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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①]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이원재 씀, 어크로스 펴냄, 2012년 2월, 312쪽, 1만4000원

좀 부끄럽지만 나는 어려운 책, 특히 숫자가 나오는 책은 질색이라 경제학 책은 거의 읽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책을 집어든 것은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 들은 저자의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겨레경제연구소 이원재 소장이 자본주의 경제의 붕괴 속에서 탈출구를 찾는 희망의 경제학 책이다.

협력과 공생이 좋은 거라 말하지만 경제에서는 경쟁과 이익추구만을 '선'이라 믿는 이상한 나라. 하지만 저자는 이런 탐욕의 질서가 세계를 예고된 몰락으로 몰아간다 말한다. '아이폰의 분배법칙', '하버드생들이 맨큐의 경제학을 거부한 까닭' 등 현재의 가까운 사례를 통해 '착한 경제'의 새로운 문법을 이야기한다.

[새책②] <검열에 관한 검은 책>
에마뉘엘 피에라 외 씀, 권지현 옮김, 알마 펴냄, 2012년 2월, 422쪽, 1만9800원

지난달, 박정근이라는 청년이 구속됐다. 그의 죄는 국가보안법 위반. 트위터에서 북한 관련 풍자글을 알티(인용)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제한해온 국가보안법 덕분(?)에 우리에게 검열이라는 말은 결코 낯설지 않다. 이 책은 모든 미디어에 존재하는 검열의 실체에 대해 분석한 책이다.

세상은 자유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발전했지만 검열 역시 점점 더 많아지는 모순. 저자는 과거 공권력에 의한 강제적 검열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자기검열로, 시장법칙에 따른 경제적 검열과 각종 집단의 힘에 의한 검열로 옮아간다고 말한다. 유럽의 사례들이 많이 제시돼 있지만 '남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더욱 씁쓸하다.

[새책③] <엄마가 한국으로 떠났어요>
조선족 아이들과 어른 78명 씀, 보리 펴냄, 2012년 2월, 295쪽, 1만2000원

이제 식당에서 조선족(중국동포) 여성 노동자들을 만나는 것은 너무 흔한 일이 됐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한국에 온 조선족 수는 약 50만 명. 하지만 우리 머릿속의 그들은 혹시 '말 통하는 이주노동자' 정도가 아닌지…. 이 책은 조선족 아이들과 어른들이 직접 쓴 생활글을 통해 그들의 삶의 결을 보여주는 책이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떠난 부모들, 그리고 연변에 남아 그들을 기다리는 아이들. "돈이 뭐길래, 봄이 왔건만 왜 부모님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냐"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절절하게 와닿는다. 해체 위기의 조선족 공동체를 지키며 우리말과 문화를 이어가려 애쓰는 조선족학교 선생님들의 글도 무겁게 가슴을 친다.

[새책④] <살아 있는 도서관>
장동석 씀, 현암사 펴냄, 2012년 2월, 368쪽, 1만7000원

뉴스에서 교수님 같은 분을 인터뷰할 때는 십중팔구 책이 빽빽하게 꽂힌 책장을 배경으로 한다. 그때마다 꼭 '저 가운데 몇 권이나 읽었을까' 하고 생각하는데, 어쭙잖게 신간 담당 기자 노릇을 하면서 남의 서재를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은 더 커졌다. 이 책은 지성인 23명이 그들의 서재에서 '책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 인터뷰집이다.

80대 철학자 박이문부터 40대 인터넷 서평꾼 이현우까지 오늘날의 내로라하는 독서가들을 만났다. 1년에 1000여 권의 책을 산다는 시인 장석주, 환자들에게 만화책 처방을 하는 한의사 이유명호, 책 속 세계를 헤매다 가출한 역사학자 이이화 등 '살아 있는 도서관'이 된 이들의 책 이야기가 흥미롭다.

[새책⑤] <논다는 것>
이명석 씀, 너머학교 펴냄, 2012년 2월, 143쪽, 1만1000원

제목이 위험하다. 청소년 책은 그 책을 '읽을' 청소년이 아니라 그 책을 '읽히고 싶은' 부모가 산다. 그런데 부제까지 "오늘 놀아야 내일이 열린다"고 떡하니 달아놨으니 판매가 걱정될 수밖에. 하지만 '잘 놀아야 잘 산다'는 말, 참 간절하고 반가운 말이다. 이 책은 놀고먹는 사람(?)인 저자가 청소년들에게 놀이의 의미에 대해 전하는 메시지다.

저자는 정말 재미있어하면서도 잘하는 것을 찾아야 행복하다며 그걸 찾는 게 바로 놀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경험에만 갇히지 않고 동서고금의 사례와 인문학적 설명을 더해 '인생은 하나의 놀이'라는 결론까지 친절하게 이끈다. 누구처럼 "내가 놀아봐서 아는데"로 끝나지 않아 참 다행이다.

덧붙이는 글 | * '중국동포'라는 말 대신, 책에 쓰인 '조선족'이라는 말을 그대로 썼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이원재 지음, 어크로스(2012)


태그:#새책, #신간, #책소개, #이원재, #장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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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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