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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 씨가 백아산에 자생하고 있는 땅두릅의 씨앗을 살펴보고 있다. 김씨는 서울에 살면서 오마이뉴스에 글쓰기를 하다가 5년 전 고향 전남 화순으로 귀농했다.
 김규환 씨가 백아산에 자생하고 있는 땅두릅의 씨앗을 살펴보고 있다. 김씨는 서울에 살면서 오마이뉴스에 글쓰기를 하다가 5년 전 고향 전남 화순으로 귀농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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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쳇말로 그는 미쳤다. 정신줄을 놓은 게 아니다. 일에 미쳤다. 그의 오래된 생활방식이다. 어렸을 때는 밤낮없이 산골을 뛰놀며 놀았다. 오죽하면 친구들이 '백아산 타잔'이란 별명을 붙여주었을까.

대학 입시를 앞둔 고3 땐 한눈팔지 않고 공부만 했다. 대학에선 생활도서관을 꾸리며 책 읽기에 몰두했다. 대학을 졸업하곤 글쓰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냈다. <오마이뉴스>에 글쓰기를 했는데, 하룻밤에 서너 편을 쓰기도 했다.

지금은 산나물의 매력에 흠뻑 젖어 산다. 곰취, 산마늘, 곤달비, 두릅, 달래, 오가피, 참나물, 산부추, 곤드레…. 이름만으로도 정겨운 것들이다. 산나물공원을 가꾸느라 일 년 삼백예순 날 쉴 틈이 없다.

김규환 씨가 백아산 계곡에 놓인 평상에 앉아 자신의 귀농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김규환 씨가 백아산 계곡에 놓인 평상에 앉아 자신의 귀농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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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 씨가 밤사이 내린 서리에 젖은 콩대를 뒤집어 말리고 있다.
 김규환 씨가 밤사이 내린 서리에 젖은 콩대를 뒤집어 말리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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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45·전라남도 화순군 북면 송단리)씨. 5년 전 고향, 화순 백아산 자락으로 돌아와 산나물을 재배하고 있다.

"제가 술을 무지 좋아하는데요. 솔직히 소주 한 잔 맘 놓고 마신 적이 없습니다. 5년 동안 광주 시내에 나가서 술을 마신 게 딱 한 번 있었는데요. 초등학교 동창회를 하면서 '깨복쟁이(죽마고우)' 친구들 등쌀에 못 이겨 따라갔죠."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돌아와서도 잠깐 눈을 붙이고 바로 일어났다. 1분 1초가 아깝기도 했지만, 어려서부터 몸에 밴 생활습관이었다. 지금도 그는 새벽 3∼4시면 어김없이 잠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일을 하려면 차분히 놀 여유가 없어요. 산과 들에 할 일이 널려 있거든요. 비가 오는 날도 실내에서 할 일이 따로 있고요. 겨울에도 눈이 허벅지까지 차지 않으면 일을 합니다."

산나물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백아산 숲길. 그 길을 따라 김씨의 개 두 마리가 걸어내려오고 있다.
 산나물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백아산 숲길. 그 길을 따라 김씨의 개 두 마리가 걸어내려오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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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 씨가 사는 백아산 자락의 집. 안마당에 표고목이 즐비하고 굴뚝에선 하얀 연기가 피어나고 있다.
 김규환 씨가 사는 백아산 자락의 집. 안마당에 표고목이 즐비하고 굴뚝에선 하얀 연기가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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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지난 2006년 9월, 이곳 백아산 자락으로 들어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1987년 고향을 떠난 지 20년 만이었다.

"오래 전부터 귀농을 준비했죠. 시골 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했는데요. 산나물이 블루오션(대안시장)이었어요. 꼭 새로운 작물일 필요는 없더라고요. 복고도 재탄생시키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죠."

그는 귀농을 염두에 두고 수 년 동안 시장조사를 했다. 재래시장에서부터 백화점까지 가보지 않은 곳이 없었다. 산나물 재배농장에서 재배법도 직접 경험했다. 여윳돈은 별것 없었다. 1000만 원과 구입해 놓은 산나물 종자 한 보따리가 전부였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미리 빌려놓은 폐가를 고쳤다. 안팎으로 정비하고 보일러를 새로 설치했다. 벽지도 깔끔하게 발랐다.

