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방영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한 장면

지난 2일 방영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한 장면 ⓒ MBC


흔히들 "늦바람이 더 무섭다"고들 한다. 뒤늦어서야 자신의 숨은 끼를 알고 물불을 가리지 않을 만큼 두려운 것도 없다.

하지만 이 부정적인 어감이 강한 '늦바람'이 연예계로 넘어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숨겨진 진주의 재발견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로 뒤바뀐다. 대표적인 연예계 '늦바람'을 꼽자면 이제는 '국민 할매'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쥔 가수 김태원이다.

그간 록 그룹 부활의 기타리스트로 알려진 그는 자신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짙은 선글라스를 집어던졌다. 강력한 록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고 지극히 허약한 '할매'의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나타난 순간 많은 사람이 열광했다. 그간 애써 숨겨온 예능감에 열띤 환호를 보냈다. 그 덕분에 김태원은 물론 부활, 심지어 록이라는 장르까지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을 거뒀다.

김태원이 성공적으로 예능 세계에 진입하는 데는 김구라의 역할이 컸다. 평소 김태원을 사석에서 접한 김구라는 김태원이 남다른 예능의 끼가 있음을 재빨리 발견하고, 그가 예능을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렇게 '김태원의 성공 신화'의 공로를 인정받은 김구라는 2012년 '제2의 김태원'을 노리는(?) 예능 늦둥이 김응수 재발견에도 일조했다.

김태원, 김응수. 각각 활동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이 두 사람의 묘한 공통점이 있다면 두 사람 모두 언뜻 보기에 '예능'과 '코믹'과는 거리가 먼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 할매' 이전의 김태원이 로커의 카리스마로 점철되었다면 김응수는 '권력욕'의 이미지가 강하다.

최근 히트를 기록한 MBC <해를 품은 달> 윤대형 역을 맡기 이전에도,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김경호 교수가 석궁을 쏘게 한 오만한 판사 박봉주, 드라마 <추노>의 이경식 등의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뿜어낸 김응수.

 지난 2일 방영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한 장면

지난 2일 방영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한 장면 ⓒ MBC


김구라 "거보, 저 형 재미있다고 내가 이야기했잖아!"

하지만 최근 SBS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이하 <붕어빵>)을 본 시청자는 알겠지만, 그는 자신이 그간 보여준 연기와 외모에서 비롯된 선입견과는 달리 상당히 유쾌하고 재미있는 남자다. 그리고 그가 애지중지 숨겨왔던 넘치는 끼는 지난 4월 25일, 5월 2일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스>)에서 꽃을 피웠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김응수는 개그와 장난과는 전혀 거리가 먼 근엄한 이미지다. 오히려 김구라나 윤종신이 김응수 앞에서 '깐죽'거리면 바로 응징에 들어갈 것 같은 무서운 얼굴. 하지만 쉽게 접근하기 어려워 보이는 남자의 입에서 집안 어른이라는 도올 김용옥 특유의 성대모사가 나오기도 한다. 자신의 애마 '쟤나'를 위한 애교송이 흘러나오는 순간 그를 경계했던 <라스> 스튜디오는 웃음으로 초토화됐다. 그리고 <붕어빵>에서의 인연은 계기로 일찌감치 김응수의 재능을 알아본 김구라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거봐 저 형 재밌다 했잖아."

'이준을 이은 예능 기대주 발견'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지난 4월 25일과 5월 2일 방송된 <라스>의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한 김응수의 활약은 굉장했다. 예능의 재미를 위해 자신의 딸 은서의 부족한 외모(?)까지 거론하는 것은 더이상 화젯거리도 아니다. 특히나 지난주 '쟤나송'에 이어 그 춤만 췄다면 선배들이 술값도 대신 내줬다는 마력의 '진진바리춤'은 얼마 전 <해를 품은 달>의 악의 화신 윤대형 대감을 연기한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의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2주간 <라스>에서 전 방위적으로 맹활약을 펼친 김응수의 예능 데뷔는 가히 성공적이었다. 앞으로 그가 <라스>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예능 전선으로 나가 '제2의 김태원'의 신화를 써내려갈지는 미지수이다. 이미 그는 굳이 예능이 아니더라도 각종 드라마, 충무로에서도 인정받는 명배우니까 말이다. 또한 그는 영화 연출을 전공한 이력을 살려 자신의 감독 데뷔를 위해 틈틈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맡은 역할에 온 힘을 기울이다 졸지에 '국민 쌍놈(?)'이라는 이미지를 굳혀버린 김응수가 <라스>를 통해 자신의 유쾌한 본모습을 보여준 것은 인생 최대의 행운일지도 모른다. 덕분에 김응수는 평소 구축해놨던 진지한 연기 외에도 코믹 연기로도 러브콜이 쇄도하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김구라가 발견해낸 코믹 덩어리의 늦바람은 김구라 이후의 <라스>를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밤을 잠시나마 행복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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