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싱가포르의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MAMA 무대에서 블랙 아이드 피스의 윌.아이.엠이 공연하고 있다. 인도어 스타디움은 약 1만석 규모로 싱가포르의 대표 공연장이다.

29일 싱가포르의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MAMA 무대에서 블랙 아이드 피스의 윌.아이.엠이 공연하고 있다. 인도어 스타디움은 약 1만석 규모로 싱가포르의 대표 공연장이다. ⓒ 이현진


2011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net Asian Music Awards, 이하 MAMA)는 한 마디로 동남아시아에서의 K-pop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중국·말레이시아·인도인들이 공존하는 다민족 국가인 싱가포르가 올해 MAMA의 개최지였기 때문에 더욱 체감도가 높았다.

싱가포르의 대표 공연장 인도어 스타디움을 채운 관객들은 K-pop 스타, 특히 한국 아이돌을 직접 보기 위한 팬들이 대부분이었다. 서툰 글씨로 한글을 적은 플래카드를 흔들면서, 그룹 이름을 연호하는 모습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시안 어워드라는 이름이 무색한 '한국 스타들의 잔치'를 왜 굳이 해외까지 나가서 해야 하냐는 의문에 대한 변은 바로 이처럼 K-pop에 대한 열기를 증명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공연을 보고 K-pop에 대한 열기를 직접 느끼니, 한류의 글로벌화를 이끄는 시상식이 되고자 하는 MAMA의 목표가 분명하게 와닿았다.

장르·국적 초월한 콜라보레이션 돋보여

 블랙 아이드 피스의 윌.아이.엠과 애플딥은 2011 MAMA에서 2NE1의 씨엘과 함께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던 곡 'Where is the love'를 불렀다. 현재 윌.아이.엠은 프로듀서로서 2NE1의 미국 진출 앨범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블랙 아이드 피스의 윌.아이.엠과 애플딥은 2011 MAMA에서 2NE1의 씨엘과 함께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던 곡 'Where is the love'를 불렀다. 현재 윌.아이.엠은 프로듀서로서 2NE1의 미국 진출 앨범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 CJ E&M


올해 MAMA 무대는 '한국 가수들끼리의 경쟁'이라는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구성 면에서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특히 지난해에는 구색 맞추기의 역할에 지나지 않았던 해외 아티스트들의 활용도를 콜라보레이션(협연)를 통해 높였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중국의 피아니스트 랑랑과 비스트의 합동 무대는 '픽션'을 선율이 돋보이는 곡으로 재해석했는가 하면, 2NE1의 미국 진출 앨범을 프로듀싱하고 있는 블랙 아이드 피스의 윌.아이.엠과 애플딥은 씨엘과 함께 'Where is the love'를 불렀다.

해외 아티스트들을 감히 '구색 맞추기용'이라 할 수 없는 이유는 올해 라인업의 힘이다. 앞서 언급한 윌.아이.엠은 물론 세계적인 힙합 아티스트 스눕 독과 닥터 드레가 11년 만에 함께 무대에 선 모습은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기 때문이다. 'Drop It Like It's Hot'은 스눕 독 특유의 물 흐르는 듯한 플로우가 돋보이는 무대였으며, 비트의 신이라 불리는 닥터 드레와 함께 한 'The Next Episode'는 별다른 무대 장치나 퍼포먼스 없이도 엄지를 치켜세울만 했다.

스눕 독과 닥터 드레의 무대가 펼쳐지자, 다이나믹 듀오·소녀시대·슈퍼주니어 등 국내 아티스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팬의 입장에서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객석과 굉장히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곳에서 행사 내내 무대를 함께 즐기는 이들의 모습은 MAMA가 시상식을 넘어 'Music Makes One'이라는 기치 아래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를 표방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 CJ E&M


 (위) 포미닛의 현아와 비스트의 장현승이 결성한 유닛 트러블 메이커는 2011 MAMA 무대에서 강렬한 키스 퍼포먼스를 해 객석을 놀라게 했다. (아래) 소녀시대는 비트를 강조해 편곡한 'The Boys'의 색다른 무대를 선보였다. 소녀시대의 무대는 물과 불꽃을 이용해 화려함을 더했다.

