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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한 특정 프레임들을 만들어 선거정보를 유통한 일부 언론도 '사실상' 승리했다. 정당이 선거에서 이기는 일은 존립 목적에 부응한다지만 언론이 선거전에서 '승리'했다는 생급스런 진단은 마치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에서 우리가 이겼다'고 환호하는 상상처럼 얄망궂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14일 <한국대학신문>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가슴에 와 닿는다. 정도를 벗어난 보수언론의 선거보도를 제대로 지적한 글이다. 실제로 그랬다. 총선을 앞두고 불공정 편파보도로 시작해 선거기간 내내 편파시비에 휘말리더니 선거 후 여당의 승리가 마치 자사의 승리인 양 흥분에 도취돼 있는 보수신문들과 파업을 빙자해 여당지지에 혈안이 된 KBS와 MBC 양대 지상파 방송사의 빗나간 보도행태는 분명 심판 받아 마땅하다.

'디도스 공격 사건', '돈 봉투 사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등 전대미문의 굵직한 사건들로 국민적 지탄과 공분의 중심에 서서 휘청거리던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이 간판을 바꿔달고 19대 총선에서 승리한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전대미문의 정치사를 다시 쓰게 한 사건이다. 무엇보다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연대의 전략적 대처능력 미흡과 정치력 부재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보수언론 편파보도, 여당 승리 '효자'... 갈수록 기고만장한 '의제설정'

KBS 4월 1일 <뉴스9> 캡쳐.
 KBS 4월 1일 <뉴스9> 캡쳐.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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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더 큰 문제는 보수언론의 편파보도가 선거기간 내내 이어졌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양대 지상파 방송은 파업으로 인해 방송사 내부에서 건강한 목소리를 내던 종사자들이 낙하산 사장 퇴진을 주장하며 동시에 공정보도를 요구하면서 길거리로 나선 틈을 악용해 편파보도를 일삼았다. 사상 최장의 파업을 유도해 내면서 낙하산 사장과 그의 친위대들은 정권과 여당에 유리한 쪽으로 전파를 교묘히 활용한 것이다.

방송사들은 여당에 유리한 이슈는 부각시키고, 불리한 이슈는 잠재우는 철저한 '친여 게이트키핑'을 작동시켜 최악의 편파보도를 4·11 총선기간 내내 보여줬다. 거대 보수신문인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이하 <조중동>)도 마찬가지다. 여당에 유리한 변수만을 골라 의제로 부각시키거나 심지어 해묵은 안보·이념 프레임을 작동시켜 국민의 눈귀를 멀게 하더니 선거 당일에는 수원 20대 여성 납치살해사건을 지나치게 확대 보도하는 등 시종일관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1면과 사설에서 두드러졌다.

이들 보수신문과 방송사들이 욕먹을 짓을 각오한 듯 무리수를 둔 이유는 뭘까. 비난을 무릎 쓰고 편파적 게이트키핑과 프레임을 작동시킨 가장 큰 이유는 자신 또는 자사 생존논리에 갇힌 때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보수신문의 경우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청문회 가능성을 차단하고, 파업 중인 양대 공영방송사의 경우 '낙하산 인사'의 부조리 의혹 규명을 예방하는데 선거보도의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애시당초 공정하고 객관적인 선거보도는 기대조차 하기 어려웠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주장과 사례 몇 가지만 들여다 보면 의심은 금세 증오로 바뀔 수 있다.  

"새누리당은 보수(이념)-영남(인구)-돈(재벌)-언론(조중동)이 결합한 '카르텔'이다. 위력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 이 카르텔이 정권을 놓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때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2002년의 패배 역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기적적 사건이었다. 두 차례의 대선 실패와 한 차례의 총선 실패로 카르텔은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 분열하면 진다는 것, 무리하면 진다는 것이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위원장이 국민들 앞에 몸을 낮추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새누리당을 구해낸 것은 2004년의 경험에서 터득한 비법이다."

