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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문제 등으로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 가운데 우익단체들의 시위가 연이어지는 등 일본 내 반한(反韓)기류가 심상찮은 모습이다.

25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의 가지와키(柏木) 공원에 모인 우익단체 회원 약 300여 명은 도쿄의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신오쿠보(新大久保)까지 행진하며 "조센징(한국인을 비하하는 일본식 표현)은 일본을 떠나라"고 외쳤다. "여자 아이 할 것 없이 죽이자"는 구호까지 나왔다. 현지인들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반한시위가 이어졌지만, 25일은 그 규모가 가장 컸다.

'한국정벌 국민대행진'란 이름으로 알려진 이날 시위는 우익활동가 사쿠라이 마코토(41)가 주도했다. 그는 2009년 조선초급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여 유명해진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 회장으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우익활동을 하다 최근 오프라인까지 활동영역을 넓혔다. 지난 3월에는 일본의 한 화장품모델로 선정된 배우 김태희씨 퇴출시위를 벌여 한국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아이디 fuj***이란 일본인이 동영상 전문사이트 유튜브에 올린 25일 시위 현장 영상에는 사쿠라이가 시위대를 이끄는 모습이 나온다.

이날 시위대는 욱일승천기와 '일한 단교'라고 쓴 선전물을 들고 한국인들이 운영하거나 한국 상품을 팔고 있는 가게 앞에서 "일본인이라면 조센징 가게를 이용하지 말아라"고 외쳤다. 또 "너희(한국인)들은 여기서 돈 벌면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김치 냄새 난다" 등 야유를 보냈다. 한 화장품 가게 앞에서는 간판을 발로 걷어차고 종업원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등 3~4분여간 소란을 피워 경찰이 시위대를 저지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이 일본을 얕보고 먼저 시비를 걸어서 우리의 분노를 보여준다"며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 뒤 해산했다.

우익단체 "조센징은 한국으로 돌아가라"... 주일대사관 "신변안전에 유의하라"

몇몇 일본 네티즌들은 반한시위에 찬성하는 모습이었다. sen****이란 아이디를 쓰는 한 일본인은 25일 시위 동영상에 "한류 드라마 방송과 연예인 활동을 금지하고, 조선학교 수업료 보조금 등 한국인 재일 특권을 없애야 한다"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일본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지만, 일본은 한국 없이도 있을 수 있다"는 댓글을 남겼다. 아이디 bsm***은 "서툰 데모보다는 이게(강도 높은 시위)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시위를 옹호했다.

"일본의 수치, 부끄럽다(아이디 ban****)" "이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아이디 rp***)"라며 시위대를 비판하는 의견도 있었다. 일본인 트위터리안 @kum****은 "눈물이 나 도저히 (시위 동영상을) 끝까지 못 보겠다"며 "내가 사랑하는 일본은 이게 아니다,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상식이나 도리를 벗어났다"는 글을 썼다. 또 다른 일본인 @cho****는 "사랑하는 한국분들에게, 데모 미안하다"며 "하지만 모두가 혐한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일본 현지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12년째 일본에서 거주 중인 김현민(가명·35·회사원)씨는 "관광 온 사람들한테도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협박한다"며 "밖에선 해코지당할까봐 한국말도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씨 스스로도 '이러다가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란 신변의 위협을 느낄 정도다. 그는 "이곳 재일동포들은 대부분 새누리당 지지자인데, 요즘엔 '이명박 대통령이 왜 무책임하게 독도방문을 해 우리에게 피해를 주냐'고 비판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유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온라인 카페에는 25일 시위 당시 "한국인을 만나면 죽일듯한 기세로 일장기 들고 난리"라며 "모두 몸조심하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회원은 "요 며칠 반한감정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며 "심리적인 부담으로만 치면, 작년 3·11 지진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일관계 악화에 우익단체의 반한시위까지 이어지자 주일 한국대사관은 지난 10일과 17일 공식 홈페이지에 '우리 국민 신변안전 유의 강화'를 공지했다. 주일대사관은 이 글에서 "최근 한일관계를 배경으로 우리 국민에 대한 일부 물리적 공격사례와 협박문 수신 등이 발생하고 있어 우리 국민·동포의 안전이 한층 우려되고 있다"며 "▲ 일본 시위대에 접근 금지 ▲ 자극적인 발언 자제 등 신변안전을 위협받을 수 있는 행동은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주일한국대사관이 8월 10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 한일관계 악화로 한국 국민·교포 등의 신변안전에 위협이 발생할 것을 우려, 안전을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주일한국대사관이 8월 10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 한일관계 악화로 한국 국민·교포 등의 신변안전에 위협이 발생할 것을 우려, 안전을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태그:#독도, #한일관계, #우익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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