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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8일 "당 내외 인사로 재창당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1차 쇄신안을 발표한 뒤 당사 기자실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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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안팎의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공천 혁명'을 통한 재창당 카드로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하지만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홍 대표의 의지가 강한 만큼 그에 대한 반작용도 커지고 있어 당내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때문에 홍 대표가 발표한 쇄신안의 실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준표 대표는 8일 쇄산 방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혁명에 준하는 총선 준비를 하겠다"며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을 예고했다. 여기에 과감한 외부인사 영입을 통한 재창당과 정책 쇄신, 범여권의 통합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홍 대표는 그동안 의원총회와 쇄신 연찬회, 최고위원회의 등을 통해 당내 의견을 수렴해 만든 쇄신안이라고 강조했지만 당내 반응은 싸늘하다. 초재선 소장파로 구성된 쇄신파는 물론 구주류인 친이계 의원들의 '재창당 모임', 여기에 당의 실질적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친박계까지 '더 이상 홍 대표 체제로는 어렵다'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공천권 향한 홍준표의 의지

외부인재 영입을 통한 재창당 및 정책 쇄신, 범여권 통합 등 당 쇄신안의 큰 틀에 대해서는 당내 이견이 없다. 전선은 총선 공천권을 누가 행사하느냐의 문제로 갈려있다. 홍 대표가 당내의 거센 대표직 사퇴 압박에도 '버티기'에 돌입한 것은 공천권 행사에 대한 강한 의지 때문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년 2월로 예정된  재창당 전 총선 공천을 완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대표로 있는 상태에서 구성된 재창당준비위와 총선기획단을 통해 '물갈이 공천'을 한 후 새 당을 창당하겠다는 것이다. 재창당이 완료되는 내년 2월까지 대표직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재창당 과정을 모두 자신의 관리하에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당 소속 의원 모두에게 쇄신을 위한 '자기 희생'을 주문하면서도 막상 자신의 불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자기 희생이 꼭 불출마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피해간 것도 논란 거리다.

당내에서는 당장 거센 반발이 터져나왔다. 특히 현역 의원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고 도덕성 및 자질에 문제가 있을 경우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물갈이 공천'에 대한 의원들의 불안감까지 맞물리면서 비판이 거세다.

"기득권 연연하는 모습, 홍준표답지 않다"... 거센 사퇴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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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재창당 모임'소속 의원들이 8일 오후 국회에서 한나라당 내부의 기득권을 모두 버리고 재창당한 뒤 국민 뜻에 따라 개혁공천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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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창당 모임'의 안형환 의원은 "먼저 재창당을 하고 새 당의 정강정책에 맞는 인물을 공천해야 한다"며 "홍 대표가 공천을 하고 재창당하겠다는 것은 기득권을 그대로 가지고 가겠다는 것밖에 안된다"고 비난했다. 안 의원은 "기득권에 연연하는 모습은 홍준표답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여옥 의원도 "홍 대표가 재창당 전 공천권을 먼저 행사하겠다고 하면 참신한 외부 인재를 어떻게 영입할 수 있겠느냐"며 "공천권에 대한 집착이자 공정하지 못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재창당 모임은 "홍 대표는 재창당추진위원회를 시급히 만들어 재창당에 대한 전권을 위임한 후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원희룡 남경필 의원은 홍 대표의 즉각 퇴진을 다시 촉구했다. 원희룡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홍 대표가 공천 작업하고 당 정책 다 바꾸고 당헌당규 다 바꿔 대선주자급 인물들을 내세우는 비상대권을 쥔 대표가 되겠다? 홍 대표의 욕심과 실질적 영향력 있는 분의 착각이 두 바퀴를 이루어 한나라당을 늪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남경필 의원은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본인 주도로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기존 인식을 버리지 못한 듯하다"며 "대표직을 물러나는게 지금 홍 대표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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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은 8일 홍준표 대표의 퇴진과 박근혜 전 대표의 조기등판을 촉구하며 "당의 쇄신 방향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경우 비상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태근, 신성범, 권영진, 김성식, 황영철, 박민식, 현기환, 김성태, 김세연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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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표 퇴진과 비상대책위 구성을 요구하고 있는 당내 초선의원 모임 '민본 21'도 "재창당은 홍 대표가 주도할 게 아니라 비상대책위가 다룰 문제"라고 반발했다. '민본21' 의 한 의원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 밖에서라도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야한다"며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당내 반발과 탈당 압력에도 홍 대표는 쇄신 연찬회와 의원총회에서 받은 재신임을 근거로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제 의원총회에서 결론도 당 대표가 쇄신안을 제시하고 책임감 있게 실행하라는 것이었다"며 "거취 논란과는 별개로 당 대표로서 쇄신 작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내 권력 투쟁 양상, 키는 박근혜에... 과연 '악역' 맡을까

당내 권력 투쟁의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당 쇄신을 둘러싼 갈등 수습의 키는 박근혜 전 대표가 쥐게 됐다는 평가다. 버티기에 들어간 홍 대표를 용인하느냐, 아니면 당 내 요구를 받아들여 당 수습에 직접 나서느냐에 따라 홍 대표 체제의 지속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친박계의 기류 변화도 분명해 졌다. 지난 달 29일 쇄신 연찬회에서 홍 대표가 박 전 대표의 조기 등판을 전제로 본인의 사퇴 뜻을 밝힌 재신임 카드를 던진 것은 친박계가 홍준표 체제의 조기 마감을 바라지 않아 가능했던 것인데 디도스 공격 파문 이후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친박계 핵심인 유승민 최고위원도 "이대로는 안된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친박계 이한구 의원은 "당내 의원들 상당수는 홍 대표가 재창당준비위 구성까지만 마치고 사퇴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홍 대표가 재창당을 준비하는 기구를 구성하는 것은 좋은데 그 운영에까지 개입하는 것은 받아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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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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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표의 등판 시기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의원들이 바라고 있는 것 같다"며 "어떤 시기에 어떤 형식으로 나오느냐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당 내에서는 홍 대표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국회 예산안 처리가 마무리되는 연말께 홍 대표 체제가 마감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한 친박 중진 의원은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홍 대표가 예산안 처리를 끝으로 물러나야 한다, 지금 체제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크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친박계 구상찬 의원의 출판기념회 참석 일정을 취소한 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9일로 예정된 경찰의 중앙선관위에 대한 디도스 공격 수사결과 발표와 홍준표 쇄신안에 대한 당내 여론의 흐름 등이 박 전 대표의 결단에 최종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4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지도체제'를 사실상 만들었던 박 전 대표가  그 체제를 끝내는 '악역'을 손수 맡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