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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떠난 연동마을 정동순씨 고향 집은 아무도 반겨줄 사람 없어 쓸쓸하기만 했다.
▲ 연동마을 정동순씨 집 어머니 떠난 연동마을 정동순씨 고향 집은 아무도 반겨줄 사람 없어 쓸쓸하기만 했다.
ⓒ 김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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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토) 오후 곡성 연동마을. 한줄기 소낙비가 내리고 간 콩밭 언덕길에 우북하게 자란 풀잎마다 빗방울들이 대굴 대굴 궁굴며 빛나고 있다. 시푸르뎅뎅 잘 자란 콩밭두렁을 빙 돌자 밭 가장자리에 연둣빛 이불을 덮고 누워 계신 연동 어머니 묘소가 보였다.

'아이고메! 우리 동순이가 그 먼 미국서 새끼들 데리고 왔네. 어찌까이. 내가 이렇게 누워 있어서. 음마! 우리 순천 사위도 함께 왔네. 허허! 오늘은 넘 좋은 날이네!'

소리치며 얼른 일어나 달려올 것 같은 연동 어머니는 아무런 기척도 없다. 어머니는 그저 한 줄기 바람이라도 붙들고 싶었던지 봉문에 자란 띠풀이 바람결에 이리저리 흔들거리고 있다.

정동순씨와 아들 규동, 규원이가 절을 올리고 나서 눈물짓고 있다.
▲ 연동마을 어머니 산소 정동순씨와 아들 규동, 규원이가 절을 올리고 나서 눈물짓고 있다.
ⓒ 김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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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암과 힘겹게 싸우며 병실에 누워 투병 중이던 외할머니 옆에 온종일 앉아 전화기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외손자 규동이. 외할머니는 규동이를 '우리 강아지'라고 부르셨다. (관련기사:  "참나! 허망허네요. 내가 암이다요 암")

"우리 강아지와 전화기 놀이하며 놀까?" 하시며 전화카드를 넣으면 사탕 한 개씩 튀어나오는 전화기를 가지고 놀았다 한다. 외할머니는 사탕을 받아먹고 환하게 미소를 짓던 규동이를 바라보며 통증을 잊으셨다. 규동이는 할머니 산소를 보자 "할머니! 강아지 왔어요" 외치며 그만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이내 눈물 콧물 쏟으며 흐느끼며 울기 시작한다. 규동이는 산소 가는 길에 내가 준 과자를 먹지 않아서 물었더니, 할머니 산소 앞에 먼저 드리고 먹겠다고 할 만큼 의젓하게 자랐다.

동순씨도 아들 규동이를 꼭 껴안고 말을 잇지 못한다. 규동이는 미국 시애틀 집으로 가지고 간 그 전화기 장난감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한다. 동순씨도 고향 연동마을 집 수화기를 타고 낭랑하게 들려오던 어머니 목소리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던 3년 동안 너무 서러웠던지 아들을 붙잡고 엉엉 울고 있다. 철부지 둘째 규원이는 왜 형과 엄마가 붙들고 우는지 눈만 깜박거리고 있다.

규동이는 먹고 싶은 과자를 개봉하지 않고 참고 참았다가 이내 할머니 산소 앞에 바친다.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에 이젠 먹어도 된다고 해도 외할머니 산소 주위에 뿌려준다. 외할머니의 정과 사랑이 규동이 가슴에 넘쳐흘러 잊을 수 없나 보다.

규동은 먹고 싶은 과자를 할머니 산소 앞에 바친다

연동마을 어머니께서 가꾸던 고사리 밭을 헤치며 가고 있다.
▲ 연동마을 아버지 산소 가는 길 연동마을 어머니께서 가꾸던 고사리 밭을 헤치며 가고 있다.
ⓒ 김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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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순씨와 나는 어머니께 술 한 잔씩 올리고 절을 했다. 그리고 200여 미터 쯤 떨어진 연동아버지께 가는 길. 길을 아는 동순씨가 앞장서서 잡목과 가시덤불을 헤치며 간다. 밭두렁을 올라서자 "낫을 가지고 왔어야 하는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칙칙한 길을 뚫고 가자 밭두렁이 나왔다. 연동 어머니가 가꾼 고사리 밭이란다. 규동이와 규원이는 가시덤불 헤치며 몸만 포도시 빠져나가는 몹시 힘들 길인데도 또 팔과 목을 마구 물어대는 모기와 싸우며 가는 길임에도 아무런 불평도 없이 동순씨 뒤를 졸졸 잘도 따라간다.

