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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상품가치를 잃어버린 태안군 근흥면 두야2리 김기섭씨의 국화재배단지. 104년만의 사상 최악의 가뭄에 이어 이번에는 물폭탄에 태안에 떨어졌다.
▲ 다음달이면 출하인데... 지난 12일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상품가치를 잃어버린 태안군 근흥면 두야2리 김기섭씨의 국화재배단지. 104년만의 사상 최악의 가뭄에 이어 이번에는 물폭탄에 태안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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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이면 출하를 앞두고 있었는데 이번 폭우로 올해 농사는 접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충남 태안군 근흥면 두야 2리에서 국화를 재배하고 있는 김기섭(58)씨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500평의 비닐하우스에 심어진 5만 주의 국화는 지난 밤 내린 폭우로 침수돼 상품 가치를 잃어버렸다.

김씨는 "얼마 안 있으면 수확을 해서 출하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손을 댈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농사는 포기해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며 연신 원망스런 하늘만 쳐다봤다.

지난 5월과 6월 104년만의 사상 최악의 가뭄에 이어 시간당 10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또 다시 태안 농심을 울리고 있다.

지난 12일 밤 소원면의 모습. 물이 범람한 도로위로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지난 12일 밤 소원면의 모습. 물이 범람한 도로위로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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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지역에서는 지난 12일 오전 7시 20분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이래 10시 40분 호우경보로 한단계 격상돼 소원면이 434mm로 최고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주택 수십 채와 농경지 침수, 산사태, 도로 유실 등 속속 피해상황이 접수되고 있다.

이날 태안에서는 소원면이 434mm를 기록한 데 이어 원북이 300mm, 근흥이 295mm, 태안읍이 287mm 등 평균 강수량도 245,2mm를 기록했다. 태안반도의 가장 남쪽인 고남면은 가장 적은 90mm를 기록해 국지성 호우로 인한 많은 차이를 보였다.

주택 73동 침수, 이재민 32세대 62명 발생, 농경지 1400ha 침수

소원면의 한 가정집이 이번 집중호우로 침수됐다. 사진은 침수된 주택의 가구를 정리하는 모습.
▲ 주택 침수 소원면의 한 가정집이 이번 집중호우로 침수됐다. 사진은 침수된 주택의 가구를 정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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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지역에서는 이번 집중호우로 73동의 주택이 침수되고, 62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태안지역에서는 이번 집중호우로 73동의 주택이 침수되고, 62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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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7시 기준으로 태안군에 집계된 피해상황을 보면 12일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시간당 144mm의 물폭탄이 쏟아진 소원면 신덕리에서는 주택 32채가 침수, 이재민 62명이 발생해 소원면주민자치센터와 소원면사무소에 나누어 대피했으며, 태안읍(남문3리)에서도 이재민이 발생해 마을회관으로 대피한 상태다.

소원면에서는 주택침수 이외에도 농경지 1400ha(잠정)가 침수되는 등 계속해서 피해상황이 접수되고 있어 가장 극심했던 가뭄피해에 이어 이번 호우로 인한 피해도 가장 커 이중고를 떠안고 있다.

태안-안흥을 잇는 603호 지방도로 두야리지점에서 발생한 산사태. 아름드리 소나무도 이번 폭우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 산사태 태안-안흥을 잇는 603호 지방도로 두야리지점에서 발생한 산사태. 아름드리 소나무도 이번 폭우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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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가락처럼 떨어져나간 603호 지방도로
 엿가락처럼 떨어져나간 603호 지방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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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된 논 뒤로 긴급복구에 나선 한전 정비차량이 보인다. 태안에서는 이번 집중호우로 1400ha의 농경지가 침수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 침수되고 끊기고... 침수된 논 뒤로 긴급복구에 나선 한전 정비차량이 보인다. 태안에서는 이번 집중호우로 1400ha의 농경지가 침수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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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근흥면에서는 출하를 앞둔 국화재배단지가 침수된 것을 비롯해 태안-안흥을 잇는 603호선 두야리 부근에서 도로가 유실되고, 인근 야산이 산사태로 붕괴되는 등 교통소통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태안군에서는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된 소원면과 태안읍, 원북면 등 3개 지역에 응급구호세트를 지급했으며, 산사태 위험지역과 주택침수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대피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민·군·경 이재민에 전방위 온정의 손길

