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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민주당아. 네 안에 들어가 있는 청년당원 이동학이다. 요 근래 너가 너무 힘들어 하고 있는 것 같다. 안에서는 고름이 터지고 있는데, 상처를 도려내려고 들어가 계신 분들이 땅속에서 끝없이 샘솟는 물처럼, 끊임없이 고름을 생산하고 쏟아지게 만드는 비법을 연구하고 실행하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리다.

 

민주당 밖에서는 민주당을 필요악으로 규정하며, 민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기를 기대하면서 동시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연일 날려대고 있어. 많이 아프지?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운전대를 잡으신 분들이 갈 길을 계속 갈 모양이다. 가야할 길이 있는데, 그건 부정하고 가고 싶은 길로만 가려하는 민주당의 저속한 속내를 대외적으로 밝힌 것이지. 오늘은 민주당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몇 가지를 꼬집어볼까 한다.

 

먼저, 민주당이 모바일 투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는. 민주당은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이 아니다. 항상 표방만 할뿐, 당원이 주인이었던 적이 단 한순간도 없던 정당이다. 민주당은 최고위원과 국회의원이 주인 되는 정당이다. 너무나 많은 권한들이 주어져 있고 제왕적 정당운영의 교과서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원이 참여하는 민주당 스스로의 개혁적 공천이 어려운 것이다. 필연적으로 민주당은 국민에게 참여를 호소하고 국민의 힘으로 민주당을 뽑아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 국민의 편에 서겠다고 하는 것은 구호일 뿐, 정당으로서 최소한의 껍데기마저 잃지 않으려고 하는 처절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얼마 전 모바일선거인단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전라도 지역에서 한 분이 목숨을 잃는 사태가 일어났다. 각 지자체장들은 이번 선거인모집에 나설 수 없음에도, 이것을 어기고 국회의원 후보자에 줄을 대어 나서거나, 원칙을 어기고 반칙으로 승부를 준비하는 비정상적인 행위들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이기기만 하면 과정에서의 반칙쯤은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정치인이 득시글거리는 민주당의 내일은 암담하기만 하다.

 

특히나 지역적 특색을 고려하지 않은 모바일선거의 강행은 도농 격차의 몰이해를 반영한 것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어찌 보면 반칙을 일반화시키는 민주당의 아집정치가 이렇게 만든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결국 민주당의 한계를 국민에게 떠맡기면서 개혁적인 '척'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둘째, 민주당엔 청년이 없다. 청년비례대표로 묻어가기 전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불임정당이란 수모적인 놀림을 근 10년간 당하면서도 2030세대를 끌어안기 위한 고민을 전혀 하지 않는 정당이다. 심지어 이번에 치러지는 청년비례제도 역시 충분한 고민 없이 즉시적 필요성에 따라 치러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공정성시비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이고, 향후 탄생되는 청년비례대표가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겠는가 하는 회의감이 곳곳에 퍼져 있는 것이다. 나아가 4자리를 주겠다고 했던 민주당의 태도는 내부 잡음이란 표현으로 언론에 소개되자 너무 많은 자리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워딩을 언론에 흘리며 자리 줄이기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이젠 노골적으로 청년여러분이 스스로 쟁취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동안 민주당이 청년이란 밭에 씨를 뿌렸고, 그 씨앗에서 자란 청년들이 뿌리도 생기고, 웬만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거나, 민주당을 엄청 사랑한다면 쫌 다치거나 상처받더라도 스스로 쟁취하고자 하는 노력이 가능하겠지만, 그러한 과정도 전혀 없었거니와, 애정도, 도전의식도 없는 민주당을 상대로 그런 투쟁을 해야 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청년들에겐 그저 실소만 안겨줄 뿐이다.

 

도전한 청년들을 애초부터 담아둘 그릇을 만들면서 고민했다면, 도전자의 상당수가 다른 정당이나, 원래 있던 무당파지대로 떠나려고 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당 내부에서조차 지금이라도 그릇을 만드는 것을 힘 있게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저려온다. 민주당의 내일을 장식하는 건 386에서 486으로 갈아탄 선배들이며, 민주당의 종말은 486선배들이 586이 되고, 686이 되고, 786이 되었을 때라고 본다. 결코 지금처럼 자신들만 살겠다고 뛰는 486뒤엔 후배들이 따르지 않을 것이다.

