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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과 용인시를 잇는 광교산은 수원의 진산이다
▲ 광교산 입구 수원과 용인시를 잇는 광교산은 수원의 진산이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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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캐스터가 연일 '찜통 더위'라는 표현을 쓴다. 그만큼 올 여름은 무덥고, 더위도 길다고 한다. 소나기라도 한바탕 퍼부어주면 좀 시원해질 듯도 하지만, 오는가 하면 어느새 멈춰버린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줄기로 땀이 흐른다. 견딜 수가 없는 무더위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지난 29일 오후 2시. 30도를 넘는 기온. 참을 수가 없다. 차라리 이런 날은 땀을 흘리고 등목이라도 한바탕 하면 덜 더울 듯. 그래서 광교산으로 향했다. 어차피 바닷가로 갈 수가 없다면,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에 발이라도 담구는 것이 좋을 듯해서다.

상광교 버스 종점 위편 광교산으로 오르는 계곡부터 사람들로 만원이다
▲ 계곡 상광교 버스 종점 위편 광교산으로 오르는 계곡부터 사람들로 만원이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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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산은 수원시와 용인시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수원의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막아주며, 시가지를 품고 있는 수원의 대표적인 산이다. 광교산의 원래 이름은 '광악산'이었으나, 고려 태조 왕건에 의해 광교산으로 명명됐다고 전해지는 수원의 진산이다. 주말과 휴일이 되면 수십만 명의 등산객이 찾는다는 광교산은, 자연이 살아있는 곳으로 숲과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이 사람들에게 건강한 삶을 안겨주고 있다.

우리는 광교산으로 피서 간다

광교산으로 오르는 상광교 버스종점서부터, 계곡에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위로 오르면서 앉을만한 곳에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다. 더러는 숲에 텐트를 치고 본격적인 피서를 즐기기도 한다. 조리를 할 수 없다는 것 외에는, 무엇 하나 불편함이 없는 곳이다. 깔 자리를 옆에 낀 사람들이 자꾸만 위로 오른다.

가족들끼리 피서를 자주 온다고 하는 사람들. 경비 들어가지 않고도 피서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 가족 가족들끼리 피서를 자주 온다고 하는 사람들. 경비 들어가지 않고도 피서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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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오르는 길목에 있는 물 웅덩이에도 사람들이 만원이다
▲ 피서 산으로 오르는 길목에 있는 물 웅덩이에도 사람들이 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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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목으로 오르는 길가 옆으로 흐르는 계곡에도, 여기저기 사람들이 모여 있다. 담소를 나누면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참 행복한 표정들이 보인다. 

"시원한가요?"

묻지 않아도 될 만한 말이다. 하지만 얼마나 행복한지 정도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물속에 발을 담구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넸다.

"정말 천국입니다. 내려오셔서 발 좀 담가보세요. 내장까지 시원합니다."
"어디서 오셨나요?"
"요 아래 연무동에서 자리 하나 갖고 올라왔어요."
"피서를 갈 생각은 없으신가 봐요?"
"길 막히고 바가지 쓰고, 거기다가 덥고 끈끈한 곳이 해수욕장인데 왜 그런 곳을 갑니까? 저희들은 걸어서 올라올 수 있는 거리에 이 산이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돈 안 들고 정말 좋은 피서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여름엔 바다 냄새라도 좀 맡아야 하지 않나요?"
"우리는 매년 여기 와서 한 여름을 보내고는 해요. 아이들 고생도 안 시키고 깨끗한 물과 숲이 있어서 정말 좋아요. 내가 수원에 산다는 것, 그리고 광교산 가까이 산다는 것이 정말 행복합니다."

자리 한 장 들고 피서를 가는 수원사람들
▲ 숲길 자리 한 장 들고 피서를 가는 수원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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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산의 사방댐. 위편 정자도 이미 사람들에게 점령을 당했다
▲ 사방댐 광교산의 사방댐. 위편 정자도 이미 사람들에게 점령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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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산 아래 연무동에 산다는 이아무개(43)씨는 입이 침이 마르도록 광교산을 자랑한다. 아마도 막히는 도로에서 짜증을 내기보다는, 이렇게 시원한 곳에서 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일 게다.

돗자리 하나 들고 가는 피서

노루목으로 오르는 길을 조금 더 걸어본다. 숲속의 시원한 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 연일 땀을 흘리며 사무실에서 보낸 시간에, 여기저기 땀띠가 돋았다. 그저 맑고 찬 계곡물에 풍덩 뛰어들고 싶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돗자리 한 장 들고 노루목을 향해 걷는다.

"어디로 가시는 길입니까?"

노루목으로 오르는 숲길. 아무곳이나 앉아도 모두 피서가 된다
▲ 숲길 노루목으로 오르는 숲길. 아무곳이나 앉아도 모두 피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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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자리 한 장이면 올 여름 피서가 끝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노무목으로 오르고 있다
▲ 골짜기 돗자리 한 장이면 올 여름 피서가 끝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노무목으로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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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올라가면 바위를 따라 흐르는 물이 모여 있는 작은 소가 있어요. 옆에는 바위도 있고요. 거기다가 자리 펴고 책이나 보려고요."
"올 여름은 어디 안 가세요?"
"이곳보다 좋은 곳이 어디 있겠어요. 우린 광교산으로 피서갑니다."

바위를 타고 흐르는 계곡물은 맑고 시원하다
▲ 계곡 바위를 타고 흐르는 계곡물은 맑고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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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게 웃는 그 모습에서 정말로 광교산이 좋다고 생각한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 그리고 맑은 계곡물과 우거진 숲이 있는 곳. 광교산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수원사람들. 올 여름에는 나도 이곳에 명당자리 하나 마련해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경기리포트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광교산, #피서, #수원사람, #계곡, #자리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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