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2011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가 열린 싱가포르의 1만석 규모의 공연장 인도어 스타디움 앞. 행사가 시작하는 오후 7시(현지시각 기준)가 되기 몇 시간 전부터 팬들이 한국 스타들을 보기 위해 집결해 있다.

29일 2011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가 열린 싱가포르의 1만석 규모의 공연장 인도어 스타디움 앞. 행사가 시작하는 오후 7시(현지시각 기준)가 되기 몇 시간 전부터 팬들이 한국 스타들을 보기 위해 집결해 있다. ⓒ 이현진


팬이 하는 일은 놀랍게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한국 스타가 묵고 있다는 호텔 로비에 삼삼오오 모여 간절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싱가포르 팬들을 보고, 고백컨대 그 모습과 거의 흡사했던 10여 년 전의 '팬질'이 떠올랐다.

싱가포르에서 29일 열린 2011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이하 MAMA) 하루 전날. MAMA에 출연하는 한국 가수들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에 묵는다는 정보를 입수한 팬들은 저녁부터 1층 로비로 모여들었다. 다민족 국가인 싱가포르답게 히잡을 쓴 인도인부터 우리와 생김이 흡사한 중국인까지 소녀떼의 구성은 다양했다. 이들은 호텔 측에서 한 쪽에 마련한 공간 'Fan Gazing Area'에 모여 있었다. 이곳에 있던 나탈리(17)는 이 공간에 대해 "오직 이 호텔에만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1층 로비에는 스타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팬들을 모아놓는 공간인 'Fan Gazing Area'가 있다. 이 호텔은 가수 비가 숙박하며 수영장에서 셀프 카메라를 찍은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만큼 스타들이 자주 묵는 호텔이기에 이런 공간을 따로 마련해 놓는 것으로 보인다. 팬들의 건물 내 진입을 막는 한국의 대체적인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한 팬은 이런 공간이 다른 곳에도 있냐는 질문에 "오직 이 호텔밖에 없다"고 답했다.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1층 로비에는 스타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팬들을 모아놓는 공간인 'Fan Gazing Area'가 있다. 이 호텔은 가수 비가 숙박하며 수영장에서 셀프 카메라를 찍은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만큼 스타들이 자주 묵는 호텔이기에 이런 공간을 따로 마련해 놓는 것으로 보인다. 팬들의 건물 내 진입을 막는 한국의 대체적인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한 팬은 이런 공간이 다른 곳에도 있냐는 질문에 "오직 이 호텔밖에 없다"고 답했다. ⓒ 이현진


SNS 활용하는 팬들, 별걸 다 알아!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은 같아도, 다른 점이 있다면 정보력이다. 무작정 택시를 타고 스타의 동선을 쫓거나 숙소 앞 팬들끼리 맨투맨으로 정보를 공유한 과거와 달리, 싱가포르 팬들은 정보 입수 방법에 대해 "SNS!"라고 입을 모았다. 28일 호텔 로비에서 만난 인도네시아인 하니(21)는 스타를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동안, 수시로 트위터를 확인하며 다른 팬들과 실시간 정보를 교류하고 있었다. 온라인상의 팬사이트도 수많은 정보가 오가는 곳이지만, 트위터는 즉각적이고 빨라서 애용한다고. 

정보력의 깊이도 한국 팬 못지않다. 싱가포르 팬들은 29일 MAMA가 열리는 인도어 스타디움 밖에서 만난 한 소녀 팬은 "JYJ는 인기가 있지만, 왜 MAMA에 출연할 수 없는지 안다"며 "SM과 사이가 안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팬들 역시 비와 슈퍼주니어의 김희철이 군입대를 한 것부터 강호동이 은퇴한 사실까지 알고 있었다.

 싱가포르의 K-pop 팬들은 온라인을 통해 스타 관련 상품을 구입한다. MAMA 현장에서 만난 거의 모든 팬들은 한국 기자의 질문에 반색을 띄며 성심성의껏 답해줬다. "왜 한국 스타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no reason'(이유는 없다)고 답한 소녀들은 "얼굴, 춤, 노래 모든 것이 최고다"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에의 팬들은 한 아이돌 그룹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 한류 스타 대부분을 동경하는 특징이 있었다. 슈퍼주니어를 좋아한다는 한 소녀 팬은 "<런닝맨>을 보고 송중기도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K-pop 팬들은 온라인을 통해 스타 관련 상품을 구입한다. MAMA 현장에서 만난 거의 모든 팬들은 한국 기자의 질문에 반색을 띄며 성심성의껏 답해줬다. "왜 한국 스타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no reason'(이유는 없다)고 답한 소녀들은 "얼굴, 춤, 노래 모든 것이 최고다"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에의 팬들은 한 아이돌 그룹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 한류 스타 대부분을 동경하는 특징이 있었다. 슈퍼주니어를 좋아한다는 한 소녀 팬은 "<런닝맨>을 보고 송중기도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 이현진


이들은 대개 국외 한류 팬들이 그렇듯,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어도 배우고 있었다. 인터뷰를 요청한 대부분의 팬들은 기본적인 인사말은 물론 "빨리 빨리!" "정~말?" "진~짜?"와 같은 한국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을 억양까지 비슷하게 따라했다.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수시로 활용하는 팬도 있었다. 