 

지역구 후보들의 면면도 훗날 밝혀지겠지만, 아저씨들만의 정치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국회의원과 지자체의 모든 선출직을 합쳐 20대는 0.1%지나지 않으며 30대를 포함해도 수치가 많지 않다. 민주당의 현실과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전무한 상태로, 말 그대로 청년비례 꼴랑 그거에 뭍어 가려하는 꼼수전략이며, 이조차도 줄이려고 하는 민주당의 태도에 고개가 숙여진다.

 

반면 새누리당의 경우 27세의 이준석씨를 비대위원에 앉히면서 설령 그것이 청년을 이용하려는 속셈이 내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산에서 문재인과의 격돌을 예고하는 손수조 후보 역시 당에서 키워주려는 모습이 보인다. 비판점을 떠나 새누리당은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려는 전략을 새우는 것이 보인다. 당내에서 골칫거리, 껍데기로 치부당하는 민주청년비례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또 한 가지는 당의 기본정신이다. 한나라당과 통합진보당의 경우 당의 노선과 일치하며 당과 사회의 기여도를 최우선적 전제로 삼는다는 원칙 아래 청년들을 규합하려 노력하는 데 반해 민주당은 민주당을 싫어하거나 향후에도 민주당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청년들에게 까지 대거 기회를 허용하면서 울트라 짬뽕청년잡탕정당이 되었고, 정당과 청년사이의 안좋은 감정만 확인하는 꼴이 되었다. 민주당이 청년비례로 청년들의 관심과 표를 모아보려 했던 뭍어가기 전법은 서로에게 참 많은 상처가 되었다.

 

셋째, 여성 15% 의무공천? 아줌마, 할머니!! 그 안에 2030이 몇 명인데요? 이번 19대 총선의 기획이 시작되면서 여성 15% 공천의무화를 두고 당내외적인 갈등이 많았다.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수의 거의 대다수가 15% 의무의 수혜자가 되면서 사실상 그 의미가 퇴색되어버리거나, 실력으로 검증받는 것이 아닌 의무제는 공당으로서의 위력을 보여줄 수 없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의 정치참여가 많이 확대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앞뒤를 자르고 15%의무공천은 뒷말이 무성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민주당여성위원회 역시 2030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그나마 민주당의 평균적 진보의식보다 앞서나가는 여성 정치인분들 역시 아줌마와 할머니 패거리에만 관심이 있을 뿐 여성청년을 발굴하고자 하는 노력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새누리당의 손수조가 부럽다.

 

민주당이 늙어가고 있음을 반영하는 기류는 만 45세 이하의 청년으로 구성한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제론 2030은 거의 없이 40~45세가 대부분인 청년위원회와 닮아 있기도 하다. 여성위원회는 여성들의 사회상이 투영되어 학업과 취업, 그리고 가정주부 혹은 맞벌이 때문에 어쩔 수 없고, 자녀들로부터 독립하는 시기부터 정치참여가 가능하다고 선을 그어놓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키워지는 정치새싹이 없으니 결국 충원은 항상 외부에서 한다. 덕분에 시민사회에서 여성운동이나 노동운동, 사회변혁운동을 하던 여성지도자가 영입되어 배지를 달거나 당 여성정치의 중심을 이룬다. 영입된 자들이 민주당에 애정을 갖고 민주당 스스로가 후세대를 낳고 키우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도 어쩌면 이해가 갈 만도 하다.

 

민주당이 이러는 동안 당에서 학생 때부터 정당에 참여하여 희생과 활동을 하는 일은 바보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기야 정당경력은 외부에서 스팩도 되지 않거니와, 그렇다고 민주당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문화도 아니기 때문에 인생으로서는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여성위원회가 스스로 여성 정치인을 키우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는 여성의 15% 의무할당과 같은 제도는 아줌마, 할머니들의 고집에 다름 아니다.

