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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나 좋다고 '돈, 돈' 하네? 아이구 좋아라. 자기 좋다는데 마다할 인간 없잖어! 나 '돈님'도 마찬가지여! 돌고 돌아서 '돈'이라고 부르는데,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니, 돈 때문에 도는 인간들이 자꾸 늘어나서 '돈'이라고 한 것 같네 그려. 돈 놈들이 너무 많아서 내가 한마디 안 하면 안될 것 같아 지엄하신 어르신이 행차하신다. 어험!

내가 누구냐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높은 자리에 탐하는 인간들 꼬드겨 그 자리에서 굴러떨어지는 걸 봐야 직성이 풀리는 심술보 영감, '돈님'이시다. 나 '돈님'과 관련된 일이 터질 때마다 자리 물려주고 떠는 나리들 많아지잖여. 디도스 사건(이 사건도 돈이 개입했다고들 하지?) 이후 '형님대군'도 멀찍이 물러나셨고, '방통대군'도 섭하게 물러나시쟎여? 또 누가 물러나실지 몰러. 계속 물러나시겄지.

왜? '돈님'이라고 '님'자 붙이니가 좀 그런가? 그럼 좀 유식허게 '재화(財貨) 선생님'이라고 할까? 세종대왕님, 신사임당님, 이율곡님이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시는데도 '뇌물봉투'에 나 '돈님' 넣어 돌리다 추풍낙엽 되는 꼴들이라니. 높은 자리에 계신 나리님들, 돈님 보시기에 부끄럽지 않더냐? 어험!

물 흐리는 정치계의 돈 봉투 사건

정치계도, 종교계도 이 돈 봉투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 돈 봉투 정치계도, 종교계도 이 돈 봉투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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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인지 두나라당인지 당 우두머리를 뽑는데 돈 봉투를 돌렸다지? 나와 관련된 사건이 터지면 모두 그런 일 없다고 발뺌을 하는데…. 참 그거 이상해. 평상시에는 그렇게 날 좋아하면서 꼭 돈 봉투 얘기만 나오면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하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여. 인간들 스스로 만들어 놓은 말, "천 길 우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 백번 옳은 말씀이야!

간대로 옳은 말 골라 잘하는 인간들이 그다지 나 '돈님' 앞에서는 사족을 못 쓰고 도는 건가? 같은 세력끼리 합치고, 새 이름으로 바꾸고, 새 대표도 뽑은 민주통합당은 또 어떻고. 그들도 돈 봉투로 전당대회를 치렀다고 하던데. 뭐, 나 '돈님'도 단정적으로 혐의가 입증되기 전까지인 수사 단계에서는 뭐라고 단도직입적으로다가 말하긴 그래도 이런 사건이 터지면 다 아니라고 딱 잡아떼는 게 너희들 속성이잖여. 하지만 좀 시간이 지나면 다 '뽀록'나데 뭐.

검찰이 바쁘게 움직이니까 언젠가는 드러나지 않겠어? 근데 검찰도 정치에 따라 움직이는 거 같아서 영 믿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여. 그저 믿을 건 나 '돈님'밖에 없어 보여. 그래서 느그 인간들 그러는 거여? 나 '돈님'을 봉투에 넣어 돌리기만 하면 원하는 것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겨? 그런 겨? 그럼, 너희들도 '믿을 건 돈밖에 없다', 뭐 이거여? 그런 거였어? 허허. 이 '돈님'에게 다가오는 씁쓸함의 향연은 어디서 온 건고.

'믿는다'는데, '세상 다 믿을 수 없어도 돈 너만은 믿을 수 있다'고 하는 것 같은데, 온몸으로 저며 오는 이 괴상한 아픔과 상흔은 또 뭔고?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돈, 너만은 믿을 수 있어'라고 생각할 때 너희들의 생명은 끝이 난다는 걸 왜 모르는고? '황금(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최영 장군님의 말이 당사자인 내게는 그리 내키는 말이 아니지만, 그래도 느그들 인간들이 지금쯤 새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정치계가 돈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는 야그는 그래도 좀 이해가 가. 원래 정치계가 그렇고 그렇잖아. 너희들끼리도 '정치판이 어떻고. 정치꾼이 어떻고' 뭐 그런 말들 하잖아. 그런 얘기를 하는 이유가 뭐여? 좀 거시기한 곳이 정치계라는 말 아니겄어? 또 어떤 정치인이 나 '돈님'을 '정치인 모독죄'로 고소하면 어쩌나. 몹시 거시기허네. 그렇지 않아도 봉투 사건으로 유명헌데, 더 유명해지지 않겠어. 끌끌!

불교계, 돈 봉투 돌리고 사회 교화하겠나?

최근 주지 선거를 앞두고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진 범어사 대웅전의 모습.
▲ 범어사 대웅전 최근 주지 선거를 앞두고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진 범어사 대웅전의 모습.
ⓒ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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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나 '돈님'이 이 얘기를 꺼낸 건 정치인들도 정치인들이지만, 실은 종교계 인사들 얘기를 하고싶은 거여. 종교가 뭐여? 사전적인 뜻은 '초자연적인 절대자의 힘에 의존하여 인간 생활의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 의미를 추구하는 문화 체계'라지? 인간 생활의 고뇌를 해결하는 길을 알려주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더 놓은 이상과 세계를 제시하는 것이 종교의 순기능이거늘, 고뇌를 해결하기는커녕 사회에 고뇌를 안겨 주는 사건들이 터지니, 나 원 참!

