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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5·18민주묘지 '추모관' 3층에 있는 국가보훈처 홍보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3가지'란 제목으로 한미동맹과 그에 따른 경제발전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국립5·18민주묘지 '추모관' 3층에 있는 국가보훈처 홍보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3가지'란 제목으로 한미동맹과 그에 따른 경제발전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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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5·18민주묘지(이하 5·18묘지) 왼편에 위치한 '추모관' 3층. 지난해 5·18민중항쟁(이하 5·18)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해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현재 이 전시실의 입구엔 높이 180cm 가량의 철제 홍보물이 놓여있다. 다음은 홍보물의 제목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3가지- 한미동맹이 우리에게 주는 3가지 이점."

제목에 이어 이 홍보물엔 "외국 자본에게 한반도는 전쟁이 발발할 우려가 없다는 신뢰를 제공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며 한미동맹을 옹호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또 "한미동맹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젊은이들은 최소한의 기간만 (군에) 복무하고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었다"며 "한미동맹은 우리 경제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해서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미동맹 홍보물 내용 '반 5·18적'" 지적... 관리소 "보훈처 방침"

홍보물에 적힌 세부 내용.
 홍보물에 적힌 세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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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과 한미동맹이 무슨 관계일까. <5·18 그리고 역사- 그들의 나라에서 우리 모두의 나라로>의 공동저자인 조정관 전남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한미동맹과 그에 따른 경제발전이 논리적으로 일리는 있지만 이는 일방의 의견이다"며 "이러한 내용의 홍보물이 5·18묘지에 있다는 것은 생뚱맞다"고 말했다. 민주와 인권이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기념하는 공간에 특정 이념의 논리가 홍보되고 있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국가를 상대로 한 저항인 5·18은 한미동맹과 그 성격부터 다르다. 조 교수는 "5·18은 동맹관계에 있어 오만한 태도를 취하던 미국을 상대로 우리나라가 보다 자주적 위치에 있게끔 해준 사건"이라며 "5·18묘지의 한미동맹 홍보물 내용은 '반5·18적'이다"며 실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내용의 홍보물이 5·18묘지에 세워져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국립묘지인 이곳을 국가 기관인 국가보훈처가 관리하기 때문이다. 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 측은 "국가보훈처의 방침에 따라 제작해 보내온 것"이라며 "고민 끝에 추모관 앞이 아닌 3층 기획전시실 안쪽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보훈처 "UN군 추모 위한 홍보물"... 내용엔 '한미동맹' 얘기뿐

광주 망월동 518기념관 안에 게시된 안보홍보물. 북한을 '어둠의 나라'로 표현했다.
 광주 망월동 518기념관 안에 게시된 안보홍보물. 북한을 '어둠의 나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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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 관계자는 "다음해 6·25 정전 60주년을 앞두고 당시 참전했던 UN군을 추모하고, 기리기 위한 홍보물이다"며 "5·18도, 한미동맹도 '파트'는 다르지만 모두 애국"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말한 정보에 따르면 이 홍보물은 5·18묘지 외에 전국의 현충원, 호국원, 학도병기념관 등 20여 곳에 보내졌으며, 내용은 모두 같다. 기자가 개수와 장소의 정확한 정보를 요구했지만 관계자는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 관계자가 말한 'UN군'을 기리기엔 홍보물의 내용이 턱없이 부족하다. 앞서 말했듯 홍보물은 한미동맹과 그에 따른 경제발전 외엔 어떤 내용도 없다. 미군 외엔 어떤 국가도 거론하고 있지 않으며, 미군을 '추모'한다는 말도 없다.

홍보물 내용 중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내용을 보면 "그동안 우리는 미국 국방비의 1/20도 안 되는 적은 국방비를 쓰면서 국가예산을 경제와 복지 등을 위해 투자할 수 있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국방비를 많이 쓰는 나라(2010년분 세계총액대비 41.5%)와 한국의 국방비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2011년 전체 예산 중 국방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비교해보면 미국은 약 18%(3조8000억달러 중 6900억달러), 한국은 10%(309조 6000억 원 중 31조2700억원)로 단순히 액수만 놓고 '1/20'이란 수치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홍보물의 하단엔 한반도 야간 위성사진이 담겨 있다. 이 한반도 사진은 반으로 나뉘어 북쪽은 '어둠의 나라', 남쪽은 '눈부신 경제발전의 나라'라고 적혀 있다. 홍보물 앞에서 대학생 한 명을 만났다. 익명을 요청한 이 대학생은 "아직까지도 반공 논리가 공공연하게 제시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며 "국가보훈처의 이 홍보물과 임기 중 5·18묘지를 한 번도 찾지 않은 현 정권의 수장이 자연스럽게 크로스오버 된다"고 말했다.


태그:#국립5·18민주묘지, #5·18민중항쟁, #국가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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