 

넷째, 공천혁명! 민주당은 준비되지 않았다. 이거 왜이러셩. 민주당 공심위가 꾸려지고 활동에 들어 간지 몇 주가 지났다. 공천은 속속 이루어지고 있지만 혁명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이것이 민주당의 반사이익을 흔들려는 의도라면 꿋꿋이 가야겠지만, 반사이익마저도 깎아먹는 수준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그 우려가 예사롭지 않다.

 

민주당이 새누리당 친이계의 이재오 공천여부를 두고 일어나는 불협화음에 소리를 낼 처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공천개혁을 외치면서, 확정된 후보의 80% 이상이 현역 의원이고, 게중엔 인성적, 역사적, 당파적, 이념적인 문제가 다분한 후보들이 상당수 끼어 있는 것을 보니 이 역시도 구호뿐, 껍데기 유지에 급급한 민주당의 저급한 행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민주당에 상처를 주었던 철새정치인들까지 여과 없이 받아제끼니 잡탕정치의 교과서가 되는 것을 자임하면서, 향후 수틀리면 민주당을 떠나버릴 사람들에게 관대함을 배풀고 있다.

 

민주당이 준비되지 않은 요소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중요한 포인트가 야권연대라고 하는 수단이었다. 1월 15일 전당대회에 앞서 당대표 경선에 나선 모든 후보자들이 첫 번째 사안으로 이야기 했던 것이 야권 단일화의 밀알이 되겠다고 한 것이었다. 반 새누리 전선을 긋고 1:1구도를 통해 일종의 연정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명숙 대표와 지도부는 모질게 야권연대를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에서 제시한 8+12안을 점차로 깍아내면서 5석도 양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애초에 이렇게 할 거면 공약을 하지 말던지, 자기 말도 지키지 못하는 줏대 없는 정당이 되어버린 것이다.

 

야권단일화의 가장 중요한 원칙 첫 번째는 FTA폐기였다. 이 역시 한명숙 대표가 재재협상으로 물러서면서 야권연대의 먹구름을 등장시켰다. 정치인의 중요한 덕목은 타협과 화합능력이다. 애초에 한미FTA를 추진했던 민주당이 정부가 바뀌어 추진되고 비준된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그것을 다시 입장을 바꾸어 폐기까지는 아니다라는 입장의 모순 속에서 과연 어느 누가 민주당의 말을 신뢰하겠는가.

 

원칙과 신뢰, 특권과 반칙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뜻이었고, 이것을 실현하고자 노력해왔던 것이 노무현의 삶이었다. 필요하다면 사과하고 타협에 나서 화합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의 리더십은 점점 침몰로 향해 가고 있다.

 

새누리당의 삽질 속에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실날 같은 희망을 버리고, 민주당의 무기를 만들어라. 그 무기가 없는 지금의 민주당은 준비되지 않은 것이다. 민주당의 다음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지금부터 자문자답해보라. 민주당의 아저씨 아줌마들만 가지고 있는 기득권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고 무서운지, 청년들은 그것을 들어낼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친노를 지켰던 인사들을 총선에서 살려주는 것이 민주당의 정신을 지키는 일이 아니다. 당이 잘못 갈 때 거긴 길이아니니 가지 말자고 말하고, 의리를 지켜야 할 때 칼 베임 당하며 같이 의리 지킨, 민주당의 정신을 사랑하는 자들을 공천하는 것이 맞다.

 

민주당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은 사랑의 가치를 너무 등한시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라. 그리고 키워내자. 대체 알 만한 분들께서 왜 이러시나.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프레스바이플자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청년비례, #민주통합당공천, #민주당공천, #청년, #이동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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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 환경 · 미래 · 지속가능성 · 공론장 현 쓰레기센터 대표 현 생활정책연구원 대표이사 현 UN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전문위원 현 경기도 수원시 환경정책위원회 부위원장 현 경기도 광명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부위원장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전 대통령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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