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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아산에서 용산으로 가는 1시간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기차 창 밖으로 수 많은 송전탑이 지나갔다.
 충남 아산에서 용산으로 가는 1시간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기차 창 밖으로 수 많은 송전탑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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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과 송전선로는 건설과정뿐만 아니라 운영과정에서도 심각한 문제들을 발생시킨다. 최근 밀양 초고압 송전탑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 사건은 송전탑 건설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운영과정에서의 문제점으로 대표적인 것은 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로 인한 암 발병 등 건강피해 논란이다.

2010년 4월 28일, 52가구 130여 명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충남 청양군 화성면 용당리 '큰동네 마을'에서 마을 주민 가운데 8명의 암 환자가 발생해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주민들은 암 발생 원인으로 2008년 마을 앞을 가로질러 설치한 345kV 고압 송전선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지목했다. 대부분 암 환자가 고압선로가 이 마을을 관통한 후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제암연구소, 자계의 발암성 2B등급(발암가능) 분류

 3일 ‘154/345kV 송전선로 주변지역 암 유병 양상의 생태학적 역학조사 연구’ 토론회가 충남 아산시 온양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
 3일 ‘154/345kV 송전선로 주변지역 암 유병 양상의 생태학적 역학조사 연구’ 토론회가 충남 아산시 온양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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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 채 못 돼 사건이 사회적인 관심에서 멀어진 올해 2월 3일, '154/345kV 송전선로 주변지역 암 유병 양상의 생태학적 역학조사 연구' 토론회가 충남 아산시 온양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 이 연구는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 주관으로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이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는 지금까지의 연구 진행상황을 보고하고, 연구 수행내용과 방법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평가받는 자리였으며, 예방의학과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시민사회환경단계 관계자들과 송전선로 민원을 제기했던 충남 청양군 주민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안윤옥 서울의대 교수는 "고압선로와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선로에서 전계(電界)와 자계(磁界)가 인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됨에 따라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전자파의 정확한 명칭은 전기자기파(Electromagnetic Waves) 혹은 전자장이다. 전자파는 전계와 자계로 분류되며 전계는 전류가 흐를 때 전선과 같은 방향의 직선형태로 발생되고 나무, 건물, 사람의 피부 등에 부닥쳐 없어지거나 약해지는 특징이 있다. 자계의 경우는 전선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형성되며 쉽게 없어지거나 약해지지 않는다.

전계는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밝혀져 있지만 자계의 영향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자계의 발암성에 대해 2B등급(발암가능)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연구의 목적은 '송전선로 자계가 주변 주민의 암 발병 위험성에 영향을 주는가?'를 역학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전수조사 불가능... 집단을 대상으로 한 간접 연구

안 교수는 "송전선로 주변 주민 개개인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해 역학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연구방법이지만, 150~200만 명을 1년간 또는 15~20만 명을 10년 동안 추적 관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고 단기간 내 연구 결과를 산출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 연구는 비교적 짧은 시간 내 송전선로의 암 발병 위험도를 간접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방법을 채택했다는 설명이다. 개개인이 아닌 집단을 대상으로 거주 환경 특성(자계 노출 여부)와 암 발생률과의 관련성을 규명하는 연구라는 것이다.

154kV 송전탑은 좌우 100m, 345kV 송전탑은 좌우 200m를 이격거리(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 기준으로 설정하고 송전탑이 설치된 전국 1,213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표본을 선정해 최종 표본조사 노출지역 70곳을 확정한다. 노출지역의 접경지역이면서 인구 규모가 비슷한 지역을 선정해 대조지역(비설치지역) 표본으로 선정한다. 두 지역의 자계량을 측정하고 총 인구 대비 암 등록자 수를 파악해 두 지역의 암 발생률을 비교분석하겠다는 것이다.

 이 날 토론회에는 의과대학과 전기공학 교수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 날 토론회에는 의과대학과 전기공학 교수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패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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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패널 토론자들은 국내에 이렇다 할 연구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표본조사 지역 선정의 공정성, 관련 데이터 적용의 적절성, 자계량 측정과정의 투명성, 특수지역에 대한 추가 연구의 필요성, 암 외의 다른 질병 및 기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 등을 연구과제의 한계로 지적했다.

김남 충북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표본조사 노출지역으로 선정된 70군데를 어떻게 선정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며 최소한 송전탑이 20년 이상 설치된 지역이나 민원이 빈번하고 최근 이슈가 되는 지역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이에 대해 "송전탑 설치기간이 긴 것과 최근 것을 구분해서 연구할 필요성에 동의하며, 분석 때 반영토록 하겠다"고 답했다.

암 수집자료와 자계량 측정 자료의 부적절성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2003년 이후 송접탑이 많이 건설되었는데, 이로 인한 피해가 연구에는 반영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하미나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도 "암 발생에 관한 데이터는 2003년 이전인 것에 반해 자계량 측정은 현재에 이뤄지는 만큼 철탑 건설 시기 등을 고려해서 정확하게 추정해야 정확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는 국제 공인 심사를 완료한 표본 조사지역의 1999년~2003년 5년간의 암 수집 자료가 사용되는 데 반해 자계량 측정은 현재 시점에 하기 때문에 2003년 이후 증설된 송전탑으로 인한 전자파 증가분이 과도하게 반영돼 암 유병율 결과가 낮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이에 대해 "자료의 신뢰성이 우선이기 때문에 암 등록자 수에 관한 최근 자료를 사용하기 어렵다"며 "2008년 자료가 국제 공인 심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번 연구에 적용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측정된 자계량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이강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갈등해소센터 소장은 "자계량은 누가, 언제, 어떻게 재느냐에 따라 갈등이 존재한다"며 "실제 측정과정에 객관적인 조사 2인 이상을 구성하거나 주민을 참관형식으로 참여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송전탑 밀집된 특수 지역에 대한 조사 필요

연구의 근본적인 한계들도 지적됐다. 이상선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표는 "전수 조사가 아닌 샘플링 조사를 보완하려면 전력과 전류량이 터무니없이 많은 청양군 청수리 등 특정지역을 전수 조사해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흥모 사무처장도 "청양 등 피해가 큰 마을 같은 경우 건강 검진이나 인터뷰 등 현장조사가 이뤄져야 연구를 통한 통계조사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청양 주민대표로 패널에 참여한 청수리 이장은 "청수리 지역에만 철탑이 20개가 넘어 얼마 떨어진 것 자체가 이 지역에선 의미가 없다"며 "마을 주민 200여명과 돌아가신 분들의 병명만 조사해 철탑이 없는 지역과 비교해도 연구가 가능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이에 대해 "특수한 상황에 있는 '리'만을 반영하는 방법은 이번 연구에 없으며, 전수조사와 망자 원인 조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 날 토론회는 충남 청양군 주민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 날 토론회는 충남 청양군 주민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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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는 이처럼 연구를 진행하는 전문가와 지역주민들 간의 의견 차이를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토론회가 끝난 후 청양군 지역 주민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려 했으면 여기 오지 않았다"며 "우릴 왜 불렀는지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최초로 송전선로 주민들을 대상으로 암 유병 양상을 역학조사하는 것으로 내년 상반기 연구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스웨덴과 미국, 영국 등에서는 지난 1970년대부터 전자기파로 인한 인체 피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고, 고압 송변전 시설이 백혈병과 소아암의 유력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팀블로그에 동시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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