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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0회 부산 연극제
 제 30회 부산 연극제
ⓒ 부산연극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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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바다의 도시. 그리고 문화예술의 도시. 벚꽃이 만개한 이 봄(지난달 29일 개막) 부산 내 각 공연장에서는 '부산연극제'의 작품들이 날마다 개막되고 있다. 올해로 부산 연극제는 30회(서른 살)가 된다. 부산 연극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창작 초연 작품만으로 경연 무대를 꾸민다는 것이 매우 특별하다 하겠다.

부산연극제는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축제로 꼽히고 있다. 해마다 수준 높은 작품으로 전국 연극팬들을 부산으로 몰리게 한다. 2012년 부산연극제는 그 어느 해보다 참가 작품들이 많아 연극팬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개막 축하 공연 <햄릿>(인천시립극단) 외 경연작 10편, 자유참가작이 5편이다. 이 많은 참가 작품 중에 전국 관객들의 관심이 집중된 작품으로는, 이경진 작 <개 짖는 날>을 꼽을 수 있겠다. 이 작품은 지난해 전국창작희곡공모전에서 은상을 차지한 바 있다.

무엇보다 같은 작품을, 극단 누리에(4, 5일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강성우 연출)와 극단 세진(10, 11일 장소 동일, 김세진 연출)이 같은 무대 위에서 공연해, 열띤 경연을 벌였다. 동일한 작품(희곡)으로 전혀 다른 작품의 빛깔을 표현해 내기 때문에, 이번 연극제에서 많은 관객들의 관심과 애정을 갖게 했다.

같은 작품으로 경연을 벌인 연출자과 배우들은, 오랜 시간 땀을 흘려 애쓴 만큼, 관객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아냈다. 기자는 어제(11일) 선거를 마치고, 극단 세진의 <개 짖는 날>을 관람하였다. 극단 누리에의 <개 짖는 날>은 시간이 여의치 못해 관람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누리에 극단, 개 짖는 날
 누리에 극단, 개 짖는 날
ⓒ 부산연극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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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진의 <개 짖는 날>의 대략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푹푹 찌는 무더운 여름날(말복), 개를 키워 파는 농장의 막사에서 생활하는 가족들의 평이한 일상적인 이야기로 막이 오른다. 아버지(박찬영 분)은 정년퇴임 후, 개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그의 아내(정애경 분)은 한 푼이라도 벌려고 읍내 식당에 다니고 있다. 유달리 닭 요리 솜씨가 좋은 아내의 소망은 이웃들이 맛나게 먹어주는 닭 전문 음식점 하나 차리는 것이 꿈이다. 그러나 이런 작은 꿈조차 펼칠 수 없이 가난한 노부부가 사는 막사에는, 25세의 이혼 당한 아들 재섭(윤준기 분)이 간난아기와 함께 더부살이 하고 있다.

씀씀이가 무척 헤픈 전처와의 결혼생활로, 아버지가 빚내어 장만한 아파트까지 날려버린 무일푼의 아들 재섭은 대학까지 나왔으나 일자리도 변변치 않고, 애기 아빠가 되었지만 철도 없다. 이런 재섭의 누나 미영(박인지 분)은 읍내 군청에서 군수의 연설문 따위를 쓰는 작가지망생이다. 이런 미영은 군청에서의 직장생활(대필)에 환멸을 느끼고 기회만 있으면 서울 상경을 동경한다.

그러나 봉건적인 가부장적 사고를 가진 아버지의 반대에 늘 부딪치고, 철없는 아들 재섭은 또 사고를 저지른다. 다름 아닌 미영의 직장 동료 선미(오설화 분)를 임신시킨 것이다. 이로 인해 재섭은 결혼 자금을 대출하기 위해 농협을 드나든다.

이 농협에는 총각(하준영 분) 하나가 있다. 농협 총각은 미영을 짝사랑한다. 드디어 서울로 상경을 하려고 결심한 미영. 그런데 한 푼 두 푼 모아 저금해둔 미영의 통장에 입금된 2000만 원이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2000만 원이 온데간데 없이 증발해서 열받은 미영은 아버지, 어머니, 동생까지 도둑으로 여긴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보니 전세금을 가로챈 이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닌가….

