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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니?"
"껌이요."
"선생님, 주는 거야?"
"예. 선생님! 사랑합니다."

의외의 선물이었다. 빨간 색깔의 껌이었다. 우리 학교는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서, 촌지를 받지 말라는 엄명이 내려져 있었다. 그래서, 아예 학교장 재량으로 휴업하기로 하였다. 스승의 날 행사는 일체하지 않기로 결정이 내려졌다. 그런데, 14일 하교할 즈음이었다. 한 아이가 손 때 묻은 껌 하나를 내밀고 있었다. 아이의 얼굴은 진지함으로 가득하였다.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였다. 지극히 순수한 표정으로 내밀고 있는 손이 그렇게 앙증맞을 수가 없었다.

교권이 추락하고 있다. 학교 폭력이 세상의 이슈가 되면서, 그 책임 추궁을 교사에게 밀어붙이고 있다. 교사가 설 곳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아니, 이미 코너로 몰려 있다. 과대한 업무에 정신적인 고통까지 가중되고 있으니, 그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하다. 숨 돌릴 여유조차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대부분의 선생님은 보람을 찾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랑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사랑으로 어린이들을 지도하는 것에 최선을 하고 있다. 누구에게 무엇을 바라는 일은 이제 사치가 되었다. 세상의 눈길이 어떠하든, 상관하지 않은지 오래다. 소명감으로 어린이를 지도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할 뿐이다. 환하게 웃는 어린이의 얼굴을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믿고 있다. 하얀 이를 드러내놓고 있는 어린이 모습이 최대의 보상이다. 어린이의 밝은 모습에서 보람을 찾고 있다.

빨간색 껌 하나를 내민 어린이는 정상 어린이가 아니다. 장애아이다.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하여 제대로 수업할 수 없는 어린이다. 불안해지면, 언제라도 소리를 지르면서 교실 한 바퀴를 돌아야하는 그런 어린이다. 3월에 그 아이와 대면하였을 때, 마음은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지나면서 시나브로 기대하는 마음이 생겼다. 더듬거리기는 하지만 글자를 해득하는 모습을 보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순수한 어란이를 닮은
▲ 수국 순수한 어란이를 닮은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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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풍성한 수국을 닮아 있었다. 청순하고, 순수함을 자랑하는 수국 꽃을 닮아 있었다. 수국처럼 어디 하나 모나 있지 않았다. 어린이는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각이 모났을 뿐이었다. 모난 시각으로 바라보면, 어린이의 모습은 모나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난 시각이 아닌 둥글둥글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면, 어린의 얼굴이 환하게 빛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어린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에게서 배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유사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어린이의 행동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시각각 느끼게 되는 어린이에 대한 생각이 나를 성숙시켜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행동에 일정한 질서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힘이 들기는 하지만, 그런 행동에서도 배울 점은 있었다.

수국이 아름다운 것은 순수하기 때문이다. 순수하다는 것은 거짓이 없다는 점이다.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순수한 것은 바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수국을 사랑한다. 둥근 모습을 하고 있어서 사람의 마음에 각인되어질 수 있다. 그런 순수함을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평생을 가슴에 두고서 간직할만한 추억이 될 수 있다.

빨간색 껌 선물은 영원히 내 가슴에 각인이 되었다. 그 어린이는 잊혀 지지 않을 존재가 되었다. 내 가슴에 사랑으로 각인이 되었다.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였지만, 사랑한다는 그 말이 진심이란 것을 안다. 그것은 너무나 분명하기에 확인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 나는 행복하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태그:#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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