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이대호는 올 시즌 초반 오카다 감독의 신뢰 속에서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릭스 이대호는 올 시즌 초반 오카다 감독의 신뢰 속에서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 SBS CNBC

오릭스 버펄로스 내야수 이대호(30)가 악몽 같은 4월을 보내고 있다. 이대호는 4월 18일 교세라돔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홈경기에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로 아쉬움을 남겼다. 2경기 연속 무안타 경기였다.

타율은 0.213에서 0.196(51타수 10안타)까지 떨어졌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2할대 타율마저 무너졌다. 아직 14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슬럼프가 너무 길다.

이대호는 못했지만 오릭스는 6-4로 이겼다. 오릭스 타선은 오랜만에 8안타를 때리고 3볼넷을 엮어 6점을 뽑았다. 이대호를 빼면 1번 타자부터 7번 타자까지 모조리 한 개 이상 안타를 때렸다. 중심타자면서도 안타가 없었던 이대호에게 자연히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이대호는 1회와 3회 득점권에 주자를 두고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1회 1사 2, 3루의 기회에선 5구째 시속 128km 포크볼에 헛스윙하면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팀이 0-2로 뒤져 희생 플라이 하나라도 필요한 시점이었다. 3회 무사 2루에서도 시속 117km 커브가 방망이 끝에 걸리면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5회 1사 1루에선 초구인 시속 139km 직구를 잘 받아쳤지만 우익수가 거의 움직이지 않고 받아낼 정도로 정면으로 향했다. 8회 마지막 타석에선 5구째 몸 쪽을 파고드는 시속 126km짜리 슬라이더에 헛스윙하며 첫 타석에 이어 또 삼진을 당했다.

동료들이 승리의 기쁨을 얼굴에 나타냈을 때도 이대호는 마음껏 웃을 수 없었다. 타석에서 안타 없이 물러나고 더그아웃에 들어와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답답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오카다 아키노부 오릭스 감독은 이 경기에서 타선에 변화를 줬다. 5번을 치면서도 타율이 0.224로 부진하던 오른손 타자 다카하시 신지를 끝내 내보내지 않았다. 소프트뱅크의 선발투수였던 오토나리 겐지가 오른손 타자에게 약한 왼손 투수였어도 이렇게 기용했다.

다카하시의 빈자리는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한 기타가와 히로토시가 메웠다. 기타가와는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오카다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타순을 바꿔 재미를 본 오릭스는 1할 타자인 이대호를 슬슬 압박할 때가 됐다. 이대호의 4번은 득점 기회가 많이 나는 자리다. 이대호가 계속 부진하다면 연일 불방망이를 과시하고 있는 지난해 4번 타자 T-오카다에게 그 자리가 돌아갈 수도 있다. 퍼시픽리그에서 강한 타선이라고 볼 수 없는 오릭스는 여유를 부릴 처지가 아니다.

이대호는 올해 소프트뱅크를 두 번째 만나고 있다. 이제 많이 익숙해졌을 법도 한데 오히려 더 감을 못 잡고 있다. 타석에서 여유가 없고 스윙도 완벽한 자세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타격폼이 좋았을 때의 기억을 꾸준히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대호는 지난 5경기에서 17타수 1안타로 타율 0.059를 기록 중이다. 과연 한국에선 이런 적이 있었나 싶다.

이대호는 눈앞의 시련을 이겨내야 일본 무대를 정복할 수 있다.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순 없다. 이제 자신의 능력을 믿고 경기에 나서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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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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