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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을 일컬어 '취미'라 합니다. 그러나 가볍게 하는 취미생활을 넘어 시간과 돈, 정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으며 '심각한 취미생활'을 만끽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의 특별한 취미를 4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자기야, 오늘도 저녁은 글렀지?"

"저녁 먹고 가겠나? 얼른 가야지, 늦으면 미안하잖아."


우리 부부가 함께 즐기는 취미는 바로 자전거 타기랍니다. 남편이 무릎 수술을 하고 재활운동의 하나로 시작하게 된 자전거 타기가 어느새 운동과 취미를 넘어 말 그대로 '삶'이 되었지요. 자전거를 탄 지 어느덧 7년째 접어드는데, 그동안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쉬는 날마다 시골 마을 곳곳을 다니며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오마이뉴스>에 연재기사('두 바퀴에 싣고 온 이야기 보따리')로도 쓰고 있답니다.


자전거만 타던 우리 부부, 음악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다

 

 

그런데 이것 말고도 또 다른 취미가 있답니다. 그건 바로 음악활동인데요. 퇴근하자마자 남편과 나는 서둘러서 또다시 집을 나갈 채비를 합니다. 저녁을 제때 먹어보지 못한 게 벌써 두 해 하고도 반이 넘었습니다.

 

뭉뚱그려서 음악활동이지 장르가 여러 가지 된답니다. 우리 부부가 함께 다루는 악기만 해도 건반이나 일렉기타, 드럼, 트롬본, 통기타 등 대여섯 가지가 되는데, 주로 활동하는 곳은 '7080밴드', '윈드오케스트라', '가요악단' 등이랍니다. 게다가 저는 비공식이긴 하지만, '가수'라는 이름을 달고 트로트 가요를 부르기도 한답니다. 이 모두가 취미생활로 시작한 것이었는데, 날이 갈수록 차츰 우리 부부 삶에 깊숙이 파고든 지 오래되었지요.

 

자전거 동호회의 한 식구가 자기가 다니던 밴드에 소개를 해줘서 시작한 음악활동이 해를 거듭할수록 자전거와는 또 다른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했답니다. 여러 가지 악기를 두루 다룰 줄 아는 남편 덕분에 아주 오래 앞서부터 집에서 틈틈이 키보드나 기타 연주를 하고 살았지만, 이렇듯 밖으로 나가서 다른 사람과 어울려서 하다 보니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퍽이나 즐겁습니다. 몸은 피곤하고 힘들지만, 늘 합주 시간이 기다려진답니다.


또 그 덕분에 여러 가지 봉사활동도 함께 할 수 있어 무척이나 행복하답니다. 생음악으로 연주하는 걸 잘 볼 수 없는 시골마을에 찾아가서 연주도 하고, 마을 어르신들과 한바탕 신나게 함께 놀다가, 다음에도 꼭 다시 와달라며 손을 꼭 잡고 놔주지 않는 모습을 보면 퍽이나 뿌듯하답니다.


취미생활 때문에 다툰다고요? 우린 그런 거 몰라요

 

 

어려서부터 음악에 남다른 재능이 있던 남편 때문에 집 안은 언젠가부터 갖가지 악기들로 하나 둘 채워지고 있답니다. 그것도 모두가 어설픈 것들이 아닌 꽤나 값나가는 악기들이지요. 모든 취미활동이 그렇듯이 처음엔 그저 연습할 만큼의 값싼 것들로 갖추게 되지만, 그 매력에 빠져 악기 소리에 민감해지면, 제대로 된 것들을 마련하게 되지요.

 

그동안 건반을 너댓 번은 바꿨고, 일렉기타를 사면 이펙트와 앰프도 함께 갖춰야 하고요. 트롬본도 두 개, 통기타 한 개 등, 어느새 우리 집 안방은 갖가지 악기들한테 내어준 지 오래되었답니다. 작은 방은 자전거를 모셔둔 곳이 된 지 오래되었고요.


그렇다 보니, 이런저런 취미활동에 돈이 꽤나 들어갔지요. 그래도 우리는 부부가 취미생활을 함께하니, 많은 돈이 들어도 서로 눈치를 보거나 행여 취미생활에 드는 돈을 서로 숨길 까닭이 없지요. 어쩌면 저나 남편이나 따로 서로 다른 취미생활을 했더라면, 모르긴 몰라도 그 비용 때문에 티격태격 다툴 일도 많았을 거예요.

