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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하게 생긴 누이의 결혼식

큰딸과 동갑내기인 사촌여동생이 결혼을 했다. 희한하게 생긴 게 그래도 시집을 간다니 미상불 반가운 마음에 오라비가 어찌 보고만 있을쏘냐. 봉투 하나를 넉넉하니 준비를 해서 갔는데, 여동생이나 나나 워낙에 희한한 짓을 많이 하고 다니더니 그게 바로 집안내력이었다. 결혼식 내내 당숙이 주례사한테 온갖 참견을 다하고 다니신다. 뭔가 자기 뜻대로 안 되는가 본데 그냥 얌전히 결혼식이나 보고 주는 밥에 술이나 한잔하고 가셨으면 좋으련만 이 좋은 날에 꼭 그렇게 손님들 보기 민망스럽게 어른인 척을 해야만 되겠는가 말이지. 쯧쯧. 

어수선한 가운데 예식이 시작되고 매제가 될 신랑은 사회자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꼬박꼬박 잘한다. 손나팔을 만들어서 "사랑해!" 삼창도 해가며 춤도 추고 난리다. 도대체가 결혼식인지 장난을 하는 건지 엄숙한 예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언제부터 이렇게 엄숙했던 혼례의 예(禮)가 20분 만에 장난스럽게 끝나는 예식으로 변했는지 모르겠다.

20분 만에 장난스럽게 끝나는 결혼식, 그리고 까다로우며 엄숙하고 슬픔에 젖었던 장례의 예는 돌아가신 부모형제를 송장 가져다 버리듯이 치르는 예로 전락을 하고 말았으니 그까짓 이혼이 뭐 대수이겠으며, 송장 치우듯 치르는 장례식을 보고 자란 자식들이 저를 낳아준 부모인들 어찌 공경하는 마음이 있겠는가? 며칠 전 지인의 장례식을 다녀오고 이번에 치른 누이의 결혼식을 보며 차마 두 눈 뜨고 볼 수 없는 예식의 가벼움에 이거는 아니지 싶었다. 혼례와 장례의 간소화는 나도 바라는 일이다. 그러나 예는 있어야 된다.

암튼, 예의고 격식이고 간에 누이 시집가는데 적잖이 돈을 썼으니 오늘 어떻게 해서라도 반 본전은 찾아가야 할 텐데 그까짓 소주 한 병 몇 천 원짜리 가지고는 어림도 없을 터이다. 매제 녀석 뺨이라도 한 대 후려갈기고 오면 오늘 부주한 돈이 덜 아까울 것 같은데 그럴 수도 없고. 기왕에 컴퓨터 앞에 앉았으니 결혼에 얽힌, 요즈음 내가 겪은 재미있는 얘기 좀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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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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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점화
▲ . 촛불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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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관한 에피소드 하나

언젠가 평소에 안면 좀 있는 점집에 가서 앉아 있는데 마침 사주나 궁합을 봐주는 주인장이 자리를 비운사이 삼십 초반의 남녀가 들어온다. 궁합을 봐달라는데 표정이 좋지가 않다. 남자분이 걸려온 전화를 받고 회사에 급한 일이 있다며 먼저 일어섰고 아가씨가 묻지도 않은 말을 술술 토해내는데 사연인즉 이랬다.

둘 다 나이는 삼십 초반인데 양가의 결혼 허락도 받았단다. 그런데 남자 쪽에서 예물에 대한 욕심이 대단하단다. 시어머니가 친구들과 비교를 하며 그에 뒤지면 자기는 창피해서 동네서 못살겠단다. 그런데 남자가 자신의 처지를 잘 알기에 감싸줄 줄 알았더니 무언으로 어머니 편을 들더란다. 이런저런 이유로 파혼을 하고 말았는데 여자는 이 모든 것이 두 사람의 사랑으로 극복이 될 줄 알았단다.

파혼을 한 후 두 사람 모두 진한 미련이 남아 궁합이라도 보러 온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설사 결혼을 해도 오래 갈 결혼은 아니라고 나는 단정했다. 결혼 조건에 돈이 결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집안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 아가씨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했다.

그래서 지금 그 알량한 사랑의 힘에 기대고자 하는가 본데,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이런 경우 너 아니면 죽고 못 산다며 결혼을 해도 사랑의 약발은 오래 가지를 못한다. 아무리 세월이 변했다고는 하나 결혼은 둘만이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간혹 용기 있는 연인들도 있더라만, 그 대가는 혹독하다. 아가씨에게 점잖게 한마디 해줬다.

