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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의 전기기관차와 전기동차(전동차)들
 코레일의 전기기관차와 전기동차(전동차)들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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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15일 우리나라에서는 후진국에서나 발생하는 줄 알았던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각 가정과 일부 공장의 전기가 끊겼으며 교통신호등과 엘리베이터도 꺼졌다. 이날 우리가 얻은 교훈은 전기는 무한한 것이 아니며, 마구잡이로 쓰다가는 또다시 정전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전력 위기는 올해 여름에도 또다시 시작되고 있다. 특히 유례없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냉방기기의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으며 예비전력은 매일 같이 위험한 순간까지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다양한 전기 절약 대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모든 공공분야가 합심하여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러한 전기절약은 철도도 예외가 아니다. 사실 철도는 국가기반시설로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더라도 마지막까지 보호된다. 전력 예비율이 급감하여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순환정전을 시행할 때는 이용밀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 순서로, 또한 공공성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 순서로 시행한다.

즉 가장 먼저 정전이 되는 곳은 저밀도 주택과 서비스 업종 등이며, 그 다음은 고층아파트와 업무시설 등이다. 대규모 산업시설은 정전시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에 가장 마지막으로 정전을 시행하며, 사회기반시설이나 국가 공공기관들은 인위적으로 정전시키지 않는다.

이렇듯 철도는 높은 공공성 때문에 국가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그런 만큼 철도 스스로가 전기절약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보답일 것이다.

전력거래소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전력 사용 상황 정보
 전력거래소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전력 사용 상황 정보
ⓒ 지식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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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가 전기를 쓰는 곳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열차의 주행을 위한 차량동력 부분과 철도영업이나 시설운영을 하기 위해 쓰는 부분이다. 흔히 전기철도라고 불리는 것이 열차를 주행시키기 위해 전기를 쓴다는 뜻으로, 이런 곳에서는 석유를 쓰는 디젤기관차나 디젤동차 대신 전기기관차나 전동차가 전기를 이용하여 달린다.

사실 전기철도는 그 나라의 전력공급체계에 도움을 준다. 수력발전과 달리 원자력발전은 출력을 조절하기 어려워서 24시간 계속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데, 심야에는 전기 사용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전기가 남아돌게 된다. 하지만 전기철도는 심야에도 운행을 하므로 국가적으로 남은 전기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이 같은 전기철도는 20세기에만 해도 중앙선, 태백선, 영동선 같은 산업철도와 대도시권의 지하철, 전철 구간에만 있었지만, 2004년 KTX 개통을 계기로 전국의 간선철도도 빠르게 전철화가 되었다. 여수엑스포를 KTX를 타고 다녀올 수 있는 것도 전라선 철도가 전철화되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KTX 개통은 본격적인 간선철도 전철화를 이끌었다
 KTX 개통은 본격적인 간선철도 전철화를 이끌었다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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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전기철도가 많이 보급되다보니 전기철도가 소비하는 전력도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이 점은 열차운행횟수가 많은 대도시 지하철에서 두드러진다. 이렇듯 전기철도는 효율적인 시설이지만, 전기철도 자체가 소모하는 전력량도 많다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하여 철도회사들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전기 열차에 회생제동(回生制動)을 도입하는 것이다. 연료탱크에서 엔진을 거쳐서 바퀴로 이어지는 일방향의 에너지 흐름만 가능한 내연기관 엔진과 달리, 전기철도에서는 전력공급선과 바퀴 사이의 양방향 에너지 흐름이 가능하다. 이것은 전동기(모터)와 발전기의 구조가 동일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평소에는 열차 지붕에 달린 전차선에서 전기를 받아 전동기를 돌려 열차를 구동시키지만, 열차를 정지시킬 때는 전동기를 발전기로 바꾸어 열차의 속도를 줄이면서 여기서 생산된 전기는 전차선을 통해 다른 열차로 돌려보낼 수 있다. 이것을 회생제동이라고 한다. 이러한 회생 제동은 최근에 도입되는 최신 전기열차들은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는 기능이다. 대표적인 전기열차인 KTX 역시 회생제동 기능이 있다.