쇠어버린 고사리가 허리까지 나풀거리며 앞길을 가로막자 동순씨는 발로 착착 한쪽으로 누이며 길을 내며 간다. 고사리 밭 끄트머리 쯤 아버지 산소가 보이자 "내가 길을 잘 못 들었네, 차라리 아래 감나무 밭으로 올라올 것인디 영 아니네"라며 중얼거린다.

쇠어버린 고사리를 한쪽으로 누일 때마다 그 속에서 연하게 올라온 고사리들이 몇 개씩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 고사리들을 보자 땀에 젖은 어머니 얼굴이 생각났던지 "울 엄마가 심어 놓은 고사리들이 때가 지났는디도 여기저기서 아직도 주인을 기다리고 있네. 아이고! 울 엄마가 힘들게 가꾼 고사리 하나를 밟아서 뭉게부렀네"하며 조심스럽게 발길을 옮기고 있다.

술 한 잔 따라 놓고 절을 올리려 하고 있다.(오른쪽은 어머니 이장하려고 가묘를 써 놓았다.)
▲ 연동마을 아버지 산소 술 한 잔 따라 놓고 절을 올리려 하고 있다.(오른쪽은 어머니 이장하려고 가묘를 써 놓았다.)
ⓒ 김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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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순씨가 아버지께 술 한 잔 따라 올리고 우리들은 절을 했다. 규동이와 내가 한 잔씩 술을 더 올리고 나자 "울 아부지가 살아생전 여긋따 자리를 잡고 얼매나 좋아라고 힜는지 몰라요. 앞이 훤히 트이고 정재뜰과 앞산이 빙 둘러쳐진 이곳에 누우먼 햇빛이 사시사철 비춘게 뜨뜻히서 참 좋겠다고 넘넘 좋아라 했지요. 평소 소주를 무척 좋아허셨는디…"하며 남은 술을 마저 무덤가에 붓는다.

어머니 안 계신 고향집에 들어선 동순씨는 여기저기 둘러보며 부모님과 2남 5녀 형제들이 나뒹굴며 행복했던 시간들을 회상하고 있다. 닭장, 헛간, 재래식 화장실, 수돗가, 창고를 둘러보다가 헛간에서 나뒹굴고 있던 아버지의 지게를 발견하고 만져보며 규동이에게 짊어보라 한다.

아버지의 등짝에 일곱 자식들 굶지 않도록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 년 내내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날랐을 지게는 그만 세월 앞에 멈춰서고 말았다. 규동이가 지게를 한 번 짊어져 보려고 볏짚으로 딴 '띠방(밀삐)걸이'에 어깨를 넣자 그만 '띠빵'이 뚝 끊어져 버린 모습에서 동순씨는 등 굽은 아버지 얼굴이 떠올라 울컥했으리라.

동순씨는 아버지 지게를 꺼내 아들 규동이에게 한번 짊어져 보라했다.
▲ 연동마을 아버지 지게 동순씨는 아버지 지게를 꺼내 아들 규동이에게 한번 짊어져 보라했다.
ⓒ 김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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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순씨 집에는 외지에서 온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셨다. 동순씨 식구들은 고향집에 아무도 살지 않으면 폐가로 방치되어 무너지니 사람을 살게 한 것이다. 집에 사람이 살고 있으니 동순씨는 이제 한국에 나오면 고향집에서 묵고 갈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미리 내 고향 진뫼마을 집에 가서 자고 가도록 권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꼭 도수 오라버니 부모님께 고맙다고 큰절 올리고 싶다'며 산소에도 간다고 전자우편이 왔었다.

"도수 오라버니가 울 엄마한테 넘넘 잘 했으니 이번에 한국 나가면 저도 도수오라버니 엄마한테 술 한 잔 게서 올리고 싶어요."