성한용 <한겨레신문> 선임기자는 13일자 3면에 실은 '대중성·이미지·보수카르텔…'박근혜 괴력' 3대 키워드'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총선 결과를 '카르텔 효과'로 보았다. 그는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를 이끈 '박근혜 리더십'의 원천을 이념, 지역, 경제에 이어 <조중동>이라고 하는 거대 보수신문들과의 '카르텔'로 진단했다. 보수신문들이 선거기간에  얼마나 여당 편에 섰는지를 짐작케 한다. 그러나 그는 "야당이 한때 속도 없이 원내 과반 의석을 꿈꾼 것은 박근혜 위원장과 그를 떠받치고 있는 카르텔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반대로 지적했다.

독과점 <조중동>, 선거 때마다 친여·색깔 프레임... 무얼 노린 걸까?

<조선일보> 4월 13일 10면.
 <조선일보> 4월 13일 10면.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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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지금도 '박근혜의 힘'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많고, 야당 역시 부정하고 있지만, '박근혜의 힘'을 뒷받침하는 데는 여전히 '박정희 향수'에 뿌리를 둔 보수층의 '메시아적 존재감'이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첩공주' 이미지가 지닌 특이한 '스타 기질'도 한 몫하고 있다. 거기에 보수언론이 굳건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선거에서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반대로 야권과 진보진영에는 <경향신문>과 <한겨레>등 <조중동>과 대척점에 서 있는 언론들이 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언론시장에 두텁게 뿌리를 내린 지독한 독과점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조중동> 3개 신문사의 발행부수 점유율이 50%에 육박해 여전히 시장에서 독과점을 유지하고 있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디어경영연구소가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신문 매출액 대비 발행부수 분석자료'에 따르면 <조중동>의 한 해 매출액은 9829억9200만 원, 발행부수는 436만4550부로 신문업계 전체대비 각각 42%와 46.9%를 차지했다. 발행부수 대비 유료비율도 74.2%로 전체 신문시장에서 과반에 해당하는 점유율을 차지했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나머지 일간지의 매출액을 모두 합쳐도 3개 신문 매출액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5406억8100만 원(23.1%)에 불과했으며, 발행부수도 162만3776부(17.4%)로 3분의 1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8월 한국ABC협회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입증됐다. <조선>의 발행부수는 181만112부(이하 유가부수 139만2547부), <중앙>은 131만493부(98만3049부), <동아>는 124만8503부(86만6665부)로 국내 신문 발행부수에서 100만 부가 넘은 곳은 이들 3곳뿐이다.

진보신문들이 아무리 연대해도 3개 보수신문사가 석권하고 있는 시장을 넘볼 재간이 없다. 바로 이 점을 보수신문들은 의제절정뿐만 아니라 광고와 판매 등에서 교묘히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기간 내내 드러내놓고 여당 편향적 색깔 프레임을 들고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물론 여당도 그래서 늘 이들 신문사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 사례가 이번 총선과정에서 드러났다. 4·11 총선을 나흘 앞둔 7일, 인천지역에 <조선일보> 수천 부가 무료로 배포됐다. 이날 <조선>은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린 인천 문학경기장 외에 계양구, 서구, 연수구, 남구, 남동구 등에 무료로 배포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과연 <조선>이 노린 효과는 무엇이었을까. 1면과 2~3면의 선거의제를 들여다 보면 선명하다. 특히 1면 머리기사 제목과 사진에서 묻어났다. '한국 정치가 창피하다'란 큼지막한 제목아래 사진은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가 목회자 가운을 입고 서 있는 장면이다. "인터넷 방송 '나꼼수' 출신의 김 후보의 과거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는 기사 리드와 '목사 흉내를 내는 모습'이라는 사진설명이 무얼 의도하는지 잘 일러준다.

'여당 봐주기, 야당 물어뜯기'...<조중동> 4·11 총선의제 '공통분모'

<조선일보> 4월 7일 1면.
 <조선일보> 4월 7일 1면.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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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이 10일 "<조선일보>가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언론노조는 이날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7일 인천시 전역과 문학야구경기장에 조선일보 2500부를 공짜로 무차별 배포한 것은 불법적인 선거 개입 행위"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조선일보 수천 부가 배포된 것에 조선일보가 사전에 기획하고 적극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선거법 위반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는 이어 "부평 지역은 또 조선일보 출신(전 월간조선 편집장)의 새누리당 후보가 출마한 곳"이라며 "조선일보가 하필 이 지역에, 그것도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을 실은 신문 수천 부를 추가로 찍어 배포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아니나 다를까. <조선>의 이러한 의제설정은 선거결과와 맞아 떨어졌다.

