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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는 가건물 3층 창가가 나의 전용 취재 데스크다. 그래도 가끔씩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이 그나마 더위를 식혀준다.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는 가건물 3층 창가가 나의 전용 취재 데스크다. 그래도 가끔씩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이 그나마 더위를 식혀준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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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고된 기사 6개가 연속으로 생나무 처리되다니..."

날씨가 너무 덥다. 아니 그야말로 살인더위다. 잠도 제대로 못 잔다. 벌써 한 달 가까이 됐다. 남들은 올림픽 응원열기 탓으로 돌리겠지만, 나는 잠이 너무 많은지라 TV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럼 결국 잠 못 이루는 밤의 이유는 이놈의 열대야 탓이리라.

지난해 지역신문사 기자직을 던지면서 프리랜서를 선언한 뒤로, 기사쓰기는 나의 절대적인 생활의 가치이자 생업이 돼버렸다. 물론 기본적인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어느 단체의 조그만 사무실에서 기거를 하고 있지만, 그것도 올해면 끝이다. 혹자는 조직을 버린 대가가 자유이고, 자유를 얻은 대가가 고독과 가난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나의 삶은 그리 순탄치 않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에 후회 없이 가려고 해도 일상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다만, 조직 속에서 마감에 쫓겨 기사를 써왔던 것과는 달리 나름 자유로운 글쓰기 속에서 자칭 필력은 나아졌다고 생각했다. 스스로가 키워온 열정과 자부심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자 오산이었다.

백여 개의 생나무 기사... 나를 키워준 거름

근 1년여 동안 <오마이뉴스>에 150여 개가 넘는 기사를 썼다. 장르 또한 예전 지역신문사 문화부 기자 시절과는 다르게 정치부터 사회·서평·연예까지 다양하게 기사를 송고했다. 원고료로 따지면 미흡한 기사지만, 나름 프리랜서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한 양의 책임감이었다.

하지만 100년 만에 찾아온 이놈의 살인 더위가 모든 것을 정체시켜버렸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연신 땀이 흘러내리는, 뙤약볕이 직통으로 내리쬐는 사무실 창가에서 기사 아이템을 선정하고 집중하며 글을 쓰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송고했던 기사 6개가 모조리 생나무 처리된 것이다. 실로 '멘붕'상태가 아닐 수 없었다.

일반 시민기자들의 심경은 이럴 때 어떤지 잘 모르겠다. 나름 여러 정보를 분석하고 곁가지 언론사에서 발표한 기사소스도 결합해가면서 작성한 기사가 편집부에 의해 생나무 처리가 된다면... 그 심경이 어떨까. 참고로 나는 아무리 사소한 기사라도 3시간이 넘는 시간 압박에 항상 부담감을 안고 작성하고 있다.

초창기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 시절에는 아무것도 몰라, 백여 개의 기사가 생나무 처리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저 배운다는 심정으로 했기에 기꺼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근 기사작성법이 익숙해진 터라 한두 개 생나무 처리되는 것은 이해됐지만, 이렇게 연속으로 생나무 기사 처리가 되다 보니 그저 허탈하고 허무할 뿐이다.

나름 지역 언론사 기자였던 시절, 한국언론재단 교육을 통해 취재 방법도 익히고 기사 작성법, 교열, 아이템 선별법, 취재원 관계, 탐사보도 등에 대해 섭렵했다고 자부해왔는데 그건 오로지 나만의 나르시시즘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정말 뭘 해도 안 된다. 뭘 써도 기사가 안 되는 요즘이다. 화엄경에 보면 '일체유심조'라 했듯 이것 또한 다 지나가고, 마음을 비워야 다시 일어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위안을 삼아보지만 역시 어렵다.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기자는 현장에서 살고 현장에서 죽어야

그래서 내가 고민 끝에 결론 내린 해답은 바로 생생한 취재현장으로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 언제나 특종을 내며 취재부장의 자리에서 나에게 좋은 조언을 해줬던 한 친구 기자는 "발로 뛰는 노동이 취재의 기본"이라고 설을 풀었다. 맞다. 기자는 현장에서 살고 현장에서 죽어야 하는 법이다.

다만 나는 프리랜서 기자라 하지만 현재의 삶 또한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사무실에 옥죄어 있는 몸이다. 그래서 전업 기자들보다는 정보도 느리고, 뚜렷한 취재원도 없으며, 이벤트 현장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페이스북과 블로그, 트위터 등을 통해 소스를 얻고 취재 기사를 작성하는 게 전부가 된 지 오래다. 그래서였을까. 내 기사는 종종 명예훼손이나 무단 게재 등의 이유로 거부당할 때가 상당히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초심으로 돌아가 무작위로 책을 읽어가며 내 마음을 진정시켰다. 역시 책은 마음의 안식처다.

결국 이러한 나의 갈등과 고민도 내가 가진 욕심과 이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다시 한 번 마음을 고쳐 잡아 본다. 생나무 기사가 1000개면 어떻고, 1만 개면 어떠하리오. 그저 기억의 습작을 통해 나를 반추해보고, 나의 이런 글 쓰는 훈련이 먼 훗날 또 작가로서의 작은 디딤돌이 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쉽게 얻는 보람과 성공보다는 연이은 실패와 좌절 속에 얻은 단 하나의 결과물이 그 만큼 나에게 많은 희망의 열매를 얻어다 줄 것을 믿어 본다. 그리고 단 하나의 잉걸 기사라도 단 한 사람의 독자에게 작은 기쁨과 감동이 되길 기원하며 정성을 들여 써야겠다는 소박한 의지를 다져본다.


태그:#오마이뉴스, #생나무, #명예훼손, #무단게재, #프리랜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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