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발 대형 폭탄이 터졌다. 혹자는 또 돈을 받고 선수를 팔아 치웠는가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아니다. 최종 결렬됐다고 알려진 최희섭 트레이드도 아니다. '한국형 핵잠수함' 김병현의 깜짝 영입이다.

히어로즈 구단은 1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히어로즈가 18일 새벽 메이저리그 출신의 잠수함 투수 김병현과 계약금 10억, 연봉 5억, 옵션 1억 원의 조건으로 입단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올 시즌 프로야구는 박찬호와 김태균, 이승엽에 이어 김병현까지 복귀를 하면서 그 어느 해보다 흥미롭고 풍성한 시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양인 유일의 양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반지 보유자

 3월에 열리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는 한국야구 대표팀의 김병현 선수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김병현 선수 ⓒ 유성호

메이저리그 통산 54승 86세이브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한 김병현은 박찬호를 제외하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 투수다. 빅리그 경력으로 화려하게 포장된 외국인 선수들조차 김병현의 경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김병현은 성균관대 재학시절이던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중국을 상대로 6이닝 퍼펙트에 8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터의 눈을 사로 잡았다. 1999년 신생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내셔널리그)에 입단한 김병현은 초스피드로 빅리그에 올라와 데뷔전에서 세이브를 올리는 기염을 토한다.

김병현은 2000년 14세이브를 기록하며 본격적으로 애리조나의 마무리 투수가 됐고 19세이브를 올린 2001년엔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차지한다.

2002년엔 36세이브를 기록하며 올스타전에 출전했고 2003년 보스턴 레드삭스(아메리칸리그)로 이적한 후에는 2004년 보스턴의 우승멤버가 되면서 동양인 최초로 양리그 모두에서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낀 선수가 된다.

하지만 선발 투수를 갈망하던 김병현은 선발 전환 후 마무리 시절의 구위를 뽐내지 못했다. 2007년 콜로라도 로키스, 플로리다 말린스 등 3개팀을 전전하면서 가까스로 10승을 채운 것이 김병현의 마지막 빅리그 등판 기록이다.

김병현은 2008년과 2010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며 빅리그 재진입을 노렸지만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에 방출되는 수모를 당했다.

작년 시즌엔 일본의 라쿠덴 이글스와 계약을 맺었지만, 김병현은 1군 무대에 한 번도 등판하지 못하고 방출 당했다. 화려했던 김병현의 야구 경력에 최대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최희섭보다 위험한 시한폭탄, 팀에 융화될 수 있을까

 김병현이 애리조나 시절의 구위를 회복한다면 넥센은 올 시즌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수 있다.

김병현이 애리조나 시절의 구위를 회복한다면 넥센은 올 시즌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수 있다. ⓒ MLB.com


김병현의 국내 지명권을 가지고 있는 구단은 히어로즈였다. 지난 2007년 4월에 있었던 해외파 특별지명에서 현대 유니콘스가 지명했던 김병현에 대한 권리가 히어로즈에게 넘어온 것이다.

김병현이 소속팀을 찾지 못하는 지난 몇 년 동안 히어로즈는 김병현에게 눈독을 들이지 못했다. 재정이 어려워 주력 선수를 내다 팔며 구단을 연명하던 히어로즈가 최소 10억 원 이상의 거금이 들어갈 '거물' 김병현을 영입하는 것은 한마디로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18일 히어로즈는 총액 16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김병현과의 계약을 따내면서 이택근의 FA계약에 이은 또 하나의 '깜짝쇼'를 연출했다. 이제 히어로즈를 가난한 구단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큰 실례다.

김병현이 전성기에 버금가는 구위를 뽐내준다면 히어로즈는 손승락, 오재영과 더불어 단숨에 막강 불펜을 구축할 수 있다. 그리고 문성현이나 강윤구 같은 유망주들은 뒷문 걱정 없이 선발 투수 역할에 전념할 수 있다.

하지만 빅리그 시절부터 돌발행동과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 등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던 김병현은 영입에 실패한 최희섭보다 더 위험한 '시한폭탄'이다. 만약 김병현이 팀동료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히어로즈의 팀워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크다.

여러 가지 불안요소가 있지만 김병현의 히어로즈 입단은 야구팬들에게 무척 반가운 소식인 것은 분명하다. 상상에서만 가능하던 김병현과 이승엽의 목동구장 맞대결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김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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