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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말로 해야지! 아이고 마 궁디를 주 차삐까!"

 

한 개그프로그램에서 유행이 된 말이다. 시골에서 자란 3명의 친구들이 각기 다른 시기에 서울로 상경했다. 제일 먼저 서울로 올라간 친구는 꽤나 능숙하게 표준어를 구사한다. 막 시골에서 상경한 친구는 서울말은 끝말만 올리면 되는 거냐며 어색한 표준어를 써 보인다.

 

표준어와 사투리에 대한 사회인식을 풍자하기 위해 역설적인 표현들을 사용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은 앞의 두 친구가 아니라 지금 등장할 친구다. 표준어에 대한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진 채 '아는 척'하는 인물. 양상국이라는 개그맨의 특유의 목소리와 말투, 오버액션이 곁들려 더욱 그의 말은 우리들의 뇌리에 쉽게 각인된다. 그의 입에선 계속 "서울 아가씨에게는 서울말을 해야지!"라는 말이 나온다. 정작 본인도 사투리를 쓰면서 말이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고 싶은 건 개그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도 아니요, 내 느낌도 아니다. 문화관광부에서는 지난 2005년 말 국어기본법안을 제정하고 사투리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자 사투리를 쓰며 진행하는 각종 프로그램과 다양한 계획들을 거창하게 알렸었다.

 

'사투리, 찬밥신세 면한다'라는 제목의 칼럼이 지난 2005년 중앙일보 배상복 기자의 저서에 게재되어 있었다. 그 당시 그 칼럼을 읽으며 사투리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참 반가운 마음을 가졌었다. 표준어 사용만 강조하고 사투리(지역어, 방언)을 제한하면서 사투리가 푸대접을 받던 것을 바꿔보자는 취지였다. 방송에서도 사투리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며 사투리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 것도 해결하겠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7년이 지난 지금을 한번 바라보자. 과연 정부가 말한 국어기본법안에 근거한 사투리 보존은 얼마나 이뤄졌던가.

 

사투리의 토양 위에 표준어를 살찌워야 한다고 말했던 그 칼럼의 필자가 말했던 것이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우리 고유의 방언과 지역어를 지켜야만 지금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표준어가 더욱 잘 자리잡을 수 있음을 왜 모르는가.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는 한글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로 세종대왕의 또 다른 면을 다뤘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 우리 한글의 시작, 뿌리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는 반응이 참 많았다. 그런데 이렇게 한글이 살을 붙이고 더욱 더 국민의 국어로 거듭난 단계가 바로 사투리 즉 지역어와 방언인데 왜 이 뿌리를 잘라내려고들 안달일까. 촌스럽다는 이유, 알아들을 수 없다는 이유들을 열거하며 고유의, 전통의 언어를 숨기려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 있는 것 같다.

 

국어기본법안은 적어도 2006년 하반기부터는 실시가 될 것처럼 문화관광부는 말했었다. 방송프로그램도 조정하고 사투리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편성할 것이라는 계획도 거창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방송은 뭘하고 있는가.

 

새로운 프로그램도 없고 사투리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프로그램도 여전히 존재한다. 국어기본법안 중에서 특히 사투리에 대한 보존가치에 대해 문화관광부는 조금 더 신중히 말하고 '진짜실천'을 보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과거를 알려주고 현재와 되짚어보게하며 미래를 더욱 견고히 해줄 사투리 지키기에 모두가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태그:#사투리, #국어기본법안, #서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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