생활은 녹록하지 않았지만 평소처럼 부지런히 일했다. 낫과 괭이로 풀을 베고 칡넝쿨을 없앴다. 기계톱을 들고 나무도 솎아냈다. 그리고 산자락에 산나물 씨앗을 뿌렸다.

김규환 씨가 임시로 심어 놓은 취나물의 성장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김씨는 가식한 취나물을 이달 중순까지 백아산에 정식할 예정이다.
 김규환 씨가 임시로 심어 놓은 취나물의 성장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김씨는 가식한 취나물을 이달 중순까지 백아산에 정식할 예정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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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로 심어놓은 취나물. 이 취나물은 이달 중순까지 백아산 자락에 정식으로 옮겨 심어진다.
 임시로 심어놓은 취나물. 이 취나물은 이달 중순까지 백아산 자락에 정식으로 옮겨 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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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 재배면적도 조금씩 넓혀갔다. 놀고 있는 땅을 가꾸고 빌렸다. 현재 그의 경작면적은 논밭 6만6000㎡를 포함해 모두 115만㎡(35만 평). 집터와 주변 텃밭 등 6600㎡만 자신의 소유이고 나머지는 모두 빌린 땅이다.

산에는 산나물 씨앗을 뿌리고 가꿨다. 논밭에는 산나물 모종과 쌀, 보리 그리고 무, 배추, 콩 등 잡곡과 온갖 푸성귀를 심었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치지 않는 것은 물론 비닐도 씌우지 않았다. 모든 걸 노지에서 키운다. 1970년대 부모 세대에서 하던 방식 그대로다.

"먹을 것은 자급자족을 합니다. 해산물을 빼고는 거의 다 내가 심고 가꿔서 해결하죠. 된장도 직접 담그고요. 내가 거둔 콩에다 깨끗한 계곡물을 붓고 백아산에 지천인 산죽의 잎을 따다 넣습니다. 맛을 본 사람들이 모두 탐내는 된장이죠."

김씨는 산나물로 돈을 조금 만졌지만 곧바로 재투자했다. 지금 손에 남은 건 새로 지은 집 한 채뿐이다. 하지만 산속에 자라는 산나물을 생각하면 힘이 불끈 솟는다.

백아산 자락을 함께 걷던 김규환 씨가 자작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자작나무에서 자일리톨을 추출한다고.
 백아산 자락을 함께 걷던 김규환 씨가 자작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자작나무에서 자일리톨을 추출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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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 씨가 표고버섯이 자라고 있는 표고목을 살펴보고 있다. 김씨는 집 주변 여기저기에 표고목을 설치해 놓고 있다.
 김규환 씨가 표고버섯이 자라고 있는 표고목을 살펴보고 있다. 김씨는 집 주변 여기저기에 표고목을 설치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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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산나물 축제를 열었다. 행정기관의 도움 한 푼 받지 않고도 호평을 받았다. 일반적인 축제와 달리 공연프로그램 하나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먼 길 마다 않고 찾아온 사람들은 산나물에 매료됐다. 산나물이 지천인 숲길을 걸으며 자연과 교감했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에도 반했다.

산나물이 블루오션이란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자신감도 얻었다. 그는 앞으로 모든 산나물을 사계절 재배하고 출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산나물 소포장 직거래도 정착시켜 나갈 생각이다.

김씨는 "뭐든지 3개월 동안 준비하고 3년만 지속한다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산나물을 농업의 한 분야로 정착시켜 부를 창출하고 마을과 지역을 잘 사는 곳으로 바꾸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마을공동체도 되살아날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5년 전 서울에서 화순으로 내려온 김규환씨 가족이 집앞에 주렁주렁 달린 감을 바라보고 있다. 왼쪽부터 부인 강춘희, 딸 해강, 아들 솔강 그리고 김규환씨다.
 5년 전 서울에서 화순으로 내려온 김규환씨 가족이 집앞에 주렁주렁 달린 감을 바라보고 있다. 왼쪽부터 부인 강춘희, 딸 해강, 아들 솔강 그리고 김규환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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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규환, #산채원, #산나물, #백아산, #귀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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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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