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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을지로1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8층 배움터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인권위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을지로1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8층 배움터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인권위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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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노동운동을 벌여온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직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나섰다.

25일 오후 6시께 서울 을지로1가 인권위 8층 배움터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지부(인권위 노조)의 초청으로 김진숙 지도위원의 강연이 열렸다. 최준석 지부장은 "김진숙 지도위원의 삶 자체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므로 현병철 위원장 체제에 지친 인권위 직원들에게도 힘이 될 것"이라며 초청 이유를 설명했다.

인권위 직원 반대해도 현병철 연임 강행... "위로 필요했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을 향한 인권위 직원들의 불만은 꽤 높다. 지난 6월 24일 인권위 노조가 발표한 직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9명은 현 위원장의 연임을 사실상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 위원장과 직원 사이에 벌어진 갈등의 역사 또한 오래됐다. 2010년 11월 현 위원장의 운영방식에 반대해 유남영·문경란 인권위 상임위원이 그만두자, 이후 비상임위원·자문·상담위원 등 60여 명이 집단사퇴하며 인권위가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이에 인권위 노조는 지난 6일 "현 위원장은 자진 사퇴하라"는 성명서를 내놨다. 그러나 청와대는 그의 연임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25살이던 1986년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당한 노동자들과 함께 20년 넘게 복직 투쟁을 벌였다. 2011년 1월 6일에는 한진중공업(한진중)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한진중 부산 영도조선소에 있는 35m 높이의 85호 크레인에 올랐다. 309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끝에 사측과의 합의로 내려왔다.

25일 오후 서울 을지로1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8층 배움터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인권위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을지로1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8층 배움터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인권위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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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연에서 김 지도위원은 한진중 크레인 농성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때 인권위는 안 도와주고 뭐 했냐"며 '현병철 인권위'를 비난하기도 했다.

"2011년 6월 27일 크레인 주변으로 공권력이 투입됐다. 밥은 물론 속옷조차 크레인 위로 못 올리게 막았다. 인권위에 긴급구제 요청을 했다. 3번 요청했는데 다 기각됐다. 장향숙 당시 인권위 상임위원과 이야기했다. 매일 조합원 1명이 음식을 크레인 위로 올려주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미흡했다. 하루 세 번 음식을 밧줄로 오르내리느라 손은 벗겨지다 못해 파였다. 용역 직원들은 약품을 크레인 위로 올리지 못하게 막았다. 그래도 인권위는 묵묵부답이었다."

이어 김 지도위원은 한진중 크레인 농성 당시 배우 김여진씨가 방문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그때 김씨가 남기고 간 '웃으면서 끝까지'란 글귀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투쟁할 수 있었다"며 "끝이 있는 싸움이란 없으므로 같이 힘을 모아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현 위원장 이후 가장 큰 문제는 자기검열 문화 팽배해진 것"

자리에 있던 인권위 직원 40여 명 전원은 김 지도위원의 강의에 박수로 화답했다. 일부는 눈물을 휴지로 닦아내기도 했다. 한 직원은 "현 위원장의 연임으로 인권위 직원들 일부는 지쳐 있는 상태였다"며 "김 지도위원의 강연이 직원들을 위로하며 힘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인권위 노조 조합원인 신연아(가명)씨는 "현 위원장 재임 이후 생긴 가장 큰 문제는 '용산참사' 안건 부결 등의 사례가 늘면서 위원회 내에 자기검열 문화가 팽배해진 것"이라며 "사회의 인권침해 문제에 적극 나서던 인권위만의 감수성이 사라지는 것 같아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신씨는 "앞으로 직원들과 함께 인권위 내부의 인권감수성을 다시 살려내고자 한다"며 "위원장 한 명에 기죽지 않을 수 있는 직원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인권위 노조는 청와대가 지난 6월 현 위원장을 연임하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정기적으로 자체 강연행사를 열고 있다. 지금까지 영화 <두 개의 문>의 김일란·홍지유 감독, 최승호·한학수 전 < PD수첩 > PD가 방문해 인권위 직원들을 격려했다.


태그:#김진숙, #인권위, #현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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