"무대는 훌륭했지만, 공연 시간이 너무 짧았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한국 스타를 좋아하는 팬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특정 스타만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다. 누구를 좋아하느냐고 물었을 때, 대부분 K-pop 아이돌 그룹을 먼저 대지만 한 그룹에 국한되어 있지 않은 편이다. <풀하우스><드림하이><보스를 지켜라> 등 한국 드라마와 <런닝맨><우리 결혼했어요>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스타들의 이름도 연이어 나온다.

 29일 MAMA에 참석하기 위해 차를 타고 지나가는 스타들을 보기 위해 도로 옆에서 기다리던 싱가포르 팬들을 만났다. 다민족 국가인 싱가포르답게, 인도인·말레이시아인·중국인 등 구성이 다양하다. 이들은 대부분 MAMA 티켓을 사지 못한 팬들이었지만, K-pop 스타에 대한 열정은 공연장에 들어간 팬들 못지 않았다.

29일 MAMA에 참석하기 위해 차를 타고 지나가는 스타들을 보기 위해 도로 옆에서 기다리던 싱가포르 팬들을 만났다. 다민족 국가인 싱가포르답게, 인도인·말레이시아인·중국인 등 구성이 다양하다. 이들은 대부분 MAMA 티켓을 사지 못한 팬들이었지만, K-pop 스타에 대한 열정은 공연장에 들어간 팬들 못지 않았다. ⓒ 이현진


비스트를 좋아한다는 써리(17)는 김수현(<드림하이>, 송삼동 역)을 아냐고 묻자 거의 자지러질 듯한 반응을 보이며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씨엔블루를 좋아하는 하니(21)는 정용화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커플이었던 소녀시대의 서현의 팬이기도 했다. 남자친구와 작년 8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씨엔블루 콘서트에도 함께 다녀온 하니는 "얼굴, 춤, 노래도 훌륭한 한국 스타들이 전부 좋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인인 하니에 따르면, "한국 스타들의 영향으로 인도네시아에도 보이 밴드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슈퍼주니어·소녀시대·비스트·2NE1 등 한국의 아이돌 그룹과 이병헌·송승헌·김희선·송중기 등이 참석한 MAMA가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였던 셈. 3시간이 넘는 긴 공연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너무 짧았다"고 말했다. 30일 호텔 로비에서 2NE1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팬 크리스탈벨(17)은 "어제 MAMA 공연은 장관이었지만, 노래를 좀 더 듣고 싶었다"고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무대 디자인과 퍼포먼스는 독특해서 좋았다"고 평했다.

 싱가포르의 신문 <The Straits Time> 11월 30일자 1면에 29일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MAMA 관련 기사가 실렸다. 이 신문은 "약 1만 명의 사람들이 한국 연예계의 최고를 가리는 행사에 참석했다"며 "13주년을 맞은 이 시상식이 한국 밖에서 행사를 열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라고 보도했다.

싱가포르의 신문 11월 30일자 1면에 29일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MAMA 관련 기사가 실렸다. 이 신문은 "약 1만 명의 사람들이 한국 연예계의 최고를 가리는 행사에 참석했다"며 "13주년을 맞은 이 시상식이 한국 밖에서 행사를 열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라고 보도했다. ⓒ 이현진


MAMA가 끝난 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받아 본 싱가포르 신문 'The Straits Times' 1면에는 슈퍼주니어 이특에 환호하는 팬들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이 신문은 "198달러의 MAMA mosh pit(무대 바로 앞 스탠딩석) 티켓을 가진 팬들이 공연 전날인 월요일 저녁 7시부터 줄을 서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비가 오는 와중에도 우산 없이 담요와 물만 가진 팬들은 밖에서 아이돌을 보기 위해 애쓰기보다, 안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했다"고 MAMA에 대한 열기를 전했다.

이번 MAMA 공연을 두고 국내 '특정 소속사끼리 상 나눠 갖기' '시상식이라기보다 공연'이라는 분석과 달리, 현지 팬들은 한국 스타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열광했다. K-pop을 중심으로 한 한류를 주도하고 확장하는 것이 MAMA의 목표라면, K-pop 해외 공연으로서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이것이 어떻게 'Music Makes One'이라는 기치 아래 아시아를 아우르는 시상식으로 거듭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MAMA 싱가포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