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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총·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지원 최고위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지원 최고위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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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일까, 기대감일까, 아니면 걱정과 우려일까. 2008년 5월, 거리에서 물폭탄을 맞으며 '4년만, 5년만'을 다짐했을 이들의 요즘 심정 말이다. 선거가 없어서 MB가 물폭탄을 쏴댄다며 이를 갈았던 이들에게 기어코 총선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그들은, 그토록 기다려 왔던 심판의 한 표를 던지기 위해 잔뜩 기대에 차 있을까?

요즘 정치권 소식을 접하는 이들의 반응을 보노라면 일찌감치 승리의 기대감에 젖어 있기보다는 근심과 우려, 조바심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도체가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푸념도 들린다. 뭔가 속 시원한 큰 흐름은 만들어지지 않고 이런 저런 잡음만 넘쳐나 이슈를 따라가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그나마 들려오는 소식들도 '희망'과는 거리가 멀다.

이유가 뭘까? MB는 결국 공공의 적이 되었는데, 왜 마음은 좌불안석일까? 이런 불안과 조바심의 근원을 찾다보면 결국 만나는 존재가 있다. 바로 MB심판의 적격자임을 자임한 민주통합당(민주당)의 좌충우돌이다.  

어부지리 정당, 민주당의 이미지 변신

민주당이 지금처럼 고개를 빳빳하게 들게 된 것은 실로 오랜 만이다. 2007년 대선 패배에 이어 2008년 총선에서도 무력감을 한껏 과시한 이후 민주당은 하염없이 고개를 조아려 왔다. 급기야 2008년 촛불을 거치면서는 항상 '중도'를 선호했던 자칭 '중도정당' 민주당이 중도에서 중도진보로, 중도진보에서 진보로 열심히 좌클릭을 시도했다.

변화는 실로 과감했다.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정책일지라도, 그것이 한때는 '현실성 없는 이상'으로 공격했던 것일지라도 기꺼이 수용했다. 오히려 더 거침이 없었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기술은 통합진보당이 감히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과감했다. 설령 그것이 내용 없는 수사에 지나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민주당이 보여준 일련의 좌클릭 행보는 1992년 대선 이후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1992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와 전국연합의 선거연합이 패배한 이후, 민주당의 선거전략은 항상 '중도화 전략'이었다. 진보세력은 수구정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종국에는 울며 겨자먹기로 자신들을 지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도세력을 설득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본 것이다. 설령 진보세력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반북이데올로기를 고려하면 오히려 남는 장사라고 봤다.

그런 민주당이 지속적인 좌클릭을 시도하고, 중도진보에서 온전한 진보로 불리기를 꺼려하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지금 우리가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대정신의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이런 민주당의 변화는 시대의 민감한 변화를 포착할 줄 아는 민주당의 실로 대단한 정치감각이 발휘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어쨌거나 이런 변화는 항상 적대적인 정치상황에서 어부지리 정당이었던 민주당이 뭔가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갈 새시대의 맏형이 아닐까라는 기대를 품게 만든 것이 사실이다. 올 초 급격히 높아졌던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정권교체와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꿈꾸던 이들이 큰 기대감으로 차려준 밥상과 같았다. 민주당은 말 그대로 숟가락만 올려놓으면 될 상황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숟가락을 들어 보지도 않은 채, 스스로 밥상을 걷어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야권연대에 대한 모호함, 전략인가 정체성인가?

17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 4ㆍ11 총선 야권연대를 위한 협상 1차회의'에서 각당 협상 대표인 민주통합당 박선숙 의원(왼쪽)과 통합진보당 장원섭 사무총장이 활짝 웃고 있다.
 17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 4ㆍ11 총선 야권연대를 위한 협상 1차회의'에서 각당 협상 대표인 민주통합당 박선숙 의원(왼쪽)과 통합진보당 장원섭 사무총장이 활짝 웃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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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민주당이 보인 행보는 오락가락 우왕좌왕 그 자체다. 대외적으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새시대의 선도그룹처럼 포장하는 데 성공했으나, 실제로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뭘 시작해야 하는지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우선, 민주당은 지지율이 오르자 야권연대 협상을 중단했는데, 이는 스스로의 위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앙차원의 야권연대가 미뤄질수록 지역에서의 반발이 커져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협상파트너인 통합진보당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거대 야당과 소수야당이 동일한 무게의 책임을 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이런 결과는 정권교체를 원하는 이들이 민주당에게 부여해준 '야권의 맏형'이라는 존재의미를 스스로 차 버리는 행위가 되어 버렸다.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야당들이 힘을 합쳐 이명박 정부의 그늘을 걷어내야 한다는 요구를 등진 채, 산술적인 득표율 계산에만 치중한 결과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민주당의 '어부지리 효과'가 야권연대의 주도자라는 측면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때, 너무 쉬운 협상 중단은 스스로의 위상에 도움이 될 수 없다. 물론 야권연대에 무조건 응해야 하는 의무 같은 것은 없다. 민주당은 물론 다른 어떤 정당도 당당하게 선거의 장에서 유권자에게 심판받을 권리가 있다.