"아이고메! 시방은 못 가. 풀이 어치게 차부렀더니 길이 어디가 어딘지 모를 정도여. 벌초허로 간 사람들이 길을 내야 간디 시방은 절대 못 가."

"긴 바지와 등산화를 준비해 갈 거니까 그리 아세요. 도수 오라버니가 울 엄마한테 너무 잘 힜는디 나만 받고 그냥 말 수는 없어요. 꼭 찾아뵙고 막둥이 도수 아들 둬서 저와 울 엄마가 외롭지 않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다며 '고맙다'고 꼭 큰절 올릴 거예요."

초롱초롱 빛나는 진뫼마을에서 다슬기 잡다

정동순씨 여동생 종임씨는 "도수 아저씨가 울 엄마한테 너무 잘 힜다"며 진뫼마을 풍경을 멋지게 그려 선물했다.
▲ 섬진강 진뫼마을 정동순씨 여동생 종임씨는 "도수 아저씨가 울 엄마한테 너무 잘 힜다"며 진뫼마을 풍경을 멋지게 그려 선물했다.
ⓒ 정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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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 어머니께서 하늘나라로 가버려 고향집에서 지낼 수 없게 된 동순씨는 임실 진뫼마을 우리 집에서 여장을 풀었다.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마을 앞 섬진강에 나가 물장구를 치며 신나게 놀았다. 자맥질하며 놀던 규동이는 징검다리 위쪽에 놓인 '허락바위'를 어떻게 찾았는지 신기하다는 듯 크게 소리치며 엄마를 부른다.

"엄마! 바위에 글씨가 파졌어요?" 
"어떻게 파졌는디?"

내가 고향을 떠난던 그 해 봄, 타향으로 끌려가 12년만에 나와 함께 고향마을 앞강으로 다시 돌아온 '허락바위' 모습. 한문으로 자율이란 상처를 안고 돌아왔다.
▲ 타향으로 끌려가 12년만에 고향마을 앞강으로 다시 돌아온 '허락바위' 내가 고향을 떠난던 그 해 봄, 타향으로 끌려가 12년만에 나와 함께 고향마을 앞강으로 다시 돌아온 '허락바위' 모습. 한문으로 자율이란 상처를 안고 돌아왔다.
ⓒ 김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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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동이는 '허락바위'에 한문으로 새겨진 자율(自律)이란 첫 글자인 자(自)자를 손가락으로 크게 그리며 알려준다.

'허락바위'는 고향마을 앞강 징검다리 위쪽에 놓여 섬진강의 살가운 물살에 몸을 씻으며 마을의 수호신으로 놓여 있다가 외지로 끌려가 12년 동안 타향살이를 했다. 그러다 내가 고향집을 사서 돌아간 뒤, 사라진 '허락바위'를 수소문해 민원신청을 해서 다시 고향마을 앞강으로 되돌아왔다. 동순씨는 '허락바위'의 사연을 알고 있기에 그 바위에 앉아 흘러가는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발을 동동거리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밤에는 아이들이 물고기를 잡아 달라고 해서 밤낚시를 했다. 물고기가 물속에서 파드닥거리며 딸려 나올 때마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러댔다. 규동이도 물고기를 잡아 보겠다며 낚싯대를 물속에 드리우더니 졸졸 노래하며 흐르는 섬진강 물소리에 흠뻑 빠져 이내 흥얼거린다. 동순씨도 별이 머리 위에서 초롱초롱 빛나는 진뫼마을에서 다슬기를 잡으며 즐거운 밤을 보내고 있다.

아들 규동이가 헤엄치며 놀다 발견한 '허락바위'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동순씨.
▲ '허락바위'에 앉은 정동순씨 아들 규동이가 헤엄치며 놀다 발견한 '허락바위'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동순씨.
ⓒ 김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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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일) 아침. 동순씨와 나는 뒷산에 누워 계신 부모님께 술 한 잔 올리러 갔다. 뒷산 오르는 오솔길은 첫 무렵부터 풀이 무성하게 우거져 어디가 길인지 모를 정도로 험하기만 했다. 다행히 동순씨는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시골에서 생활해 산에 오르는 일이 걱정이 덜 됐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를 따라 모내기며 논밭을 매고 소꼴까지 베어 날리며 지금도 손과 발등에 상처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다. 언젠가 연동마을 마루에서 내게 손등의 상처를 보여주는 순간, '누가 이 손을 초등학교 선생님 손'이라 하겠냐며 둘이 껄껄 웃던 생각이 났다.