32사단 98연대 장병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소원지역에 투입돼 수해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수해복구에 나선 32사단 장병들 32사단 98연대 장병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소원지역에 투입돼 수해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부대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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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자 피해복구를 위한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서산경찰서는 기동대 등 가용경력 200여명으로 구성된 '긴급현장복구팀'을 편성, 지난 13일 소원면 피해지역으로 긴급 파견해 복구활동에 구슬땀을 흘렸다.

군부대도 나섰다. 육군 32사단 98연대 장병들은 주택침수로 이재민이 발생한 소원면으로 출동해 침수된 가구에 대한 정리와 환경정화활동을 펼쳤다.

안면도에서 해상침투훈련 중이던 특전사 귀성부대도 잠시 훈련을 중단하고 대민지원을 훈련으로 대체했다. 귀성부대 장병들은 13일부터 14일까지 안면읍 정당1리 안순용씨 논에서 용수로 붕괴로 인해 농경지로 유입된 토사를 제거하는 한편, 무너진 용수로 제방쌓기, 벼 세우기 등 대민지원에 구슬땀을 흘렸다.

안순용씨는 "용수로가 터져 큰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특전사 장병들이 곧바로 찾아와 구슬땀을 흘리는걸 보니 너무 고맙고, 한시름 덜게 됐다"고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안면도에서 해상침투훈련 중이던 특전사 귀성부대 장병들이 훈련을 잠시 뒤로하고 안면읍 정당리 안순용씨 논에서 수해복구 지원에 나섰다.
▲ 수해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특전사 귀성부대 장병들 안면도에서 해상침투훈련 중이던 특전사 귀성부대 장병들이 훈련을 잠시 뒤로하고 안면읍 정당리 안순용씨 논에서 수해복구 지원에 나섰다.
ⓒ 안면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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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측 관계자는 "8월 6일부터 안면도 일원에서 해상침투훈련을 하고 있는데 집중호우로 인해 주민들이 어려움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훈련 중이지만 대민지원도 중요하다는 판단아래 지원에 나서게 됐다"며 "오늘까지 대민지원은 마무리 지을 예정이지만, 태안군과 안면읍에서 추가 지원소요가 생기면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군경에 이어 민간단체도 수해복구에 가세했다. 새마을운동 태안군지회 임원들은 14일 소원면 주택침수지역으로 발길을 옮겨 실의에 빠져있는 수재민들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또, 긴급 대피소가 마련된 소원면주민자치센터에는 지난 12일부터 주택침수로 인해 대피한 주민들을 위해 자원봉사센터에서 운영하는 밥차가 출동해 이재민들의 끼니를 해결해 주는 등 실의에 빠진 이재민들을 위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태안읍 장산리 피해모습. 갑자기 불어난 하천물로 인해 침식돼 상하수도관이 드러났다.
▲ 앙상하게 드러난 상하수도관 태안읍 장산리 피해모습. 갑자기 불어난 하천물로 인해 침식돼 상하수도관이 드러났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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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 관계자는 "현재 공무원과 경찰, 군 장병들이 동원돼 수해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며 "대피소로 옮긴 이재민들에게는 현재 컵라면과 생수를 비롯해 생필품이 포함된 응급구호세트를 지급했으며, 소원면에는 밥차를 지원해 이재민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있다, 태안읍과 원북면에도 구호물품은 지급했고, 타 지역은 요청이 없어 구호물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민들에게 지급된 응급구호세트는 이불, 모포, 수건, 치약, 칫솔, 비누, 화장지 등 생필품이 포함된 기본용과 옷, 속옷, 양말, 면도기 등이 지급되는 개인형으로 구분되는데, 기본용은 2인에 1개, 개인용은 개인별로 1개씩 지급돼 이재민들이 생활현장으로 복귀하기까지 불편함이 없도록 지급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태안, #집중호우, #이재민, #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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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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