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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에서 성장한 산골청년 한태주(25)군이 도시 청년들에게 학벌과 스펙의 멍에를 벗어 던지라고 촉구한다.
 지리산에서 성장한 산골청년 한태주(25)군이 도시 청년들에게 학벌과 스펙의 멍에를 벗어 던지라고 촉구한다.
ⓒ 한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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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산골소년 한태주.

자연과 친구가 된 산골소년은 심심풀이 삼아 오카리나(흙피리)를 불었다. 그리고 창작까지 했다. 소년의 곡과 연주에 김지하 시인과 도법 스님도 감탄했다. 열여섯이면 중학교 3학년, 그 또래들이 고입에 시달리고 있을 때 산골소년은 오카리나 창작-연주음반 <하늘연못>을 발표했다.

첫 음반은 공전의 히트작이었다. 세계 거장들의 연주 음반도 수천 장 정도 팔리는 시장에서 3만 장가량 팔리는 사건이 벌어졌고, 방송국을 비롯한 언론사들이 잇따라 취재요청을 했다. 하지만 떠돌이 음악가인 소년의 부모는 그 유혹을 뿌리쳤다. 욕망의 거미줄에 포착되는 순간, 영혼의 자유는 박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났다. 열여섯 산골소년은 스물다섯 청년으로 성큼 변했다. 도회지의 유혹에 넘어간 산골소녀는 비극의 주인공이 됐지만, 산골청년은 지리산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궁금하다. 청풍거사를 꿈꾸는 것도 아닐 텐데, 그 산골에서 무엇을 하면서 살았을까? 사랑 나눌 처녀도 없는 산골에서 무엇으로 혈기를 눌렀을까? 도회지의 불빛이 정녕 그립진 않았을까?

지리산에 틀어박혀 살지만은 않았다. 끓는 피를 가부좌로 달랠 순 없었으므로 인도, 몽골, 태국 등으로 음악여행을 다녔다. 음악가 청년에게 여행은 매우 좋은 수업이었다. 특히 인도에선 세계의 청년들과 노래하고 놀면서 영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산골에서도 필요한 것은 다 배웠다.

그리곤, 2집과 3집 연주음반 <새소리>와 <공간여행>을 발매하고, 2009년 2010년 세계 힐링뮤직(치유음악) 페스티벌에 초청돼 공연하기도 했다. 한태주의 오카리나 연주곡은 KBS '걸어서 세계 속으로'와 MBC 라디오 '싱글벙글쇼' 등의 프로그램에서 사용하고 있다.

오카리나 한태주의 첫 비행

 오카리나에서 밴드 연주자로 변신한 한태주, 오카리나 창작연주 첫 음반 <하늘연못>은 오카리나 음악계의 전설이 됐다.
 오카리나에서 밴드 연주자로 변신한 한태주, 오카리나 창작연주 첫 음반 <하늘연못>은 오카리나 음악계의 전설이 됐다.
ⓒ 한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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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주가 창작음반 <첫 비행>을 출시했다. 4집 음반에서 그는 '카수'로 변신했다. 아버지가 카수이니 아들이 카수로서 본색을 드러낸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다만 오카리나 연주로 지친 영혼들을 치유하던 그가 노래와 밴드 연주자로 변신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싱어송 라이터로 변신한 그는 4집 음반에서도 작사, 작곡, 편곡은 물론 키보드 등 밴드 주자로도 참여했다.

바람은 거칠고 절벽은 높고도 험해 오~ 그래
하지만 이 순간 오늘을 기다려 왔어 난~
자유를 향하여 첫발을 내딛는 오늘 그래 오늘
자! 가자 하늘 위로~
(한태주 작사곡 '첫 비행' 중 일부)

산골청년이 세상을 향한 첫 비행을 시도했다. 하지만 아이돌이 장악한 시장에선 착륙을 불허할 것이 뻔하다. 산골청년이 꿈꾸는 영토는 욕망의 진흙탕이 아니기에 그 동네를 기웃거릴 생각은 없다. 첫 비행의 착륙 목표는 사람과 사람을 신명나게 하고 한데 묶어주는 음악, 그 아름다운 힘으로 온전해지는 영토다. 하지만 그런 영토는 찾기 힘들다. 그러니 용기를 내어 첫 비행에 도전해야 한다. 어미 품을 떠나 창공에 몸을 던진 어린 독수리처럼.