만일 야권연대 없이 독자적으로 선거에 임하겠다면 그렇게 표명하면 될 일이다. 이미 진보신당 등 소수 야당은 야권연대 없는 독자 경쟁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반MB와 야권연대'를 기치로 활동해 왔고, 최근의 지지율 상승도 야권연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필요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것은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로 비쳐질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에게 야권연대 협상 타결을 위한 긴급회동을 제안하고, 한명숙 총리가 5일 이에 적극 화답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비록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6일로 예정된 협상 테이블은 철저한 이익협상의 장이 아니라 야권연대를 염원하는 국민들에게 다시 희망을 주는 선언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어떤 정당이라도 자신의 이익과 상황만 내세운다면 국민에게 신뢰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 역시 구태 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나

하지만 문제는 또 있다.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고 있는 공천 잡음은 민주당이 새시대의 정당이 아니라 구시대의 정당이라는 이미지만 만들어 냈다. 결국 후보자격을 최종 박탈하기는 했지만,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외곽 선거조직인 선진국민연대 사무처장 출신을 공천 경선후보에 올린 것은 위기의 징후였다.

2007년 대선 기간 동안 "평생을 탈 비행기와 KTX를 1년 만에 다 타버렸을 정도"로 이명박 당시 후보와 열정적인 선거운동을 펼쳤던 인물을 서슴없이 공천 경선후보에 올려놓은 것은 총선 승리라는 민주당의 목표가 '이명박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오직 선거승리에만 목을 매고 있다는 메시지와 같았다. 또한 청년비례후보에도 대학시절 색깔론까지 동원했던 후보까지 포함시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민주통합당의 텃밭이라 하는 호남지역의 최근 모습들은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거나 집권했을 때의 모습에 희망을 갖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호남지역의 상징적인 도시인 광주에서 일어난 선거인단 대리등록 의혹과 전직 공무원의 투신자살 사건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던 이들에게 엄청난 박탈감을 안겨줬다. 민주당 역시 구태정치의 범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만든 것이다.

이 외에도 공천에 대한 잡음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불가피하게 누군가 탈락하게 되는 경쟁 레이스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지만, 민주당이 겉으로 표방한 새로운 가치와 심각하게 배치되는 후보들이 줄줄이 선수로 나서는 것은 이해 못할 결정이다.

물론 이것이 오로지 민주당의 잘못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총선 승리의 가능성이 가장 높고, 차기 정권교체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정당에 온갖 정치꾼들이 꾸역꾸역 모여드는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결과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아니라, 이런 일이 나타났을 때 이를 해결하는 당의 의지다. 겉으로는 새로운 변화, MB와는 다른 세상을 외쳐대면서 속으로는 관행과 현실을 수용하고 있는 모습이라면 희망을 걸기 어렵다. 

똘똘한 유권자의 실천이 필요한 시기

민주통합당 강철규 공심위원장과 공천위원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공천심사를 재개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강철규 공심위원장과 공천위원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공천심사를 재개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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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혹은 어떤 세력을 반대하기 위해 상대파의 가장 큰 세력을 지지했던 결과는 항상 막연한 기대와 절망의 악순환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탄생도 그랬다.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과 이로 인한 양극화로 경제가 어려워졌다며 '최악을 피한 차악'을 선택한 결과는 그보다 훨씬 더 노골적인 비즈니스 프렌들리, 네오리버럴리스트의 화신이었던 이명박 정부의 탄생이었다.

대한민국을 747에 태워 훨훨 날게 하겠다던 포부는, 집권 즉시 주가 3000포인트를 찍겠다는 대국민 사기극의 피해는, 고스란히 노무현 정부를 심판하겠다고 '묻지마 반노무현' 투표를 감행했던 유권자들에게 돌아왔다. 그 결과는 태어나서 데모 한 번 안 해본 주부가 유모차를 끌고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게 한 것이었다.

솔직히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기대에 뒤이은 실망, 열정에 뒤이은 절망의 사이클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똘똘한 유권자의 힘이 필요하다. 한명숙 대표에게 회초리를 들기 위해 언팔(Unfollow) 운동을 제안했던 누리꾼들의 실천은 똘똘한 모범사례라 할 만하다. 이들은 단지 누군가를 지지하는 데 머문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지하던 대의, 즉 한나라당 심판과 야권연대 촉구를 요구하기 위해 단 3일만에 2만2천명을 한명숙 대표 언팔 운동에 동참시켰다.

이제 유권자 운동도 단순히 투표율을 독려하거나, 지지하는 정당을 무조건 계속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당근과 채찍을 통해 의사를 표현하고 실력을 과시할 수 있는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다못해 정당지지율을 묻는 여론조사에서라도 적극적인 의사를 개진해 기성 정당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차려준 밥상을 엉뚱한 이들이 점령해서 폭식하도록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2012년 정치의 해! 유권자 운동도 활기차게 진화하기를 기대한다.


태그:#총선, #야권연대, #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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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보다는 공통점을 발견하는 생활속 진보를 꿈꾸는 소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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