(위) 포미닛의 현아와 비스트의 장현승이 결성한 유닛 트러블 메이커는 2011 MAMA 무대에서 강렬한 키스 퍼포먼스를 해 객석을 놀라게 했다. (아래) 소녀시대는 비트를 강조해 편곡한 'The Boys'의 색다른 무대를 선보였다. 소녀시대의 무대는 물과 불꽃을 이용해 화려함을 더했다. ⓒ CJ E&M


MAMA만을 위해 준비된 퍼포먼스는 지루함을 덜었다. 포미닛 현아와 비스트 장현승은 마치 무대 위에서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듯 강렬한 커플 댄스를 췄고, 실제로 입을 맞추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미쓰에이는 'Good-bye Baby'의 안무를 중국 무술과 접목시켰으며, 소녀시대는 비트감을 넣어 편곡한 'The Boys' 무대를 통해 평소보다 강렬한 모습을 선보였다. 슈퍼주니어는 세계 곳곳에서 수백 명이 다같이 '쏘리쏘리'의 춤을 추는 유튜브 영상에서 힌트를 얻어, 검은 양복을 입은 수많은 백댄서들과 함께 무대를 꽉 채웠다.    

이밖에 김희선·이병헌·지성·한채영·한효주·고수·윤은혜 등 웬만한 영화 시상식을 방불케 하는 시상자들의 라인업도 화려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접해 온 싱가포르 관객들은 이들의 등장에 아이돌 그룹을 반기는 것 못지 않게 환호했다.

 슈퍼주니어는 필리핀 교도소에서 3백 여명이 단체로 '쏘리쏘리' 군무를 추는 등의 유튜브 동영상에서 힌트를 얻어 2011 MAMA 무대를 준비했다. 이번 공연은 이특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슈퍼주니어는 필리핀 교도소에서 3백 여명이 단체로 '쏘리쏘리' 군무를 추는 등의 유튜브 동영상에서 힌트를 얻어 2011 MAMA 무대를 준비했다. 이번 공연은 이특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 이현진


그럼에도 MAMA는 여전히 편중된 시상식

지난 3년 간 SM엔터테인먼트와의 불화로 소속 연예인들이 참석하지 않아 '반쪽 시상식'이라 불렸던 MAMA가 이들과 갈등을 풀었다고 해서 오명을 벗을 걸로 보이지는 않는다.

2011 MAMA의 주요 수상자를 축약하자면, SM(슈퍼주니어- 올해의 앨범상·싱가포르 초이스, 소녀시대- 올해의 가수상) JYP(미쓰에이-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여자그룹) YG(2NE1- 올해의 노래상·베스트 보컬 퍼포먼스 그룹) 큐브(허각- 신인상 남자, 에이핑크- 신인상 여자, 현아-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솔로, 비스트-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남자그룹) 등 주요 4개 가요 기획사의 '올킬'이라 할 만하다.

 <슈퍼스타K3>의 우승팀인 울랄라세션은 2011 MAMA를 통해 경연이 아닌 좀 더 많은 관객을 위한 대형 공연에 처음으로 섰다. 공연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울랄라세션의 임윤택은 "무엇보다 MAMA 무대에 서는 것이 기적 중의 기적"이라고 소감을 표했다.

<슈퍼스타K3>의 우승팀인 울랄라세션은 2011 MAMA를 통해 경연이 아닌 좀 더 많은 관객을 위한 대형 공연에 처음으로 섰다. 공연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울랄라세션의 임윤택은 "무엇보다 MAMA 무대에 서는 것이 기적 중의 기적"이라고 소감을 표했다. ⓒ CJ E&M


그렇다 보니, 특정 아이돌 그룹의 무대에만 치중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이나믹 듀오·사이먼 디와 함께 함께 힙합과 록의 조화를 보여준 YB(베스트 밴드 퍼포먼스), 그리고 <슈퍼스타K3> 우승팀 울랄라세션이 노래와 퍼포먼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팀이라는 것을 증명한 무대는 꽤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허각(신인상 남자)·백지영(여자 가수상, 베스트 OST)·리쌍(베스트 랩 퍼포먼스) 등의 무대는 볼 수 없었다.

해외 아티스트의 라인업을 강화하고, 무대를 풍성하게 꾸미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여실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MAMA가 여전히 편중된 시상식이라는 문제점은 남아있었다. YB가 수상을 할 때 윤도현이 "K-pop도 좋지만 K-rock도 사랑해주세요"라고 소감을 말한 것처럼, MAMA의 관심은 여전히 아이돌이 주도하는 K-pop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이 아쉽다. 적어도 계속해서 아시안 어워드라는 이름으로 해외 공연을 열 계획이라면 더욱 극복해야 하는 한계로 보인다.

MAMA 비스트 윤도현 슈퍼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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