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사상 첫 '올림픽 4강 신화'를 달성했다. 원정에서 개최국 영국단일팀을 승부차기(5-4 승) 끝에 물리치며 한국축구의 역사를 새롭게 쓴 것만으로도 올림픽 참가의 목표는 충분히 달성했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아직 배가 고프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있기에, 만족하고 쉬기에는 이르다. 이제는 한국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라는 꿈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와 있다. 조별리그서부터 8강 경기까지 보여준 경기력이라면, 홍명보호는 충분히 메달을 딸 만한 자격이 있는 팀이다.

그러나 아직 메달을 위해서는 마지막 숙제가 남아있다. 바로 '골 결정력'이다. 네 경기에서 3실점밖에 내주지 않은 견고한 수비 조직력을 보여준 홍명보호지만, 득점도 3점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골 결정력' 부실은 매 경기 활약을 펼쳤음에도 4강까지 어려운 가시밭길을 걸어와야 했던 이유 중 하나다. 한두 골만 더 터졌더라도 홍명보호의 앞길은 지금보다 훨씬 순탄할 수도 있었다.

위력적인 모습과 거리가 멀어진 박주영

 지난 5일(한국시각) 영국단일팀과의 2012 런던올림픽 8강전 당시. 지동원의 골에 한국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지난 5일(한국시각) 영국단일팀과의 2012 런던올림픽 8강전 당시. 지동원의 골에 한국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런던올림픽조직위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브라질은 물론이고, 멕시코-일본 역시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상대는 더욱 강력해지기 마련. 자연스레 강팀을 상대로 골을 노릴 수 있는 기회는 더욱 줄어든다.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원샷 원킬'의 집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골 결정력' 문제를 거론할 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선수는 바로 와일드카드 박주영이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대회 올림픽 대표팀의 골 결정력 강화를 위해 병역논란으로 사회적 비난을 받았던 박주영을 무리해서 감싸 안았다. 박주영은 조별리그부터 8강 경기까지 네 경기 모두 부동의 선발 원톱으로 출격하며 홍명보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다.

하지만 박주영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홍명보 감독이 기대했던 위력적인 킬러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스위스전에서 한국의 대회 첫 골을 기록하며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으나, 이후 가봉전과 8강 영국 단일팀과의 경기에서는 다시 '닌자 모드'로 돌아섰다.

박주영은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볐으나 공격수로서의 날카로운 면모는 보여주지 못했다. 슈팅 타이밍은 한 박자 늦었고, 수비 뒷공간을 침투하는 움직임도 무뎠다. 그나마 최전방에서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헤딩 경합에 참여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지만, 별로 위협적인 공격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경기 흐름상 가장 눈에 띈 장면이 영국 크레이그 벨라미에게 난데없이 뒤통수를 맞는 순간이었을 정도로 박주영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조별리그까지 박주영의 백업으로 기용되다가 8강 경기서 골을 터뜨린 지동원의 활약과 확실히 대비된다.

박주영을 짓누르고 있는 것은 역시 심적인 부담감이다. 아스날에서 1년간 경기에 출장하지 못해 감각이 떨어진데다 병역논란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바 있는 박주영은 올림픽 대표팀 합류 당시부터 자격 논란에 시달렸다. 대회 내내 좀처럼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는 만큼 마음의 부담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주영의 보은, 이뤄질 수 있을까

 잉글랜드 프로축구 아스널 박주영 선수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축구의 골 결정력 부족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박주영 선수. 8일,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 지 주목된다. ⓒ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은 영국과의 승부차기서 박주영을 제외하는 용단을 내렸다. 세트 피스시 키커 1순위로 나서는 박주영이지만, 승부차기에 실패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심리적 압박을 배려한 조치였다.

공교롭게도 박주영과 함께 와일드카드로 선발된 김창수와 정성룡이 모두 부상을 당하면서 이제 남은 와일드카드는 박주영밖에 없다. 그동안 와일드카드 3인방 중 가장 이름값을 하지 못했던 박주영은 남은 경기에서 동료들의 몫까지 대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공격수는 결국 골로 말한다. 수비수는 열 경기를 잘해도 한 경기만 실수하면 비판을 받지만, 공격수는 열 경기서 부진해도 중요한 경기서 결정적인 한 방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가히 공격수의 특권이라 할 수 있다.

박주영에게도 아직 기회는 있다. 최소 두 경기를 더 뛸 수 있기 때문이다. 공격수 박주영이 어떤 활약으로 홍명보 감독에게 보은할지 8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각) 올드 트래포드 경기장을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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