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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감도가 아닙니다" 지난 23일 오전 11시경 촬영한 이천시청 실제 전경
▲ "조감도가 아닙니다" 지난 23일 오전 11시경 촬영한 이천시청 실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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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냥 걸었습니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해서. 그런데 터미널 인근 숙소에서 이천시청(조병돈 시장)으로 향하는 길, 그렇게 걷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분명, 이천시청으로 가는 길인데, '이천시청행' 버스가 눈에 띄지 않는 겁니다.

시청에 가까워지면서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시청 위치가 시 중심지와 상당히 동떨어진 곳에 있더군요. 오가는 인적이 드물었습니다. 시청 앞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 참 썰렁하더군요. 시청뿐 아니라 경찰서에 세무서까지 모여 있는데도 그랬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없으니 오가는 버스도 드물 수밖에. 우선 시청 맞은 편 버스정류장, '첨단' 버스정보 안내시스템을 보니 대기시간이 '무려' 45분이었습니다. 시청 앞 버스 정류장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대기시간 47분. 당장 든 생각, 이래서야 차 없는 사람은 시청에 어떻게 다니지?

시청 앞에서 만난 할아버지 "건물이야 좋지만, 아주 많이 불편"

 이천시청 800미터 지점 육교에서 바라본 모습. 언뜻 보기에도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천시청 800미터 지점 육교에서 바라본 모습. 언뜻 보기에도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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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정은 시청 앞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에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천시 마장면에서 농사를 짓고 사신다는 지규현(82) 할아버지, 일단 버스를 타고 터미널까지 오신답니다. 그리고 다시 터미널에서 택시를 탄다고 합니다. 택시비는 4천 원 정도 나온다네요.

- 댁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걸리세요?
"1시간 30분 정도. 버스가 자주 없으니 택시를 탈 수밖에 없어요. 아주 많이 불편해."

- 오늘 무슨 일로 오셨는데요?
"지적도 보러 왔어요. 그런데 내가 컴퓨터 뭘 알아야지. 번지수를 모르고 왔는데 그럼 어쩔 수 없다네. 예전에는 번지수 모르고 와도 (지적도) 볼 수 있었거든."

그렇습니다. 시청이 이 자리로 오면서 생긴 불편입니다. 구 시청 오갈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버스 한 번 타면 올 수 있었거든요. 할아버지는 "시청에서 안 해주니 그저 답답하다"면서 "아예 귀찮아서 안 오는 일이 늘어났다"고 했습니다. 결국 이날 헛걸음을 한 할아버지는 "건물은 좋아요"라는 의미심장한 말씀과 함께 대화를 마무리했습니다.

신청사 온 지 벌써 4년... 셔틀버스 선거법 위반 때문에 안 된다?

 이천시청 앞 버스정보안내시스템. 대기시간 47분, 기다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다. 맞은 편 정류장 역시 대기시간은 45분이었다(왼쪽 사진). 지규현 할아버지(82)의 다리는 불편했다. 이천시 마장면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할아버지는 "버스를 타고 나와 터미널에서 내려 다시 택시를 타야 한다.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며 "시청 오기가 너무 불편하다. 건물은 좋다"고 씁쓸하게 웃었다(오른쪽 사진)
 이천시청 앞 버스정보안내시스템. 대기시간 47분, 기다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다. 맞은 편 정류장 역시 대기시간은 45분이었다(왼쪽 사진). 지규현 할아버지(82)의 다리는 불편했다. 이천시 마장면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할아버지는 "버스를 타고 나와 터미널에서 내려 다시 택시를 타야 한다.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며 "시청 오기가 너무 불편하다. 건물은 좋다"고 씁쓸하게 웃었다(오른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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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불편을 느끼는 것은 비단 할아버지뿐만은 아니었습니다. 시청에서 만난 한 직원 역시 "터미널 근방에서 살고 있는데,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아 도보로 출퇴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약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더군요.