<첫 비행>엔 표제곡과 함께 <호랑이 발톱> <바다의 노래> <그곳은 어디에> <상상해봐> <늑대는 토끼를 좋아해> <은하수> 등 합창곡을 포함한 7곡이 수록되어 있다. 누구나 편하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다. 특히 <바다의 노래>는 못난 사람들끼리 한데 모여 불러 제끼면 그 합창 소리가 아틀란티스와 무어 대륙까지 퍼질지도 모른다. 여하튼, 이번 음반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느닷없이 웬 밴드음반이냐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건강한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요. 우리가 원하는 세상, 삶의 주인은 바로 너와 나, 우리 자신인 세상, 평화와 행복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 노래를 불렀어요."

그의 노래엔 메시지가 담겼지만 질감은 어색하다. <하늘연못>의 영향이 그만큼 큰 탓일까. 그럼에도 산골청년의 순수함, 소년티를 벗지 못한 미성(美聲)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가 오카리나와 밴드음악을 가지고 상경한다. 수능(10일)의 사슬에서 벗어난 학생-학부모를 위해 17일 오후 7시 30분 상명대아트센터 계당홀에서 공연한다. 이번 공연은 '가카'의 눈엔 좌빨 단체인 참교육학부모회가 학부모교육센터 설립기금을 마련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진행된다.

떠돌이 음악가인 부모 덕분에 자유를 일찌감치 누린 산골소년. 초등학교 졸업과 함께 제도교육에서 탈출한 소년은 무자격 교사인 바람과 새소리, 햇빛과 계곡 물소리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그들은 가르치려하거나 강요하지 않았고, 그저 들리는 대로 듣고, 느껴지는 대로 느끼게 했다. 천상의 선율을 담으면서 오카리나 창작 연주자로 자리매김한 산골소년, 스물다섯 청년으로 성장한 한태주가 도시의 영혼들에게 오카리나와 자유의 노래를 부르며 이렇게 선동할 것이 예상된다.

입시와 스펙에 찌든
영혼들아, 날자 날자꾸나!
삶의 주인은 나 자신임을 선포하자!!

보헤미안의 배후... 그녀는 누구?

 어머니이자 매니저인 김경애(54)씨는 아들 한태주에게 자유를 주었다. 교실은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면서.
 어머니이자 매니저인 김경애(54)씨는 아들 한태주에게 자유를 주었다. 교실은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면서.
ⓒ 한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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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카수 한치영(55), 그가 한태주의 배후다. 한치영의 배후는 아내이자 매니저인 김경애(54). 그는 이들 보헤미안 가족의 지주(支柱)다. 지주는 흔들리면 안 된다. 지주가 흔들렸다면 한치영씨와 한태주의 자유로운 영혼은 없었다. 매니저 김씨가 아들과 남편의 공연요청과 취재요청의 가부를 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은 가치와 예의다.

2004년 호암상 시상식 당시 오카리나 연주 요청을 수락한 것은 재벌 삼성의 힘과 돈 때문은 아니었다. 정중함, 그것은 예술가에 대한 예의고 자유로운 인간에 대한 인정이다. 몇 푼 공연비로 음악을 매수하려는 기획자 특히, 들러리로 세우는 이벤트 행사는 일체 거절한다. 산중 삶은 도시와 달리 돈독 오르지 않아도 살 수 있다.

그러니 자유롭다. 두 카수, 한치영씨와 한태주는 음악공부에 몰두하면 된다. 자유를 구가하되 게으름을 피우면 혼난다. 자유와 책임은 보이지 않는 규율이다. 한태주가 학교를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배후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곡과 인문학, 토론, 한문과 영어 공부 등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한태주는 학벌과 스펙으론 결코 쌓을 수 없는 내공을 지녔는데, 그건 강요가 아닌 선택과 자율의 힘이다. 카수 한치영씨도 마찬가지다. 공복으로 아침을 맞는 그의 산중 음악공부는 자유롭되 치열하다.