전동차 회생제동을 이용한 에너지 저장 시스템. 전기 절약에 기여한다
 전동차 회생제동을 이용한 에너지 저장 시스템. 전기 절약에 기여한다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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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면 전기 소비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어떤 열차가 가속을 하려할 때 앞뒤에서 제동을 하는 열차가 생산한 전기를 이용한다면 외부 전력을 적게 사용하고도 가속이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여러 철도회사들은 회생제동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최적의 열차간격을 연구하거나,(서울도시철도공사) 회생제동시에 발생한 에너지를 저장해두는 에너지 저장장치를 도입하는 등 (대전도시철도공사)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승객과의 접점에서 전기절약을 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24시간 운행을 하는 철도의 특성상 그동안에는 밤에도 불을 환하게 밝혀놓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열차가 줄어드는 심야에는 역 간판을 소등하고, 승강장의 전등도 열차가 들어올 때만 켜는 식으로 전기를 절약하고 있다.

또한 대도시권 전철의 경우, 역 구내와 전동차 내부에 과다한 냉방이 되지 않도록 하여 냉방기 동작에 필요한 전력을 절약하고 있다. 지하철역 입구에 출입문을 설치하여 냉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있으며, 문을 설치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대신 에어커튼을 설치하기도 한다. 비록 에어커튼 동작에 추가의 전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강력한 공기의 흐름이 냉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지하철 출입구에 출입문 설치 사례. 냉방 효율에 기여한다
 지하철 출입구에 출입문 설치 사례. 냉방 효율에 기여한다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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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발역에서는 열차가 문을 열고 장시간 대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차내의 냉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열차가 회차선에서 대기하다가 출발 직전에 들어와 승객을 태우고는 바로 출발하거나, 회차선이 없어 승강장에서 대기해야만 할 때는 한쪽에 4개 달린 문을 1개만 열어 놓고 승객을 기다리기도 한다.

이외에 동일한 밝기를 내면서도 전력 소모가 훨씬 적은 LED 전구의 도입(차내 조명, 간판 등),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빨간불로 지내는 신호등은 빨간불을 소등하기 등 철도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물론 사무실의 형광등 절반으로 줄이기, 대기전력 줄이기, 쿨비즈 시행 등 일반 사무실에서 볼 수 있는 절전대책도 시행되고 있으며, 철도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물인 만큼 유동인구들을 대상으로 절전 캠페인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동안 항상 빨간불만 켜져 있는 입환신호기
 대부분의 시간동안 항상 빨간불만 켜져 있는 입환신호기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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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운수 서비스업을 제조업과 비교해 보았을 때, 철도 차량과 역 등은 제품을 만드는 공장이나 마찬가지이다. 공장이 정전되면 제품 생산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철도현장에서도 정전은 심각한 문제를 불러온다. 특히 재고라는 여유가 전혀 없는 운수서비스의 특성상 잠깐이라도 정전이 발생하면 피해는 그 즉시 승객들이 입게 된다. 더구나 고속으로 달리며 지하 구간에서 많이 운행하는 철도는 정전에 더욱 취약하다.

실제로 지난 7월 27일 부산행 KTX 열차가 국내 최장 터널(20.3km)인 부산 금정터널 내부에서 멈춰 서서 승객들이 긴 시간 동안 불안에 떤 적이 있었다. 당시엔 한 대의 열차만 멈추었을 뿐이지만 후속 열차들이 줄줄이 지연되고 승객 구조마저 늦어져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한 대의 열차가 이럴진대 만약 전국적으로 철도가 정전되었다면 생각하기도 힘든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전기 소비와 달리 생산은 제한되어 있는 만큼 현재의 전력 위기 대책은 절약이 그 시작일 수밖에 없다. 결국 철도운영사들은 보다 세심하고 다양한 전기 절약대책을 시행해나가고, 승객들은 이에 협조해나갈 필요가 있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반시설부터 모범을 보이고 꾸준한 전기 절약을 시행해나간다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은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태그:#코레일, #절전, #전기절약, #철도, #에너지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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