 

음악과 자전거로 일주일이 후딱... 하루도 '빤한' 날이 없네

 

 

월요일은 7080 'Monol밴드' 레슨 하러 가는 날

화요일은 '구미77밴드' 합주하러 가는 날

수요일은 딱 하루는 건너뛰고

목요일은 '금오윈드오케스트라' 합주하러 가는 날

금요일은 또다시 '구미77밴드' 합주하러 가는 날

토요일은 통기타 레슨 하러 가는 날

일요일은 시골 마을로 자전거 타러 가는 날


우리 부부의 하루하루 저녁 일정이랍니다. 일주일 가운데에 딱 하루 비는 날이 바로 수요일입니다. 그나마 밖에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 편히(?) 쉴 수 있는 날이지요. 그러나 그날마저도 밴드에서 연주할 악보를 편곡하거나 레슨을 준비하는 일로 시간을 다 보낸답니다. 그야말로 하루도 '빤한' 날이 없지요. 덕분에 저녁은 늘 제 시간에 먹지 못하고 거의 11시, 12시쯤 되어야 먹게 된답니다. 말이 취미생활이지 이쯤 되면, 이건 '삶'이나 마찬가지이지요.

 

 

한주 내내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갖가지 음악활동을 하고 살다보니, 집안일은 아무래도 뒷전일 때가 많답니다. 게다가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나갔다가 들어오면, 또 악기 연습을 해야 하지요.

 

제 아무리 연주를 잘 하는 사람이래도 스스로 개인 연습이 잘 되어있지 않으면, 여럿이 함께 화음을 맞추고 소리를 내야 하는 합주에서 자칫하면 누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하루가 25시간이라도 모자랄 만큼 바쁘고 빡빡한 삶이지만 나름대로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답니다.

 

"두 분 보면, 언제나 부러워요. 어디를 가도 늘 같이 붙어 다니니 참 보기 좋아요."

"아니, 어떻게 둘이서 같이 음악을 할 생각을 하셨어요? 그거 쉽지 않은데…."

 

이렇듯 우리 부부는 어떤 모임이든지, 어떤 취미든지 늘 둘이서 함께 하고 붙어 다니니,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살지요. 부부가 함께 같은 취미생활을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언제라도 늘 같은 생각을 하고 살아가니, 서로 눈빛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또 무엇이 필요한지 말을 안 해도 훤히 알 수 있지요. 그러니 자연스레 다툴 일도 없는 거겠지요.


취미로 시작한 음악... 남편은 선생 되고 아내는 가수 되고

 

 

몇 해 동안 이런 빡빡한 일정으로 취미생활을 하면서 살다보니, 좋은 일도 많이 생겼답니다. 여러 가지 악기를 두루 연주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서 남편이 경북 지역의 가요악단에서 트롬본 단원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지요. 굵직한 가요제에 나가서 가수들의 노래를 연주하기도 하고, 아이넷TV나 실버TV 같은 케이블 성인가요방송에서도 틈틈이 볼 수 있게 되었지요.

 

얼마 앞서부터는 구미에 새로 생긴 7080밴드와 학생들한테 통기타를 가르치고 있답니다. 그와 함께 나는 나대로 지역 축제 때, '가수'라는 이름을 달고 무대에 서서 트로트 가요를 부르기도 했답니다. 남편은 뒤에서 연주를 해주고, 나는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날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저녁마다 나가서 음악활동을 하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만, 참으로 행복하답니다. 여러분도 한번 도전해보지 않으렵니까? 부부가 함께 취미생활을 해보세요. 어떤 것이든 좋아요. 자전거도 좋고, 등산도 좋고, 우리처럼 음악을 함께해도 좋겠지요? 아마도 틀림없이 부부 사이가 이전보다도 훨씬 더 행복해질 거예요. 무언가를 함께하면 사랑도 더욱 돈독해지니까요.


태그:#취미생활, #7080밴드, #구미77밴드, #금오윈드오케스트라, #모놀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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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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