한치영씨는 아내를 여보, 당신이 아니라 '앤님'(愛님)이라 부른다. 부부애를 넘어선 존칭이다. 그건 그럴 수 있다. 떠돌이 음악가로 살면서 집도 절도 없었던 한씨네는 끼니 거르는 일이 잦았지만 꽃제비로 흩어지지 않았다. 음악가의 자유와 자존감도 버리지 않았다. 상하지 않은 영혼의 배후는 '앤님', 지리산 보헤미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거처와 밥, 악기가 아니라 동지 같은 가족이었다.

'생태카수', 우릉 아저씨의 가족동요

 지리산 생태카수 한치영씨가 6집 음반 <우릉아저씨의 가족동요>를 발매했다.
 지리산 생태카수 한치영씨가 6집 음반 <우릉아저씨의 가족동요>를 발매했다.
ⓒ 한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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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생태카수 한치영씨도 6집 음반을 발매했다. <할미꽃>(1991년), <이것 참 잘돼야 할 텐데>(1996년), <아! 해남>(1999년), <광개토대왕>(2000년), <우리들의 시인>(2003년)에 이어 8년 만에 음반을 냈는데 제목이 독특하다.

6집 음반 <우릉아저씨의 가족동요>에는 '스스로 왕자'와 '베짱이 음악회' 등 11곡의 동요가 수록되어 있다. 음반 타이틀 및 삽화도 손수 그렸고, 싱어송 라이터답게 작사·작곡·노래도 직접 했고, 아들 한태주가 화음과 오카리나로, 오랜 지기인 김광석씨가 기타 세션으로 참여했다.

 한치영씨가 지리산 실상사 인근 마을 아이들에게 동요를 가르쳐주고 있다.
 한치영씨가 지리산 실상사 인근 마을 아이들에게 동요를 가르쳐주고 있다.
ⓒ 한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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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장의 음반을 통해 역사, 생태, 평화, 자유를 노래하던 그가 6집 음반을 통해 '단순'과 '소박'을 담아냈다. 산중 사람들과 마을 아이들, 스치는 지리산 바람과 텃밭의 땀방울까지 어울리는 주변 모두가 단순 소박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해결사 '앤님'이 지켜주시니 욕심 부릴 이유도, 경쟁에 뛰어들 까닭도 없다.

가족도 동요도 잃었다. 영혼은 진즉 팔아넘겼다. 이 속도대로 달린다면 생명마저 무한경쟁의 바퀴에 깔려 압사할 것이다. 이 무모한 게임을 누가 중단시킬 수 있을까.

지리산 생태카수가 잃어버린 마을로 귀향하자고 속삭인다. 우리의 고향과 가족을 동요로 되찾자고. 가족이 모여서 기타를 치고, 눈웃음을 주고받으며, 동요를 부르고, 춤을 추며, 손뼉장단을 맞추다보면 길 잃은 가족과 영혼들이 귀가할 것이라면서.

옛 향수가 되어버린 동요, 아이들끼리만 부르는 동요, 교실 밖에선 부르기 어색한 동요보다 자유로운 가족 동요음반. 그는 "가족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우리 곁에 다시 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음반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랬으면 좋겠다. 가족동요를 부르는 가족들이 많아진다면 전철과 버스를 탈 때도 덜 살벌하지 않겠는가.

그의 삶과 음악을 10년쯤 바라봤다. 쉰다섯을 출발해 육십으로 향하고 있지만 그는 항상성(恒常性)을 잘 유지하고 있다. 이대로 맑게 늙어서 흙으로 귀의한다면 토양이 참 고울 것 같다. 비참한 타협과 강요의 노동을 피해 떠돌이 생활을 선택했고, 여전히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면서 즐거운 동요까지 창작하니 참 부럽다. 참 '우릉'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그냥 '우르릉'의 준말이란다.

덧붙이는 글 | 첫 번째 MP3 파일은 한치영의 '베짱이 음악회'
두 번째 MP3 파일은 한태주의 '바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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