어제는 동순씨가 앞장서고, 오늘은 내가 앞장서서 부모님 산소 가는 길. 이제 진뫼마을도 살아계신 마을 어르신들 두 손에 꼽을 정도여서 반들거리던 산길은 다 묵어버려 잡풀을 헤치며 고개 숙이며 포도시 몸만 빠져나가는 험한 길이 되어버렸다.

자기가 다니지 않는 길이면 잘 다니지 않는 산토끼들처럼 우린 요리조리 숲 속을 잘도 헤치며 비 오듯 얼굴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연신 훔치며 갔다.

정동순씨가 절을 올리기 전, 술 한 잔 따라 올리고 있다.
▲ 고향마을 뒷산에 잠드신 부모님 산소 정동순씨가 절을 올리기 전, 술 한 잔 따라 올리고 있다.
ⓒ 김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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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오라버니 어머님! 자식들 키우느라고 고생 많으셨어요. 여긴 산비탈로 둘러싸여 있어 논과 밭이 별로 없어 어치게 자식들을 요로케 착허고 성실허게 키우셨는지 정말 존경스럽기만 하네요. 하늘나라에서 우리 어머니랑 만나서 술도 한 잔씩 나누며 즐겁게 담소도 나누며 지내세요."

부모님께 막걸리 한 잔씩 가득 따라 올린 동순씨와 나는 큰절을 올렸다.

'날도 뜨겁고 풀이 차서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겁나게 힘들었을 턴디 고마워서 어쩐다요. 막걸리도 묵고 절도 받고 오늘은 참말로 행복헌 날이요. 내가 우리 도수를 길러놓은 게 미국에 사는 사람이 여기까지 와서 술도 따라주고 절도 받응게 참말로 춤을 덩실덩실 추고 싶소. 내가 자식 하나는 잘 키워놓았고만…."

동순씨는 산을 올라갈 때나 내려올 때나 "내가 꼭 이 길을 가본 것 같아요. 꿈속에서 갔던 길 같기도 허고…." 동순씨는 힘든 산길임에도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마을회관 앞 모정에서 더위를 피해 쉬고 계시던 마을 사람들이 나와 동순씨가 술을 들고 뒷산에 오르자 몹시 궁금했던지 주말이면 친정마을로 주말농사 지으러 온 누님께 물어봤단다.

"뭔 아줌마가 도수랑 산바꿀 산소에 간데야. 참말로 요상헐 일일시."

"아, 동생이 저 아줌마 엄마한테 넘넘 잘 히서 고맙다고 시방 술 한 잔 올릴라고 간거다만요. 저 아줌마는 미국서 산 게 친정에 자주 못 와 봉게 우리 도수가 대신 사위가 되어 잘 히줬는가봐요. 사위는 무슨 사위였겠어요. 울 엄마 월국떡 생각히서 노인 혼자 농사짐선 산 게 일도 좀 도와주고, 말동무도 히주고, 적적헝게 자주 놀러도 가고, 옷도 사주고 그맀는가봐요. 그렁게 또 그 할머니는 해년마다 토종닭을 키워서 사위들보다 맨 먼저 잡아주고, 쌀도 주고, 고추장 된장 간장 들깨까지 꼭 친엄마처럼 해주다가 3년 전에 돌아가셨다네요. 근디 이번에 한국서 초등학교 선생님허다 미국으로 시집간 딸내미가 나와서 저렇게 '고맙다'고 우리 부모님 산소에 가는 것이다만요."

"허허! 그리서 저렇게 길도 없는 산바꿀 산소에 가는 것이 고만. 누가 이 한여름에 뜨겁기는 허고 풀이 꽉 찬 길을 뚫고 가겄어. 참말로 마음씨가 고운 사람이고만 그려."