"사랑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걸지 마세요. 혼전이라면 아무리 사랑하는 남자라도 가끔은 멀리서 냉정한 눈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사랑하는 양보다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세요. 상대방에게 소홀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사랑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사랑은 이상이고 결혼은 현실이지요. 이상과 현실을 구분 못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지요. 그러나 결혼을 하시면 반대로 자신보다 상대방을 더 많이 사랑하시고요. 그래야만이 역시 탈이 없습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아버니 어머니와 이별의 행진을 하는 누이동생
▲ .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아버니 어머니와 이별의 행진을 하는 누이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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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머니와 이별의 대가로 얻은 신랑
▲ . 아버지 어머니와 이별의 대가로 얻은 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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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케잌을 자르고, 누이동생이 너무 웃어대서 조금은 얄미웠다.
▲ . 축하케잌을 자르고, 누이동생이 너무 웃어대서 조금은 얄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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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관한 에피소드 둘

나에게는 많지 않은 친구 중에 참으로 존경하는 친구가 있다.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40살 노총각이 선을 보았다. 그리고는 일 년 후에 결혼을 하는데 당연히 사진은 내가 찍어주기로 했다. 한참을 찍다보니 필름이 계속 넘어간다. 아뿔사, 필름 장착이 잘못 되어 계속 헛방만 찍고 있었다. 그래서 이 친구의 결혼식 사진은 퇴장 사진만 있다.

그렇게 결혼식을 치르고 나서 한참 후에야 친구가 사별을 한 여자와 결혼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전 남편에게서 낳은 초등학생 아들이 있었다. 친구들은 시장에서 암소를 사왔는데 송아지까지 덤으로 왔다며 축하를 해주었지만 본인은 얼마나 쑥스러웠을까? 그리고 몇 해가 지났을까?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애기 얘기가 나왔다.

"자네는 애기 안 낳는가?"
"나도 생각을 해봤는데 자신이 없어. 그래서 아이는 안 낳기로 마음을 굳혔다네. 수술도 했는 걸."
"사람허군, 뭔 말이야?  알아듣게끔 얘기 좀 해 보아."
"자세히는 뭘? 내 핏줄 섞인 놈 나오면 아내와 데려온 그 녀석에게 똑 같이 대해줄 자신이 없다는 거지."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이 친구가 도봉산 밑자락에 어렵사리 집을 한 칸 마련하였다.

"자네 집 산 것 축하해. 술 한잔 사."
"술이야 얼마든지 사겠지만 그 집은 내 집이 아닐세."
"뭔 말이야?"
"아내의 이름으로 샀으니 하는 말이지."
"?"
"아내는 나와 결혼하기 전에 모진 고통을 받았던 사람이지.  여자인 아내 혼자 몸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 그런데 나 역시도 위험한 일을 하니 사람의 일을 알 수가 있는가? 그래서 아내에게 예전과 같은 고통이 반복 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집을 아예 아내의 이름으로 해놓았다네. 아내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나는 남자이니 어떻게든 살겠지만 내게 만약 무슨 일이 있다면 여자인 아내의 몸으로는 힘들 거라는 생각이지. 그런 고통은 한번으로 족하다는 것이 내 생각일세."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사람을 이렇게 초라하게 만들다니...

꽃처럼 화사한 경혼생활 하기를...
▲ . 꽃처럼 화사한 경혼생활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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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능력껏 낳아야지 뒷감당 못 할 정도로 낳아서 부모님께 폐끼치지 않도록 부탁한다 누이야.
▲ . 아기는 능력껏 낳아야지 뒷감당 못 할 정도로 낳아서 부모님께 폐끼치지 않도록 부탁한다 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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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사례에서 보듯이 한 집은 돈 때문에 아예 결혼이 성사되지 못했고 한 집은 넉넉지 못한 살림에 결혼을 하고도 어렵사리 마련한 집 한 칸마저 아내에 대한 배려를 했다. 과연 결혼이라는 게 무엇일까? 남자인 내가 생각하는 결혼은 이렇다. '아내', 내가 보기에는 참으로 예쁘고 귀한 단어이다. 고속도로의 가로등이 자신을 위해 서 있던가? 촛불이 자신을 위해 촛농을 떨어트리며 자신의 몸을 불사르던가? 한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형제들도 서투르면 치고 받으며 싸우는데, 하물며 남남이 한솥밥 먹으며 사는데 어찌 편안하기만 하랴.

가로등과 촛불이 남을 위해 불을 밝히듯, 상대방이 어두운데 돌부리에라도 채일까 항상 노심초사할 일이다. 이것이 바로 배려라는 것이며 백년해로의 비결이다. 명절날 스무 명 남짓 모이는 집안 식구들을 빙 둘러보면 나와 다른 성씨를 가진 사람은 아내뿐이다. 그런데 그 수많은 사람 중에 오직 한 사람, 다른 성을 가진 여자가 믿는 사람이 오로지 나 하나라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 벅찬 일이다. 내 어찌 아내에게 소홀하겠는가. 이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결혼이고 사랑이다.


태그:#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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