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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는 악어가 살지'
 '바다에는 악어가 살지'
ⓒ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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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종류의 소망을 한 뼘 더 높은 곳에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면 그건 늘 살만한 가치가 있는 삶일 거야."(14쪽)

만약 어느 날 아침, 전혀 알 수 없는 곳에 홀로 내벼려졌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것도 당신이 열 살짜리 아이라면?

주인공 에나이아트는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평범한 소년이다. 아버지가 남긴 빚으로 인해 탈레반에 팔려나갈 위기에 처했지만 어머니와 이란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며칠 뒤 퀘타라는 도시에서 어머니마저 감쪽같이 사라진다.

에나이아트는 이때부터 목숨을 건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이란,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7년간 핍박을 받거나 멸시를 받기도 했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가지며 그는 침착하게, 굳건하게 나아간다.

그가 보낸 7년은 한국에서 초등 3년부터 고등학교 1년 나이이다. 딱 우리 또래. 책을 읽다보니 '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나는 이 나이 때 어땠지'라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됐다.

우리, 너무 많은 불평을 하고 사는 건 아닐까. 과연 우리가 비싼 패딩을 안 사준다고, 외모가 다른 아이들보다 못 하다고, 스마트폰이 없다고 불평할 '자격'이 있을까(한 포털사이트의 동영상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만일 당신이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하고, 옷장에 옷을 넣어둘 수 있으며 잠을 잘 침대가 있고 눈비를 막아줄 지붕이 있는 집에 살고 있다면 당신은 전 세계인 중 75%보다 부유하다). 이런 불평을 단순히 더 나은 삶을 원하는 인간의 욕구라 해야 하나.

"어쩌면 난 소년병이 됐거나 소년병한테 죽을 수도 있었어요."

우리가 불평하고 있는 동안 에나이아트는 죽음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냥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남에게 총을 겨누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하지 않을까.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우리 세계가 다르게 보인다.

에나이아트가 이란에서 터키로 떠날 때 트럭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떤 아이가 '손톱을 뺄 때나 낼 법한 소리'를 지르며 물을 찾고 있었다. 에나이아트가 여기저기 물을 얻으러 다니다 결국은 물이 남아있는 다른 아이의 것을 빼앗아 그 아이에게 물을 가져다 주었다.

"이 일로 인해 나는 기분이 좋았다. 아주 조금이기는 하지만 내가 인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청소년 자살문제가 화두다. 자살만큼 극단적인 수단은 없는 것 같다. 삶이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내일 내 의지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데, 여기 이렇게 두 다리, 두 팔이 다 달려있고, 보이며, 들리고, 만져지는데 어떻게 내 의지로 목숨을 끊는단 말인가.

나는 열한 살 때 오른쪽 다리가 잘릴 뻔했다. 기적적으로 접합에 성공해서 지금은 일상에 전혀 지장이 없다. 불평 하고픈 마음이 일 때마다 이 상처를 바라본다.

'살아있어 감사하다.'

에나이아트는 열 살 때부터 소년병이 될 뻔하고, 숱하게 죽을 뻔했으며, 여기서 차이고, 저기서 체포되는 등 불행 그 자체를 겪었다. 자살하기 전에 한번만 웃을 시간이 있다는 것, 무엇보다 미래라는 소중한 씨앗이 있다는 걸 생각해봤으면 한다.

주인공이 여행하는 동안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학대와 착취도 있었고, 핍박과 폭력도 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보상을 바라지 않는 따듯한 마음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삶도 그렇지 않을까? 희망은 분명 존재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라이브러리&리브로'에도 보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 해 중복 송고를 허용합니다.



바다에는 악어가 살지

파비오 제다 지음, 이현경 옮김, 마시멜로(2012)


태그:#자유, #소년병, #분쟁, #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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