 극단 세진, 개 짖는 날
 극단 세진, 개 짖는 날
ⓒ 극단 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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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진의 <개 짖는 날>은 오늘날의 우리 민중의 고민과 삶의 아픔을 잔잔하게 표현한 수작. 이 작품은 제4회 전국창작희곡공모전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작품을 선정한 심사위원들은 아래와 같이 평한 바 있다.

기발하거나 특별한 사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 사이의 절제되고 압축된 대화를 통해 주어진 상황과 사건의 전개와 반전, 인물 간의 갈등을 무리 없이 보여주었고 정감 어린 눈으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한 근래에 찾기 힘든 따뜻한 작품으로 우리 시대의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할 수 있게 한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그렇다. <개 짖는 날>은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무대 위에 거울처럼 그려준다. 그래서 전개가 단순하다. 그러나 노련한 배우들의 톡톡 튀는 코믹이 가미된 연기력 등, 자칫 진중해질 소지의 작품을, 맛깔나게 표현했다 하겠다.

 개 짖는 날, 아버지 역, 박찬영 배우
 개 짖는 날, 아버지 역, 박찬영 배우
ⓒ 극단 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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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석에서는 "정말 재밌다", "진짜 유쾌하다" 등의 평이 쏟아져 나왔다. 기자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지는 무대 뒤의 분장실을 찾았다. 출연 배우 중 아버지 역을 맡은 박찬영 배우(전 부산시립극단 단원)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아래 내용은 인터뷰를 간결하게 정리한 것이다.

- 요즘 가정은 있지만, 아버지(家長)가 없는 시대라고 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 박 선생님께서는 우리 시대의 누구에게 하소연할 길 없는 아버지의 입장을 훌륭하게 연기해주셨습니다. 혹시 선생님께서 이번 작품을 하시면서 애로점은 없으셨는지요?
"(잠시 침묵 후) 전 이 작품을 맡으면서 처음엔 과연 작품이 무대 위에 올려질 수 있을까 약간 걱정했습니다. 그러니까 솔직히 말하면 연극 한 편을 무대 위에 올리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여건이 충분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어떤 예술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오늘날의 연극인들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부산의 축제, 부산연극제에는 부산 연극인들만 아니라 전국 연극인들과 관계자들이 이런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힘들게 무대 위에 신작을 올립니다.

이번 '극단 세진'의 <개 짖는 날>에 출연한 배우들은 모두 합심하여 출연료를 제작비에 보태기 위해 반납했습니다. 해서 어떤 작품을 연기했을 때보다 보람이 무척 큽니다.(웃음) <개 짖는 날>의 아버지 역할은, 마치 저(실제 가장으로 살아가면서)의 이야기와 같아서, 이 작품의 아버지 역을 연기하는 데는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웃음)

사실 우리나라가 근대화과정을 거치면서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역할이 많이 축소되었지요. 현실적으로 아버지의 역할은 '돈 벌어오는 사람'으로 전락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로 인해 가장의 퇴직 이후 가정과 사회에서의 소외 문제, 부부의 이혼, 자녀와 부모의 관계 문제 등 가슴 아픈 일들이 파생되지요.

이 작품은 시대의 흐름을 겪으면서, 가족 가치관이 변화되면서, 전통적인 가부장 제도의 상이 엷어지면서, 이로 인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과도기의 한 가족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따뜻한 가족애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웃음 보따리를 선물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그렇지 않겠습니까? 행복한 순간도 있고 또 슬픈 순간도 있듯이 말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고, 가족에 대한 따뜻함을 성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렇게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개 짖는 날, 엄마 역, 정애경 배우
 개 짖는 날, 엄마 역, 정애경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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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 짖는 날, 딸 역, 박인지 배우
 개 짖는 날, 딸 역, 박인지 배우
ⓒ 극단 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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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 짖는 날, 농협 총각 역, 하준영 배우
 개 짖는 날, 농협 총각 역, 하준영 배우
ⓒ 극단 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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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 짖는 날, 아들 역, 윤준기 배우
 개 짖는 날, 아들 역, 윤준기 배우
ⓒ 극단 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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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 짖는 날, 며느리 역, 오설화 배우
 개 짖는 날, 며느리 역, 오설화 배우
ⓒ 극단 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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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회 부산연극제 프로그램 일정 그리고 장소 
 부산연극제 프로그램
 부산연극제 프로그램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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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30회 부산 연극제 공연 안내 및 문의는 http://www.bstheater.or.kr, 전화,051-645-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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