이외에도 선거를 앞두고 <조중동>의 1면을 분석해 보면 3개 신문들은 공통적으로 야권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의제로 설정해 보도했다. <조선>은 김용민 후보 외에도 그 이전에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의 경선 조작 파문이 불거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1면에 연일 주요 의제로 다뤘다. 신문은 3월 21일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경선 조작', 3월 22일 '이정희, 당 심야회의 후 사퇴 거부키로', 3월 23일 '민주당 결국…'이정희 사태' 덮고 가기로', 3월 24일 '이정희 사퇴 후임은 역시 경기동부연합' 등의 제목과 함께 잇따라 보도했다.

<중앙>도 김용민 후보의 오래전 발언 파문을 1면에 집중 보도했다. 4월 5일 '김용민 막말 파문…나꼼수 '세습공천'의 덫', 4월 6일 '김용민 거취에 쏠리는 눈…나꼼수 눈치 보는 민주당', 4월 7일 '이해찬·이용득 "김용민 사퇴를"' 등의 제목과 함께 야당에 불리한 의제를 1면에서 계속 다뤘다. <동아>도 마찬가지.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커지면 커질수록 물타기에 적극 나서더니 김용민 후보의 발언 파문을 1면 주요의제로 삼았다. 여권에 불리한 이슈를 잠재우는 데 일조를 다했다.

신문의 1면에서 묻어났다. 4월 2일 '현정부 민간인 사찰 증거라는 문서 2619건, 본보가 직접 내용 분석해보니', 'KBS새노조, 잘못된 발표로 나라 들쑤셔놓고… 뒤늦게 "유감"'에 이어 4월 3일 '민간인 사찰 파문...사찰 '폭탄 돌리기'', 4월 4일 '"북 수용소 실태 유엔서 조사를" 세계 3대 인권단체 청원', 4월 5일 '북 잠수함 3,4척 동해기지 출항후 감시망서 사라져', '민주 김용민"시청역 에스컬레이터 다 없애면 노인들… "', 4월 7일 '이해찬 "김용민 사퇴해야" 민주 '김 감싸기' 내부 반발' 등의 제목에서부터 의도성이 읽힌다.

물론 사설에서 이들 신문은 더욱 깊숙이 개입했다. 그 중에서도 '김용민 발언 파문'은 이번 총선에서 보수신문들의 가장 큰 편파보도용 프레임으로 이용됐다. 더욱 가관인 것은 <조중동>이 때리면 파업 중인 방송사들이 줄줄이 보도하는 우스꽝스런 장면들이 자주 목격됐다.
   
파업 중인 지상파 방송들 '여당 편들기 프레임', 대선까지 이어질라

MBC 뉴스데스크 박근혜(왼쪽)와 한명숙 비교영상 캡쳐.
 MBC 뉴스데스크 박근혜(왼쪽)와 한명숙 비교영상 캡쳐.
ⓒ MBC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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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들의 '보도 프레임'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시점은 4월 3일부터다. KBS는 4일 저녁 <뉴스9>에서 김용민 발언 파문을 본격적으로 싣기 시작하더니 5일부터 작정한 듯 본격적으로 다뤘다. 이날 ''김용민 막말' 사퇴 요구 잇따라…민주당, 맞불'에 이어 6일 '김용민 "사퇴하지 않겠다"…'막말' 당 결단 요구', 7일 '김용민 사퇴 요구 잇따라…"표로 심판 받겠다"', 8일 ''막말' 김용민 사퇴 권고에도 완주 논란' 등의 리포트 기사로 집중 보도했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보도는 온데간데없이 인력도 부족한 판에 특정후보의 8년 전 발언에 유독 의제를 집중한 데서 의구심을 사고도 남았다. 100일 넘는 최장의 파업 중인 MBC도 4일부터 '김용민 의제'가 시작됐다. 이날 <뉴스데스크> '여야, 곳곳서 유세 가열‥김용민 후보 '막말' 논란'을 시작으로 5일 '새누리, "민생 집중·김용민 후보 '사퇴 촉구'"', 7일과 8일에도 각각 세 번째, 두 번째 리포트에서 '김용민 발언 파문'을 부각시켰다.

