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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0일) '세기의 재판'이 시작됐다.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 이씨 일가의 유산 상속 소송이다. 수조 원에 달하는 재산 다툼뿐 아니다. 자칫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 등 그룹의 지배구조까지 영향을 끼칠수 있다. 이번 소송을 국내뿐 아니라 해외 언론까지 관심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재판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과거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 당시 수사자료 등이 공개될 경우, 파장은 더 커진다. 유산 상속과는 별개로 삼성을 둘러싼 비자금 의혹이 또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셈이다. 양쪽간 치열한 법적 공방이 있을수밖에 없다. 소송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재계뿐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막오른 세기의 재판... 핵심은, 과연 상속재산인가

 

소송의 핵심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갖고 있는 삼성생명과 전자 주식이 아버지였던 이병철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 재산이냐는 것이다. 만약 상속재산이 아닐 경우 세기의 소송은 싱겁게 막을 내릴수도 있다.

 

지난 2월 삼성가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81, 이재현 CJ그룹 회장 아버지)은 이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 반환 소송을 냈다. 이병철 회장이 자녀들에게 차명으로 주식을 물려줬는데, 이건희 회장이 혼자 차지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것이다. 같은 내용으로 이숙희씨(77, 구자학 아워홈 회장 부인)도 소송을 냈다. 또 선대회장의 둘째아들인 고 이창희씨의 며느리 최선희씨 가족 등도 마찬가지다.

 

이건희 회장 쪽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최근 법원에 낸 준비서면에서 "이맹희씨가 인도를 요구하는 주식은 상속재산이 아니다"는 입장을 적었다. 이 회장이 갖고 있는 주식은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이 회장쪽 관계자는 "이 회장이 따로 차명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다.

 

특검 수사때는 상속재산이라더니... 재산반환 소송 들어오니 아니다?

 

하지만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미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로, 이병철 회장이 살아있을 때 삼성생명과 전자 주식을 다른 사람 이름으로 관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주식을 이건희 회장과 에버랜드가 같은해 12월 실명으로 전환한 사실도 확인됐다. 특검은 당시 4조 원대에 달하는 비자금 성격의 차명주식을 이 회장의 상속재산으로 인정했다. 이는 당시 삼성 쪽의 주장이었다.

 

물론 일부 반론도 있다. 2008년 12월 실명전환했던 주식에 고 이병철 회장의 차명 주식뿐 아니라 이건희 회장 자신의 것도 들어있을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주식은 이미 다 처분하고, 따로 이 회장이 차명으로 주식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맹희씨 쪽의 반박도 있다. 설령 이 회장이 선대 회장의 차명주식을 다 처분하고, 새로 사들였다고 하더라도 원천적인 자금은 선대 회장의 유산이라는 점이다. 맹희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는 삼성 특검 때의 각종 조사자료 등을 재판부에 증거조사로 신청해 놓은 상태다. '계좌 추적 및 차명재산 관리 및 처분에 관한 자료' 등을 통해 이를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재산분할을 주장할 권리 기간이 남아 있는가

 

법원이 상속재산으로 인정하면, 소송의 핵심은 다음으로 넘어간다. 과연 재산분할을 주장할 권리가 여전히 남아 있느냐다. 법률용어로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이다. 이 기간이 끝났는지, 아니면 남았는지 여부다.

 

이를 두고 양쪽 입장은 전혀 다르다. 현행 민법(999조 2항)에는 상속회복청구권은 그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상속권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경과되면 소멸된다고 돼 있다.

 

이맹희씨 쪽에선 유산 분할을 주장할 기간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건희 회장 쪽에선 이미 지났다는 입장이다. 우선 상속권 침해가 언제 일어났는지 여부다. 이건희 회장 쪽에선 이병철 전 회장이 사망하고, 이 회장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25년 전(1987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맹희 쪽은 삼성특검 후, 차명주식이 실명으로 전환됐던 2008년 말로 보고 있다.

 

또 상속권 침해를 알게 됐던 날도 양쪽은 서로 다르다. 이건희 회장 쪽은 2008년 4월 삼성특검 수사 결과 때 차명주식 존재를 맹희씨 쪽도 알고 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3년이 지나게 된다. 하지만 맹희씨 쪽에선 작년 6월에서야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당시 이 회장 쪽은 맹희씨 등 가족들에게 선대 회장의 상속재산 포기 확인서를 국세청에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법정다툼 중 삼성 비자금 의혹 불거질수도

 

양쪽은 서로 이번 소송에 대해 일단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면서도 내심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15명에 이르는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린 화우 쪽에선 "충분히 승소할 자신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건희 회장 쪽은 공식적인 언급은 꺼리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에선 극적인 합의 가능성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 스스로 "헌법재판소 등 끝까지 간다"고 이야기한 만큼, 당분간 합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번 소송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운 게 사실"이라며 "장시간 진행될 총수 일가의 유산 소송 자체가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도 결코 이롭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 삼성 주변에선, 재판의 불똥이 자칫 엉뚱한 곳으로 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맹희씨 쪽에서 증거조사로 요청한 삼성특검 수사자료 등이 공개될 경우의 파장이다. 삼성 비자금 문제가 재판과정에서 다시 불거질 경우, 사실상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되기 때문이다.

 

삼성가의 한 재계 고위인사는 "정작 유산 소송보다 재판과정에서 불거지게 될 삼성 이씨 일가의 재산 형성 문제가 더 관심거리가 될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삼성 비자금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지면, 시민사회뿐 아니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압박 수위가 높아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태그:#이건희 회장, #이맹희 전 회장, #삼성가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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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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