누님은 김장배추 심으려고 고랑을 타고 비닐을 씌우는 바쁜 일손을 쪼개 다슬기탕과 회와 국까지 푸짐하게 한상 차려주었다. 다슬기회를 반찬으로 내 놓았다는 건 진뫼마을에서는 자기 집에 최고의 손님이 왔다는 증거다. 그만큼 손이 많이 가고 땀을 흘리며 정성을 쏟아야만 무침회 반찬이 밥상에 올라온다는 의미일 것이다.

진뫼마을 다슬기회, 최고 손님에게 주는 진상

벼 베던 날, 필자가(오른쪽) 아내와 함께 연동마을에 찾아가 정재뜰 논에서 일손을 거들고 있다.(오마이뉴스에 실린 사진을 보고 동순씨 여동생 종임씨가 그렸다.)
▲ 연동마을 어머니 찾아가 벼 베던 날. 벼 베던 날, 필자가(오른쪽) 아내와 함께 연동마을에 찾아가 정재뜰 논에서 일손을 거들고 있다.(오마이뉴스에 실린 사진을 보고 동순씨 여동생 종임씨가 그렸다.)
ⓒ 정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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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은 또 다른 인연의 꼬리를 문다고 올 봄, 부산에 있는 대학에 입학한 아들이 동순씨와 같은 대학 과 후배가 되었다. 그래서 동순씨 여동생이 아들을 불러서 저녁을 사주기도 하고, 미용실 하는 큰언니가 부산을 방문한 아내 머리를 멋지게 손질을 해주기도 하고, 큰오빠 집에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대접 받기도 했다. 그리고 동순씨 여동생은 올 봄, 친정에 간 어느 날 내게 전자우편을 보내왔다.

"고향 집에 강게 아무도 반겨주는 사람이 없고, 어머니 산소에 가서 '엄마!' 하고 크게 불러봐도 아무런 대답이 없어 넘 쓸쓸히서 엉엉 울고 왔네요. 그 날 저녁 부산에 와서 <오마이뉴스>에 김도수씨가 쓴 어머니 이야기를 읽고 눈물을 디지게 쏟아부렀네요. 

계실 땐 물랐는디 안 계신 게 넘 그리워 기사를 읽고 또 읽고 나니 도수아저씨가 넘넘 고맙기만 하더라고요. 엄마와 고향 사진이 남아 있어 제게는 큰 위안이 되더라고요. 요새 제가 그림에 푹 빠져 사는디 고향과 어머니 관련 사진을 좀 그리고 싶은디 <오마이뉴스>에 실린 사진 좀 쓸 수 있을까요?"

<오마이뉴스>에 실린 사진과 글을 읽고 동순씨 여동생 종임씨가 그렸다.
▲ 연동마을 어머니의 호미 <오마이뉴스>에 실린 사진과 글을 읽고 동순씨 여동생 종임씨가 그렸다.
ⓒ 정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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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순씨와 아이들은 진뫼마을에서 1박2일 머무는 동안 징검다리를 홀딱홀딱 건너기도 하고, 섬진강에 물을 담그며 물결 일렁거리는 모습 눈에 담고, 졸졸 흐르는 여울물 소리 가슴에 듬뿍 담아 태평양을 건너 시애틀 집까지 가지고 갔으리라.

동순씨는 어머니 안 계신 연동마을의 쓸쓸함을 <오마이뉴스>와의 인연 때문에 진뫼마을에 와서 허전함을 메우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갔으리라.

덧붙이는 글 | 김도수 기자는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고향마을로 돌아가 밭농사를 짓고 있고 전라도닷컴(http://www.jeonlado.com/v2/)에서 고향 이야기를 모은 <섬진강 푸른물에 징검다리>란 산문집을 내기도 했습니다.



태그:#진뫼마을, #섬진강, #연동마을, #월곡댁, #정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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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정겹고 즐거워 가입 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염증나는 정치 소식부터 시골에 염소새끼 몇 마리 낳았다는 소소한 이야기까지 모두 다뤄줘 어떤 매체보다 매력이 철철 넘칩니다. 살아가는 제 주변 사람들 이야기 쓰려고 가입하게 되었고 앞으로 가슴 적시는 따스한 기사 띄우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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