이외에도 <조중동>과 KBS, MBC가 메인 뉴스에서 민간인 불법사찰과 수원 살해사건 등의 정부 및 여당과 관련된 이슈를 물타기하고 새누리당에 유리한 장면들을 내보내는 편향적 선거보도가 잇따랐다는 따가운 비판이 시민사회단체들의 4․11 총선보도 모니터 결과에서도 지적됐다. 군중들의 반응이 담긴 영상도 극심한 편파양상을 나타냈다고 지적됐다.  MBC 노조는 선거보도준칙이 새누리당에는 충실히 적용된 반면, 한명숙 대표에겐 준칙은커녕 NG컷이나 부정적 인상을 주는 영상이라고 비판했다.

4월 3일부터 5일까지 사흘 동안 새누리당 영상에서의 시민반응 9컷 가운데 8컷이 박수와 환호인데 반해, 민주당 군중 반응컷은 4컷(3컷이 박수, 1컷 무반응)에 불과했다는 것. 또한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은 악수하거나 손 흔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고 사흘 중 두 차례나 꽃을 받는 장면이 나오지만,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시민과 악수를 하려다 화면이 바뀌거나(NG컷), 혼자 걷는 장면이 대부분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총선 이후다. 정부·여당은 '낙하산 사장 퇴진' 투쟁 중인 방송사 파업에 대해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또 '조중동 프레임'은 총선 이후에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이에 대해 MBC 노조 등은 '대선까지 파업한다'는 결의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파업을 통한 '낙하산 퇴진' 투쟁도 중요하지만 '공정보도'를 위한 새로운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번 총선에서 뼈아프게 보여줬다. KBS·MBC노조가 불공정한 선거보도를 하지 않겠다며 팟 캐스트 <리셋KBS>,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통해 선거보도를 한 것이 인터넷 등에서 인기를 얻었지만, 지상파 방송의 편파보도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래서다. 이제부터 <조중동>은 여당과 정부를 위한 프레임을 지속적으로 작동시켜 종편정책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 것이고, 낙하산으로 낙인찍힌 양대 방송사는 여당의 선전 도구화가 돼 방송장악 청문회를 원천봉쇄 시키려할 것이 분명하다. 선거 직후 보수신문과 방송사들의 보도태도에서 드러나고 있다.

보수신문들은 선거후에도 김용민 후보에 일제히 화살을 돌렸다. <조선일보>는 12일 2면 '야권 "막말 나꼼수 김용민이 접전지역 표 다 날렸다'에서 "막말 파문이 수도권 젊은층보다 지방 장년층에 훨씬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이는 '총선에서 여당의 승리는 곧 자신들이 만들어낸 승리'라는 믿음을 은근히 강요하는 것과 같다. <중앙일보>도 이날 2면 기사에서 "새누리 승리 배경엔 민주당이 김용민 막말 파문에 안이하게 대처하면서 역풍을 불렀기 때문"이라고 부추겼다.

야권·진보진영, 치열한 반성·통렬한 성찰·재정비 시급... 왜?

선거기간 내내 보수언론은 민간인에 대한 국가권력의 불법사찰 범죄를 '유사 폭로' 프레임에 가둬 저열한 선거전략의 하나인 물타기로 일관했다. 또한 특정후보의 옛 말과 특정정당인의 발언 중 일부를 '진짜 폭로' 프레임으로 확대 구축하고 이를 무차별 확산시켜 선거에 대한 냉소주의, 정치에 대한 혐오주의를 굳건히 하는데 기여했다. 이마저 모자라 총선 승리를 자신들의 승리처럼 자축하는 모습을 경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벌써 보수신문들과 지상파방송사들은 대선 필승을 다짐하며 박근혜 띄우기와 줄서기에 매진하고 있지 않은가. 총선 승리에 도취된 보수언론들을 보면 '권력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견제가 국민이 위임한 알 권리'라는 소박한 믿음은 온데간데없는 '사치'임이 오싹하게 읽힌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섬뜩하다.

야당뿐만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의 치열한 반성과 통렬한 성찰, 재정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지도부 사퇴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제라도 전 야권이 머리를 맞대고 이번 총선에서 패배한 원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통렬한 반성의 토대 위에서 야권의 체제 변화를 포함한 다각적인 쇄신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태그:#수원살인사건, #진보진영, #보수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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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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