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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홈페이지의 교사 채용 공고. 대부분이 비정규직교사 채용이고, 그나마 정교사 채용은 거의 끝난 상황이다. 왜 사립학교 교사는 위탁채용이나 공동전형을 하지 않는 것일까?
 서울교육청 홈페이지의 교사 채용 공고. 대부분이 비정규직교사 채용이고, 그나마 정교사 채용은 거의 끝난 상황이다. 왜 사립학교 교사는 위탁채용이나 공동전형을 하지 않는 것일까?
ⓒ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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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구인구직난은 3월 개학을 앞두고 막바지 교사 채용을 위한 공고가 넘치고 있다. 2월은 사립학교의 정교사 채용은 거의 끝이 났거나 마지막 단계이고, 비정규직 교사들은 한창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인 시기이다.

하지만 공고 대부분이 비정규직 교사를 뽑는다는 것이라 예비교사들의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1억2000만 원을 내면 수도권 사립학교에 정교사로 채용시켜 준다며 예비교사들을 두 번 울리는 사설 기관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관련기사 : "1억2천만원이면 돼요" 교사직 매매 현장 가보니)

예비교사들은 이런 기관에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교사가 되고자 하는 절실한 마음에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회원가입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사립학교 교사 금품 수수 채용'

사실 사립학교의 교사 금품 수수 채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월 부산의 B학원에서는 금품을 주고 채용됐던 교사 18명이 최종적으로 퇴출되었다. 이 학교는 전 이사장(당시 교장)이 1인당 5000만 원에서 1억 원씩 총 14억2000만 원을 받고 기간제교사들에게 시험 문제지를 미리 주는 수법으로 교사 18명을 임용한 것이 밝혀졌다. 해당 이사장은 구속되어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교사들은 벌금 500~700만 원을
선고받아 계속 근무하고 있었다.

부산시교육청(교육감 임혜경)은 지난해 8월부터 이들 교사에 대한 인건비 지원을 전면 중단하고, 네이스 아이디를 회수하는 한편 학원 산하 중학교의 폐쇄를 결정하고, 고등학교는 학급수를 감축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였다.

버티던 B학원은 부산시교육청의 강력한 대응에 결국 18명 모두를 퇴출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 학교는 이전에도 교사 채용으로 물의를 빚은 이사장이 물러난 적이 있는데, 두 사람은 형제였다. 형제 이사장이 모두 금품 수수 교사 채용으로 감옥에 가는 운명을 맞이한 것이다.

이런 일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지난해 서울 D학교에서도 현직 교감이 시험문제를 미리 빼내 자기 아들에게 주어 채용돼 문제가 되었고, L학교에서는 이사장 아들이 정교사로 채용해 주겠다며 7명에게 2억30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되어 유죄 선고를 받았다.

채용 공동 전형-위탁 채용 거부하는 사학들, 왜?

사립학교 교사 채용을 둘러싼 불법사례는 금품 수수, 순위 조작, 친지 채용, 알선 사기 등으로 다양하다. 이런 부정을 없애기 위하여 각 교육청들은 교육청 공개채용 위탁, 공동 시험 출제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학재단들이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5년 참여정부 시절 사학비리 척결과 사학민주화를 기치로 개정된 사립학교법에도 이런 내용이 반영되어 있다. 즉, 사립학교의 신규 교사를 채용함에 있어서 인사위원회를 반드시 거쳐 공개 채용을 하도록 하고, 채용 시험을 시도교육청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시도교육청에서 임용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2010년까지 서울에서는 교육청에 채용시험을 위탁 시행한 경우는 한 건도 없는 등 전국적으로도 실시한 경우가 거의 없어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2010년 주민직선으로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된 광주(교육감 장휘국)와 서울(교육감 곽노현)에서는 필기시험을 교육청에 위탁하고 학교별 면접과 실기를 거쳐 최종 채용권은 사학법인이 갖는 방안을 마련하였으나 사학법인들은 이를 철저히 거부하였다. 서울에서 전체 350여 개 사립중고 중 배화여고·동천학교 등 2곳, 광주에서는 70여 사학 중 세종고·동명고·세광학교 등 3개교에 그쳤다. 그나마 대구(교육감 우동기)에서 40개 사학법인 중 20여 개가 위탁채용 협약을 맺어 나름의 성과를 낸 상태이다.

사학법인들은 위탁채용이나 공동채용 전형이 사학의 인사권 침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인사권 침해라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임금도 교육청에서 세금으로 모두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고, 필기시험만 위탁하고 사학의 건학이념과 관계된 면접이나 실기시험은 학교별로 실시하도록 하여 건학이념 침해 주장은 억지다"고 밝혔다.

위탁 시험과 공동전형에 대한 전향적 입장 필요

예비교사들은 연말이 되면 거의 매일 서울시교육청과 관심 있는 학교의 홈페이지를 방문한다. 혹시나 해당 과목의 교사를 뽑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일정이 허락되면 해당 과목의 신규 교사를 뽑는다는 공고가 난 거의 모든 학교에 지원서를 낸다.

지원서가 공짜도 아니다. 학교마다 2~4만 원 정도의 전형료를 받는데 여러 학교를 넣다보면 수십만원에 이른다. 특별한 수입이 없는 예비교사들에게 전형료와 교통비 등은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예비교사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에 교사로 임용된 서울의 D고 한 교사는 "돈도 아깝지만 굳이 비슷한 시험을 학교마다 그렇게 힘들게 봐야 되는지 잘 모르겠다, 다른 직장에 취업하려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시험을 보러 가면 교통비 하라고 지원료를 주는 경우가 많다, 전형료도 큰 부담이었다"고 밝혔다.

학교의 교사 입장에서도 연말이면 한참 성적이며, 생활기록부 정리하고, 보충수업 준비에 정신 없이 바쁜데 신규 교사 채용 시험 문제 내고 감독하고, 다시 채점하는 데 여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시험 문제의 공신력도 낮을 수밖에 없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사학비리에 대한 불신이 있는 상태에서 학교별 채용의 공정성에 대해 믿음이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수백, 수천만원에 이르는 전형료 수입 외에는 수십 대 일에서 백 대 일을 넘어서는 각 학교별 전형시험을 고집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교육청별 위탁 시험이나 공동 전형이 금품수수 채용이나 짬짜미 채용을 막아 전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고, 사학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사학의 인사권이나 건학이념은 학교별로 이루어지는 면접이나 실기를 통하여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사학들은 여전히 이런 방법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교조는 사학비리, 특히 금품 수수 교사 채용에 대해서 더욱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요구했다. 전교조 사립위원회 관계자는 "새누리당(옛 한나라당)과 일부 사학이 반대하겠지만 인사위원회의 권한 강화와 투명성 확보를 통한 금품수수 채용 관행 근절을 위해 총선과 대선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을 의제화할 것이다"고 밝혔다.

예비교사와 현직 교사들, 국민 입장에서 이득인 것이 명확하고, 어쩌면 사학 입장에서도 손해일 것이 없는 신규교사 위탁 채용이나 공동 전형에 대해 사학의 전향적 검토가 요구된다.


태그:#교사 채용, #사립학교, #금품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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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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