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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일은 둥그런 달이 떠오르는 정월 대보름(음력 1월 15일)이다. 정월 대보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오곡밥'으로 알려진 '약밥'이다. 찹쌀에 밤, 대추, 꿀, 기름, 간장과 섞어 함께 찐 후 잣을 섞어 먹으면 고소한 맛이 더한다. 약밥은 지방에 따라 오곡밥, 잡곡밥, 찰밥, 농사밥 등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또 대보름날 부럼 깨기는 호두, 잣, 밤, 땅콩, 은행 등 부럼용 견과류를 깨 먹는 풍습이다. 종기(부스럼)를 방지하고 이와 턱의 건강을 생각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특히 부럼 견과류를 나이 수대로 깨물면서 '무사태평'을 빌면 1년 내내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다.

 

특히 정월대보름하면 빼놓을 수 없는 놀이가 있다. 대보름 전날 행해지는 풍습인데, 시골에서 살았던 사람이면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해 본 놀이. 바로 '쥐불놀이'다. 쥐불놀이는 논둑이나 밭둑에 불을 붙이고 다니며, 노는 모습을 말한다. 특히 밤에 깡통 불을 담아 줄에 매달아 빙빙 돌리는 것이 제일 재미있다. 쥐불은 논과 밭의 해충을 태워 없애주어 한 해 농사를 준비하고 새출발을 다짐하는 조상의 슬기가 담겨 있는 놀이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떡은 우리 겨레의 잔치음식이다. 떡 가운데 대보름 나눔 달떡에는 달처럼 이웃과 원만하게 지내라는 뜻이 담겨 있다.

 

한갈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의 <하루하루가 잔치로세>(2011년 12월, 인물과 사상사)의 책은 이런 우리 문화와 풍습들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1월부터 12월까지 365일, 우리 선조들의 얼과 슬기가 담긴 한국의 문화와 세시풍속을 담았다. 설과 추석 등 명절과 24 절기의 의미도 빼놓지 않고 쉽게 풀었다. 우리 문화와 풍습을 아름다운 시선으로 소개하고 있다고나 할까.

 

"정월대보름 달떡이요. 이월한식 송편이요. 삼월삼질 쑥떡이로다. 사월팔일 느티떡 오월 단오에 수리떡 유월유두에 밀전병이라. 칠월칠석에 수단이요 팔월가위 오리송편 구월구일 국화떡이라. 시월상달 무시루떡 동짓달 새알병이요 섣달에 골무떡이라." - 본문 중에서 -

 

김 소장은 지난 2004년부터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라는 제목으로 우리 선조들의 전통문화를 독자들이 '쉽고 재미나게, 짧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도록 매일 인터넷 독자들에게 보냈다.

 

그가 인터넷 지인들에게 보낸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에서의 얼레빗의 의미는 뭘까. 얼레빗은 빗살이 굵고 성긴 반원형의 빗으로 엉킨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할 때 쓰는 빗이다. 박달나무, 소나무, 대나무, 대추나무 등이 소재로 쓰인다. 제주도 해송은 병과 귀신을 쫓아 준다고 해 인기가 있는 빗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상들은 얼레빗으로 머리를 한번 다듬고 참빗으로 곱게 빗어 내릴 만큼 빗질 자체에 공을 들였다. 머리를 빗는다는 것은 차분히 거울 속에 자신을 비춰가며 마음을 빗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얼레빗으로 빚는 것처럼 하루하루의 우리 풍속을, 인터넷 독자들에게 알린 글들을 모아 책을 낸 것이다.

 

"얼레빗은 우리 어머니의 경대서랍 속에 있는 물건이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어머니는 아침마다 이 빗을 꺼내 함초롬히 머리를 빗으셨다. 참빗처럼 촘촘하지는 않지만 얼레빗 자국을 남기면서 빗어 넘겨 언제나 깔끔하고 단정하던 어머니. 그 곁에서 어린 제가 이 요술 빗을 만지작거리며 빗살을 세어 보기도 하고 빗살 사이로 세상을 바라보기도 했다. 날마다 머리를 빗는 것은 마음을 가다듬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제목을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로 지었다." - 서문 중에서 -

 

백범 김구 선생은 일찍이 "우리나라가 부강한 나라가 되기보다는 높은 문화를 가진 민족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상은 백범의 염원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백범이 즐겨 입던 한복과 두루마기 차림은 현재 찾아볼 수 없고, 한복은 거추장스러운 옷으로 치부되는 세상이 됐다. 하루가 다르게 도시는 영어 간판으로 도배되고, 우리 음식문화가 담긴 전통 음식점과 찻집도 찾기 힘들어 졌다.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얘기학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전통문화를 일깨워 줄 우리 정치인, 지식인들은 대부분이 제 나라의 문화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서양문화는 세련된 것이고 우리 전통문화는 고리타분하게 여기고 있는 모습이 더욱 문제인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해 보고자 저자는 '하루하루 얼레빗을 빗는' 심정으로 우리 전통문화의 글을 썼다.

 

봄 농사철에 쓰인 꼴망태와 농기구, 바위틈 맑은 물과 녹두가루로 빚는 향온주와 전통주, 주막집, 가마타기, 보릿고개, 옹기, 모내기와 보리 베기, 문화재, 조선영감, 율곡, 한성순보, 단발령, 콩 삶아 메주 쓰는 날, 애국지사, 팥죽과 동지 풍습, 호적, 족보 등의 우리 선조들의 문화 예술 이야기를 500여쪽에 담았다.

 

봄부터 겨울까지 아니 1월부터 12월까지, 하루하루 우리의 전통 풍습과 문화를 낱낱이 소개했다.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은 <오마이뉴스>에 '김영조의 민족문화 바로알기'를 800여편 연재했다. 저서로 2008년 <맛깔스런 우리문화 속풀이 31가지>, 2011년 <신일본 속의 한국문화답사기> 등이 있다. 지난 2004년부터 2012년 현재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를 인터넷 독자들에게 보내고 있다. <하루하루가 잔치로세>는 지난 2004년 초부터 2011년 8월까지 독자들에게 보낸 편지글을 엄선해 책으로 묶었다.


하루하루가 잔치로세 - 우리 문화와 세시풍속으로 알아보는 365일

김영조 지음, 인물과사상사(2011)


태그:#하루하루가 잔치로세,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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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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