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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삭제한다고 한다. 이 뉴스를 듣고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 포털에서 검색했더니 2007년 7월 25일에 개봉한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가 떴다. 어제(12일) 나는 가족과 함께 이 영화를 빌려봤다.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화려한 휴가>는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보여준다. 광주에서 택시기사 일을 하는 주인공 민우는 동생 진우만을 바라보며 산다.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민우는 동생 진우가 시위를 하다가 다칠까봐 노심초사한다. 그러나 민우(김상경 분)의 바람과는 달리 진우(이준기 분)는 결국 계엄군의 총에 맞아 죽는다. 민우는 분노로 계엄군을 향해 총을 든다.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광주민주화운동 기간 동안 일어난 주요 사건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서 여러번 놀랐지만 특히 도청 앞에서 시민들과 대치하던 군인들이 갑작스레 울려퍼진 애국가에 맞춰 시민을 향해 총을 쏘던 장면은 충격이었다. 어떻게 우리나라 군인이 우리나라 시민을 저렇게 죽일 수가 있었나.

영화 <화려한 휴가>의 한 장면. 군인들이 다친 젊은이들을 끌고 가고 있다.
 영화 <화려한 휴가>의 한 장면. 군인들이 다친 젊은이들을 끌고 가고 있다.
ⓒ 영화 <화려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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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영화를 보던 초등학교 4학년 내 동생은 못 보겠다며 고개를 돌렸다. 나도 차마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이상하게 오기가 나서 두 눈 똑바로 뜨고 보았다. 정말이지 이가 갈렸다.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저 xx!

영화가 끝나고 나는 포털에서 광주민주화운동 사진을 보았다. 영화가 과장이 아니었다. 사진 속 군인들은 힘없는 시민을 둘러싸서 무자비하게 때리고 있었다. 다시 한번 욕이 나왔다. 이 xx!

당시 군인들은 착검을 한 총으로 시민을 찔렀다고 한다. 아빠의 말에 따르면 그래서 희생된 시민 중에 자상(刺傷)으로 사망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엄마는 80년대 후반에 대학가에서 많이 부른 '오월의 노래'의 일부를 알려줬다.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싣고 어디 갔지"

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모습.
 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모습.
ⓒ 5.18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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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반에 보면 군인들이 비행기 안에서 작전 지시를 받는데, 한 군인이 질문을 한다.
지금 빨갱이 잡으러 북으로 가는 거냐고. 그러자 장교로 보이는 군인이 답한다. 우린 지금 남으로 간다고.

군인이 전쟁터가 아닌 도시로 가서 시민을 죽인 이 사건. 역사를 잘 모르지만 그래도 광주민주화운동은 들어봤는데 이 정도로 잔혹한 만행이 저질러졌는지는 몰랐다.

영화 도중에 고개를 돌린 내 동생도 끝까지 봤다. 동생은 중간 중간 "그만 보자"고 했다. 난 이렇게 말했다. "실제 있었던 일이라잖아.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해. 끝까지 보자."

동생은 영화를 보다가 도청에서 계엄군이 시민을 향해 총을 쏘는 장면을 레고로 재현했다.
 동생은 영화를 보다가 도청에서 계엄군이 시민을 향해 총을 쏘는 장면을 레고로 재현했다.
ⓒ 이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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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왜 5·18을 뺴려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내 동생처럼 불편해서 안 보려는 것 아닐까. 그런데 이게 안 본다고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다. 난 불편해도 참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다시는 군인들이 시민을 죽이는 만행이 되풀이 되지 않을 테니까.

마지막으로 한마디. 당시 군 작전명이 '화려한 휴가'였다고 한다. 정말이지 섬뜩하다. 그 많은 시민을 죽인 작전이 화려한 휴가라니, 휴가라는 게 즐거운 건데 그럼 사람 죽이는 게 즐거웠다는 건가? 정말 잔인한 군인들이었다. 


태그:#518 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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