물론 시청이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불편일지 모릅니다. 문제는 시청이 이 자리로 온 지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입니다. 시청 앞에 놓여 있는 '신청사 개청기념석'을 보니까 2008년 4월 11일 입주했더군요.

시청 관계자와 통화해보니 이런 불편에 대한 실태 파악조차 거의 안 된 눈치였습니다. 관계자는 "앞으로 도시계획에 따라 택지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며 "당장은 수요도 많지 않은 상황인 만큼, 시에서 버스회사에 증편을 무작정 요구할 수도 없지 않겠나"는 말로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4년이 다 되도록 주민들의 불편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생각 역시 지우기 어렵더군요. 이런 불편을 정말 해소하고 싶다면, 셔틀버스라도 운행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의견에 관계자는 다소 납득하기 힘든 답을 내놨습니다. 선거법 위반 때문에 그렇게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법규 안내센터에 물어봤습니다. 답은 '아니오'였습니다. "법적으로 선심성 편의 제공이나 기부 행위를 금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조례 제정을 통해 근거를 만들면 얼마든지 시행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무분별한 선심성 행위를 막기 위한 취지라는 것, 객관적으로 납득이 가능한 이유와 근거가 있으면 된다는 것이죠.

조병돈 시장님, 할아버지 말씀에 귀 기울이시길

 이천시청 앞에 있는 '신청사 개청기념' 2008년 4월 11일자 기념석. 그 옆에는 준공표지판이 있다. 공사기간은 2005년 10월 31일부터 2008년 2월 4일. 시공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중산건설, 이엠종합건설 등이다
 이천시청 앞에 있는 '신청사 개청기념' 2008년 4월 11일자 기념석. 그 옆에는 준공표지판이 있다. 공사기간은 2005년 10월 31일부터 2008년 2월 4일. 시공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중산건설, 이엠종합건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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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천 터미널에서 이천시청까지 걸어봤다. 소요 시간은 18분 16초, 터미널로부터 약 1.7km 거리였다(왼쪽 사진). 이천 터미널 앞 택시 정류장(오른쪽 사진)
 이천 터미널에서 이천시청까지 걸어봤다. 소요 시간은 18분 16초, 터미널로부터 약 1.7km 거리였다(왼쪽 사진). 이천 터미널 앞 택시 정류장(오른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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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이천시 청사를 옮긴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 2008년 당시 보도를 보면 "구청사가 지어진 지 30년이 넘어 노후화됐고, 늘어나는 기구 확장과 민원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협소해 행정업무와 대민 서비스 불편이 가중됐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는 신청사 주변에 상가 주택가나 택지 조성이 돼 있지 않지만, 현재 조성 중인 행정타운 중심에 위치하여 앞으로 수년 내 역세권 및 미니신도시 개발 등 향후 인구 35만 명의 도시계획에 대비한 상징적 위치"라고도 덧붙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년 내 청사진'은 아직 '싹'이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그로 인해 일부 주민들의 불편이 개선될 '조짐'도 별로 없습니다. 그동안 알려진 신청사 총 사업비는 토지매입비를 제외하고도 382억 원입니다. 이 많은 돈으로, 적어도 차 없는 주민은 현재까지는 '불편'만 산 셈입니다.

이래서야 이천의 미래를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을까요. 이천시 그리고 조병돈 시장님은 "오히려 시청에 안 오는 일이 늘었다"는 지규연 할아버지 말씀에 꼭 귀 기울이기 바랍니다. 아울러 이천시의 후속조치 꼭 지켜보겠습니다. 할아버지의 '불편한 다리'가 눈에 아직도 선하거든요.

 이천시청 입구의 '다짐'
 이천시청 입구의 '다짐'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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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천시청 입구의 '다짐'. 하지만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기에 이천의 '현재'는 '멀다'(위 사진). 이를 증명하듯 평일 오전 이천시청 앞은 너무도 한산했다(아래 사진)
 이천시청 입구의 '다짐'. 하지만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기에 이천의 '현재'는 '멀다'(위 사진). 이를 증명하듯 평일 오전 이천시청 앞은 너무도 한산했다(아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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