다음 달로 예정된 조계종 제14교구 본산인 부산 범어사 주지 선거에서 '후보 승려가 많게는 수백만 원의 돈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어. 더욱 놀라운 것은 불교단체가 "이번 사태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고 말한다는 거여. 늘 있어 왔던 일이 이번에 불거진 것뿐이라는 거지. 정치계 돈 봉투 사건도 이번에만 있었던 사건이 아닌 거 다 알잖아. 근데 종교계도 그렇다는 겨.

이런 사건이 불거지면 따라 나오는 수순이 있지. 성명서나 담화문 등이 등장하지. 정치계나 종교계나 이는 마찬가지인 것 같어. 범어사의 소속 종단인 조계종이 불법 선거운동 엄단 내용이 담긴 담화문을 발표했고, 실천불교전국승가회와 청정승가를위한대중결사 등 일부 불교단체의 비판성명도 이어지고 있거든.

이 사건이 한 불교 신문에 보도되면서 이슈화가 되니까, 봉은사 주지였던 명진승려가 "역대 총무원장 선거에서도 돈 봉투가 오갔다"는 말까지 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어. 여기서 잠깐! 왜 '스님'을 '승려'라고 쓰냐고? 내가 아무리 '돈님'이지만, 승려들의 비리나 안 좋은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스님, 스님'하면 그게 당키나 한 소리겠어?

'○○스님이 돈 봉투를 돌렸습니다, ○○스님이 여신도를 성추행했습니다' 좀, 거시기하지? 그래서 제대로 써야 하는 겨. 종교지도자를 말할 때, '목사, 승려, 신부' 이게 옳은 표현이여! 어험. '돈님'이 아주 돌지는 않았제? 지난 25일 KBS 9시 뉴스는 "불교계에서도 후보 스님들이 돈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는데, 잘못된 거지. 좋은 이야기에는 '스님', 나쁜 이야기에는 '승려', 그것도 안 돼지. 그냥 '승려'라고 하면 될 것을.

이번 범어사 주시 선거는 4~5파전으로 과열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100만 원부터 수백만 원의 돈 봉투가 뿌려졌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 이런 일들이 담화문 발표한다고 사라지겠어? 그 놈의 선거문화를 통째로 들어내고 다른 제도를 도입하는 게 상책이지. 제발 돈 봉투의 늪에서 모두가 벗어나야 할 텐데.

기독교계, 돈 선거하고 세상 구원하겠나?

한기총 길자연 목사의 사진과 그의 인사말
 한기총 길자연 목사의 사진과 그의 인사말
ⓒ 한기총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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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만의 일이 아니여. 나 '돈님'이 그 봉투에 담겨 봐서 아는데, 기독교계도 총회장이나 감독 선거를 할 때 심심치 않게 돈 봉투 사건들이 거론되고 있는 게 현실이여. '어떤 감독이나 총회장은 당선되기 위해 2억 원을 썼다' '10억 원을 썼다' 이런 말들이 무성혀. 물론 본인들은 아는 바 없다고 발뺌하지. 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다니까.

'감독(총회장) 선거가 있기 전날 밤 당락이 결정된다'는 말도 있어. 선거 날이 밝기 전날 밤에 얼마나 돈 봉투를 돌렸느냐가 당락을 결정한다는 뜻이지. 1997년 예수교장로회 합동측 임원선거가 다시 회자되는 것은 그만큼 선거가 금권 선거로 혼탁해졌다는 증거여.

당시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교갱협)은 "모 후보가 선거 직전 총대 300명에게 돈을 뿌릴 것"이라는 구체적 이야기가 임원회에서 등장하면서, 부정선거감시단을 꾸리고, 부총회장 후보 길자연·이종일 목사를 만나 "부정 선거 운동을 계속하면 교갱협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어. 그러나 <기독신문>이 총대 852명 중 403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6%인 265명이 향응 등 후보자의 금권 개입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지.

그리고 결정적 증거는 지강유철 양화진문화원 선임연구원이 자신이 전도사로 근무하던 왕성교회 길자연 목사를 고발한 "나는 고발한다 : 어느 교단 금권 선거에 대한 양심선언"(1998년 9월 <복음과 상황>)이란 글에서 밝혀졌지. 이 글에 의하면, 총대들을 강사로 부르고 사례비 명목으로 100만 원씩을 주는가 하면, 총대들의 방을 잡아주고, 선거 당일에는 길 목사가 직접 20~50만 원씩 든 돈 봉투를 총대들에게 전달했다는 것이여. 당시 길 목사는 부총회장으로 당선됐지. 허허. 나중에 길 목사는 돈 봉투 의혹에 대해 "나는 가해자이자 피해자"라고 인정했어.

정치계도, 종교계도, 나 '돈님' 때문에 도는 걸 보면 내가 다 이상하다니까. 자기들이 모든 일들을 다 저질러 놓고는 '너 때문이야, 돈 때문이야' 말하며 모두 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라니. 우습고 가관이지. 나 '돈님'이 문제가 아니고, 높은 자리 걸신들린 너희들, 나리들이 문제거든. 이그! 자리는 내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고 따를 사람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거든!

"견의불위 무용야(見義不爲 無勇也)."

공자님 말씀이지. "의를 보고 행하지 않는 것은 용기가 없는 것이다"라는 뜻인데, 아마도 돈 봉투 돌리지 않는 게 의라는 걸 모르는 나리는 없을 터.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지. 어험. 그렇게 됨으로 다시는 나 '돈님' 때문에 더 이상 도는 인간들은 없길 바라네.


태그:#돈 봉투, #정치계, #종교계, #불법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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