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 '불편한 진실' 코너.

<개그콘서> '불편한 진실' 코너. ⓒ KBS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 '불편한 진실'에서 개그맨 황현희가 유행시킨 말, "이거 왜 이러는 걸까요?" 이 유행어를 올해 프로야구에도 적용시킬 수 있겠다.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섹시'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프로야구를 보러온 관중이 6월 26일부로 400만을 넘어섰다. 역대 최소인 255경기만이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52경기나 줄어든 수치다. 이대로라면 목표로 삼았던 700만을 넘어, 800만 관중도 돌파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워지는 날씨 따라 야구 열기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뜨거운 것은 관중 수만이 아니다. 야구장 안도 뜨겁다. 아니, 뜨거움을 넘어서 '핫'하다. 응원을 유도하는 치어리더의 긴 생머리도, 타자가 던진 배트를 수거하러 나가는 배트걸의 짧은 바지도, 집요히 그들을 찍어대는 사진 기자의 카메라도.

['불편한 진실' 하나] 왜 남자 치어리더는 없나요?


 야구경기에서 치어리더들이 화려하고 흥겨운 응원을 펼치고 있다.

야구경기에서 치어리더들이 화려하고 흥겨운 응원을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물론 치어리더가 화끈한 의상을 입고 응원을 주도했던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올해는 유독 심하다. 의상도 짧아졌지만, 그들에 대한 매스컴과 대중의 관심은 더욱 올라갔다. 이는 치어리더와 관련된 기사 생산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한 포털 사이트를 이용해 2011년 프로야구 시즌이었던 4월부터 10월까지 '치어리더'와 관련된 기사와 사진을 검색한 결과, 총 4201건이 검색되었다. 그러나 동일한 검색어로 2012년 4월부터 6월까지 생산된 기사와 사진을 검색하면 무려 4614건이 검색된다. 지난해와 비교해 1/3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미 지난해의 기사 수를 돌파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중과 매스컴의 관심이 철저히 남성 위주의 시각이라는 것이다. '치어리더'를 검색하면 '치어리더 노출 사고', '치어리더 노출' 따위가 연관 검색어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치어리더뿐만이 아니다. 언젠가부터 야구장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배트걸'도 마찬가지다. 배트걸은 타자가 공을 친 후 던진 배트를 수거하고, 파울볼을 줍는 일을 한다. 두산을 제외한 대부분 구단이 '배트보이' 대신 '배트걸'을 쓰고 있지만, 사실 본연의 임무만 본다면 여자가 아닌 남자가 해도 지장이 없는 일이다. 혹 여자가 한다 할지라도, 한 뼘도 안 되는 핫팬츠를 입고 해야할 일은 전혀 아니다.

몇 가지 도발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왜 치어리더는 한여름에도 생머리를 기르는, 8등신의 늘씬한 미녀여야 하는가? 왜 그들은 단순한 율동이 아닌, 걸그룹의 '섹시 댄스'를 추며 응원을 해야 하는가?(음악 프로그램이 15세 제한임에 반해 심지어 야구장은 아이들도 올 수 있는 공간임에도!) 왜 한 경기에도 수십 번씩 필드를 뛰어다녀야 할 배트걸은 남자로 대체되지 않는가? 또 그들은 왜 운동복이 아닌 핫팬츠를 입고 있는가? 왜 치어리더는 모두 여자이면서도, 응원단장은 항상 남자인가? 그리고 왜, 남자 치어리더는 없는가?

['불편한 진실' 둘] 남녀 프로야구 예매 비율은 거의 같아

질문은 여러 개지만 결국 답은 하나로 모인다. 프로야구 마케팅이 철저히 남성 위주라는 것이다. 사실 프로야구는 3S(Sports, Sex, Screen) 정책의 일환으로 출범했다. 게다가 '프로'야구니만큼 어디까지나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며, 때문에 그를 위한 마케팅 방법이 조금 '야'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야하려면, 평등하게 야해야 한다. 영화평론가 듀나는 영화 <돈의 맛> 평론에서, "이 영화의 노출 정도는 영화가 비판하는 계급 사회의 논리와 닮았다"고 썼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섹스신을 보면, 남녀를 불문하고 언제나 약자가 신체를 더 노출했다는 것이다. 그의 이 말을 올해 프로야구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 야한 마케팅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느 한 성별만 노출이 심하다면, 이는 권력 관계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이는 프로야구 마케팅이 '성인 남성'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히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해가 지나며 여성이나 학생 관중은 크게 늘고 있다. 실제 지난해 티켓링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녀의 프로야구 입장권 예매 비율이 각각 52.2%대 47.8%이었다고 한다. 더 이상 성인 남성만이 프로야구 마케팅의 주 타깃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불편한 진실' 셋] 여성을 소비하는 프로야구... 미디어도 일조

 주말의 야구 경기장, 만원 관중이 들었다.

주말의 야구 경기장, 만원 관중이 들었다. ⓒ 윤형준

불편한 진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남성을 위한 '노출' 마케팅은, 미디어에 의해 확대 재생산된다.

언론의 카메라는 더 이상 선수만을 쫓지 않는다. 오히려 시구하는 여자 연예인의 골반을, 치어리더의 다리를, 배트걸의 엉덩이를 쫓는다. 그리고 그런 사진은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포털 사이트에 올라간다. 그릇된 노출 마케팅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봐도 모자랄 언론이, 오히려 이에 일조하는 셈이다.

이런 언론의 행태는 결국 몇몇의 '여신'을 낳는 동시에, 대다수의 치어리더와 배트걸들을 소비되는 '상품'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들의 노출을 찍어 올려 많은 독자가 유입되면, 그것이 수익으로 연결되니, 몇몇 언론에 이들은 그야말로 '상품'이라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치어리더나 배트걸 등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지자, 선수나 감독뿐 아니라 그라운드 밖의 '조연'들도 조명을 받고 있다. 몇몇 언론이 치어리더나 배트걸, 여자 아나운서들을 두고 남성 위주의 경기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야구장의 꽃'으로 표현하며 기획기사나 심층 인터뷰를 시도하는 것이 그 예다.

그러나 이들 역시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과거에는 관심 밖이었던 프로야구의 조연들에게 관심을 두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여성의 '성 상품화'라는 프로야구의 어두운 그늘을 '야구장의 꽃'으로 포장하여 면죄부를 주는 것에 불과하다. 앞서 질문한 '왜 배트걸은 운동복이 아닌 핫팬츠를 입어야 하는가?', '왜 남자 치어리더는 없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 프로야구가 지나치게 성인 남성 위주의 마케팅을 펼친다는 것, 그리고 몇몇 언론에 의해 그것이 재생산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성 상품화의 정도는 나날이 심해지고 있고, 그것을 직접적으로 바라보는 관중과 간접적으로 바라보는 미디어 독자 역시 점차 늘고 있다. 이제는 한 번쯤 고민해 볼 때다. 우리 프로야구, 이대로 좋은가?

덧붙이는 글 윤형준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 2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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