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봄은 마차를 타고
 봄은 마차를 타고
ⓒ 지혜

관련사진보기

봄은 가을처럼 책을 읽기 좋은 계절이다. 사색과 독서를 통해 정신의 여행을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집에 있는 책을 다 읽지도 않았으면서 새로운 책을 읽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계절이라 하겠다.

표지가 찢어지고 책이 오래되어 퀴퀴한 곰팡이 냄새나는 책들은 이 봄에는 잠시 접어두고 싶다. 지난 15일 '봄나물처럼 풋풋한' 책을 한 권 사야지!' 하면서 시내 서점을 향했다.

요즘은 모두 인터넷으로 책을 구입 하지만, 나는 책을 인터넷으로 사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설렘으로 정장의 차림을 하고 서점에 간다. 인터넷 서점과 달리 서점에 가면 여러 종류의 책을 구경할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신간 코너에서 펜 사인회을 하는 작가와 종종 만나는 행운(?)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 산 책에 저자의 사인을 받게 되면, 그 책은 무조건 읽게 된다. 봄을 맞아 찾던 책, 내 마음에 쏙 드는 봄 색깔의 화사한 표지가 나를 유혹한 그 책. <봄은 마차를 타고>란 일본 번역서를 사서 나오는데, 때마침 서점 앞에서 역자의 펜 사인회가 있었다. 인터뷰는 부산 시내 모 서점 앞 비교적 소박한 찻집에서 진행되었다. 아래 내용은 인터뷰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다.

- 고 번역가께서는 번역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계시나요?

"사전의 뜻을 빌리면, 번역은 한 나라 말로 된 글을 다른 나라 말로 옮기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번역 작품은 문학으로 승화된 것을 '번역문학'이라고 말합니다."

- 우리나라에 번역물이 쏟아지고 있는데, 번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요. 사실 원어를 그대로 번역하는 것을 직역(直譯)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뜻을 살려서 번역하는 것을 의역(意譯)이라 하지요. 그러니까 직역과 의역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관건인데요. 외국 문학을 번역한다는 것은 창작만큼 어렵지요. 흔히 창작하는 작가들은 작품을 낳는다고 하잖아요. 그만큼 작품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산고를 겪는다고 표현한 것 같은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라마다 문법과 말의 뜻이 다르고 역사와 관습 등 엄청나게 다릅니다. 원문의 뜻을 정확하게 옮기려면 그 나라의 관습과 문화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여기에 문학적 기교도 따라야 하고요. 저의 경우는 오랜 시간 일본에서 체류하면서 언어 공부도 하고, 디자인 공부도 하면서 일본의 문화와 관습 등을 익혔기 때문에 이번 번역이 가능했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봄은 마차를 타고> 역자 고지연씨
 <봄은 마차를 타고> 역자 고지연씨
ⓒ 고지연

관련사진보기


- 이번 일본 번역 작품<봄은 마차를 타고>의 요코미츠 리이치 작가는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작가가 아닌데요. 이 분을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요코미츠 리이치(横光利: 본명 토시카즈)는 1898년 후쿠시마현(福島県)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교 영문과를 중퇴하고 1923년 처녀작 <파리(蝿)>로 등단한 작가입니다. 그는 키쿠치 칸(菊池寛)의 추천을 받은 사람입니다. 키쿠치 칸은 일본 다이쇼 시대와 쇼와 시대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입니다.

요코미츠 리이치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함께 '문예시대'를 창간한 바 있습니다. 리이치 작가는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생의 동료이자 정신적 지주, 또한 소설의 멘토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재미있는 일이라고 하기 그렇고, 그 당시 요코미츠 리이치가 가와바다 야스나리보다 훨씬 더 촉망받는 작가였습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에 징용되었던 때가, 그의 문학의 시련기이기도 합니다.

그 후 1980년대부터 요코미츠 리이치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지면서 요코미치 리이치의 문학적 업적은 재인정을 받게 되었고, 1987년에 발견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초기 작품이, 요코미츠 리이치의 작품이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일본 문단에 대소동이 일기도 하였습니다."

"너의 이름 뒤에 으레 내 이름이 불리운 것도 돌이켜보니 어느덧 이 십 오년이 흘렀구나, 너를 보내는 나의 외로움은 네가 알아주겠지. 너와의 마지막 날 생사의 갈림길에서 한없이 흔들리던 너의 그 눈빛은 내가 살아서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눈빛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조사弔辭'(1948년 1월 3일)에서

- <봄은 마차를 타고>에는 어떤 소설들이 선정되어 있나요 ?
" 이 소설집에는 '아카이 기모노', '봄은 마차를 타고', '옥체', '머리 또는 배', '미소', '나폴레옹과 쇠버짐', '마르크스의 심판', '기계'가 실려 있습니다. 사실 요코미치 리이치의 소설은 여기 게재된 '기계'를 축으로 전기와 후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는 일본 모더니즘의 선구자적인 존재였습니다."

- 그럼, 그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기계'는 어떤 소설인가요 ?
"<봄은 마차를 타고>에 선정된 '기계'는 명찰(이름표 만드는) 제작소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갈등을 마치 장난감 장치처럼 묘사하고 있습니다. 작중 인물들은 모두 제정신인데도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이상 행동을 하는 인물들로 그리고 있습니다.

보통은 감정이나 정서로 받아들일 언동을 마치 기계 조작처럼 해석하고 톱니바퀴가 조금씩 어긋나는 듯한 인간관계는 자꾸만 막다른 길로 치닫게 됩니다. 감정의 뒤얽힌 관계를 의식적으로 집요한 문체로 그려나가 '기계'의 어긋난 톱니바퀴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그 당시 일본에서 유행했던 프랑스 심리주의 문학을 받아들이던 시기이므로 그 영향도 있었겠지만, 절묘한 균형으로 요쿄미츠 리이치의 문학을 종합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가 있습니다."

번역가 고지연은 누구?
 일본어를 전공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디자인과 일본학을 공부하였다.

십 수년간 전문통번역과 강의를 해오며 탄탄히 다져진 실력으로 이번 첫 문학번역서인 요코미츠 리이치(横光利一)의 단편선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그의 궁극적 포부는 수준 높은 일본 문학의 소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위대한 작품들을 일본으로, 세계로 전파하는데 한 일원이 되고자 함에 있다.

2012년 <현대시문학>봄호, 국내 최초 번역신인상을 수상케 되었다. 
- 제목을 <봄은 마차를 타고>로 정하신 것은 별다른 의도가 있나요 ?
 "처음에는 '미소'로 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예정된 출간일보다 늦은, 올 3월에 출간이 되면서 제목이 <봄은 마차를 타고>로 바뀌었어요. 요코미츠 리이치가 실제 아내 기미와의 일상을 그린 '봄은 마차를 타고'를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현재 외국 번역물 중에서 독자들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어요. 그러나 저에게는 첫 번역물 출간이라 한편 조심스럽고, 한편 기쁩니다.  

…(잠시 침묵 후 ) 요코미츠 리이치 작가의 작품은 순수문학이면서도, 통속적인 연애나 범죄 장면 같은 재미있는 부분도 있어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대중소설, 혹은 통속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매우 우수한 문학 작품입니다. 이런 분의 작품을 한국어로 소개할 수 있어서 정말 보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 역서를 자꾸 소개하는 것보다, 독자들이 직접 책을 읽고 느끼는 것이 좋겠습니다. 인터뷰 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봄은 마차를 타고 - 개정판

요코미츠 리이치 지음, 고지연 옮김, 지혜(2014)


태그:#요코미츠 리이치, #봄은 마차를 타고, #고지연, #기계, #미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