58)씨는 무력감과 상실감으로 망연자실입니다.
 차병문(58)씨는 무력감과 상실감으로 망연자실입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강풍에 무너져 내린 일부 시설을 쇠파이프가 힘겹게 버티고 있습니다.
 강풍에 무너져 내린 일부 시설을 쇠파이프가 힘겹게 버티고 있습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차병문(58)씨는 무력감과 상실감으로 망연자실입니다. 두 눈 빤히 뜨고 바라보면서도 손 한 번 써보지 못한 채 무너져 내렸습니다. 배양장이 쑥대밭이 됐습니다.

포자판 한 개의 가격은 싯가 2500원입니다. 1만5천여 개이니 피해액은 3750만 원입니다. 구조물 피해악까지 합산하면 7천여만 원의 피해가 났다고 합니다. 가슴 아픈 일입니다.

포자판을 물에 씻어냅니다. 포자판 한 개의 가격은 시가 2천5백 원입니다.
 포자판을 물에 씻어냅니다. 포자판 한 개의 가격은 시가 2천5백 원입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이곳은 완도 정도리의 ‘화흥포경인종묘배양장’입니다.
 이곳은 완도 정도리의 ‘화흥포경인종묘배양장’입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3개월 다 키웠어요. 낼 모레부터 바다로 내기 시작하는데 포자가 쑥대밭이 됐어요. 시설이 망가진 데다 비까지 내려붕께 다 못쓰게 돼 부렀어요."

이곳은 완도 정도리의 '화흥포경인종묘배양장'입니다. 강풍에 무너져 내린 일부 시설을 쇠파이프가 힘겹게 버티고 있습니다. 햇빛가림 차광막은 갯바람에 무심하게 휘날립니다.

광어와 도다리를 파묻어 악취가 진동합니다.
 광어와 도다리를 파묻어 악취가 진동합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축양장은 악취 진동으로 구제역 악몽 되살아나... 피해 복구에 구슬땀

축양장입니다. 광어와 도다리를 파묻어 악취가 진동합니다. 순간 몇 해 전 전국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축산 농가들이 피눈물을 흘렸던 구제역의 악몽이 되살아났습니다.

축양장은 폐허 그 자체입니다. 여기저기 고철더미가 수북합니다.
 축양장은 폐허 그 자체입니다. 여기저기 고철더미가 수북합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폭격을 맞은 듯합니다. 악취 속에서 묵묵히 현장을 수습하고 있습니다. 함께 한 이들은 인근 군부대와 완도군청 직원들입니다. 유한수산(65·김정호)의 축양장은 폐허 그 자체입니다. 여기저기 고철더미가 수북합니다.

1년 6개월을 키운 광어와 도다리 32만 미(광어 12만 미, 도다리 20만 미)가 다 몰살됐습니다. 전기 시설은 멀쩡했지만, 축양장으로 통하는 바닷물의 유입은 차단됐습니다. 해일이 덮쳐 바닷물을 끌어 올리는 흡입구 배관이 막힌 것입니다. 기관실도 완전 침수됐습니다.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어요. 아무 의욕이 없어요."

하루 40~60여 명의 인원이 일주일채 도움을 주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초점을 잃었습니다. 아니 아예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아픔이 너무도 커 보입니다. 하지만 도움을 준 이들의 고마움에 보답키 위해서라도 힘을 내겠다고 합니다.

"돌아오는 추석에 다 낼라고 그랬죠. 시설비 포함 피해액이 20억 원입니다. 예전처럼 복구는 엄두도 못내요. 대안이 없습니다."

12년을 하루같이 지켜온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몽땅 날아갔습니다.
 12년을 하루같이 지켜온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몽땅 날아갔습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12년을 하루같이 지켜온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몽땅 날아갔습니다. 하지만 그는 또다시 일궈 낼 것입니다.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군인과 공무원들이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전남도 재산 피해규모 5천억 원... 피해 농·어가 도움 절실해

태풍 볼라벤과 덴빈으로 인한 전남도의 재산 피해규모가 5천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전라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의 9일 현재 피해액 집계 결과입니다. 완도군이 825억 원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어 장흥군이 586억1천만 원 해남군이 475억 원 등의 순으로 뒤를 잇습니다.

이틀 간격으로 몰아친 태풍의 피해는 실로 처참했습니다. 이제 다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재앙을 사전에 예방하는 특단의 대책과 도움이 절실해 보입니다. 이들이 하루빨리 아픔을 털어내고 빠른 치유와 복구로 훈훈한 추석 명절을 맞이할 수 있도록.


태그:#태풍, #볼라벤, #완도, #미역 종묘 배양장, #축양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